김사니는 4일 “3일 저녁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님과의 면담에서 은퇴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IBK기업은행이 2016~2017시즌 V리그 챔피언에 오른 뒤부터 김사니의 거취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클래스가 다른 테크닉과 배구 센스를 겸비한 세터임에도 ‘무릎, 허리 등 몸 상태가 한계에 이른 것 아니냐’는 우려도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5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과 이 가운데 3차례의 우승 등, IBK기업은행 황금시대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그 누구보다 김사니의 역량을 인정했고 버팀목이 되어준 이정철 감독은 이번에도 현역연장과 은퇴 사이의 판단을 맡기는 배려를 했다. 김사니는 “(생각할 시간을 얻은 뒤) 여행을 떠났다. ‘지금 떠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결정하고 나니 시원하다. 이제 (유니폼 입고 뛰었던 배구 코트 바깥의) 다른 인생을 살고 싶다”고 또렷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2016~2017시즌 긴 부상을 겪으며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 “이제는 몸을 먼저 생각할 때”라는 어렴풋한 확신이 들었다. 마침 IBK기업은행은 우승까지 했다. ‘마지막 경기까지 이기고 은퇴한다’고 생각하니 아쉬움보다는 ‘다 이뤘다’는 안도감이 컸다. 기분 좋게 끝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감독, 팀 후배들 그리고 구단에 감사한 마음으로 충만하다.
김사니는 “감독님은 마지막까지 ‘네가 그냥 나가면 안 된다. 팀에 기여를 많이 했으니 코치 자리를 책임지고 마련해주겠다. 생각해봐라’고 말씀하셨다. 감사했다. 그러나 ‘내가 아직은 공부가 덜 된 것 같다’고 정중하게 사양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은퇴 이후 행보에 대해선 “스스로의 인생에 휴가를 주고 싶다. (배구 외에) 해보고 싶은 것이 많았다. 20년 동안 배구만 했으니까 당장은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다”고 웃었다.
IBK기업은행 구단 차원에서도 김사니의 은퇴식을 계획하는 등, 예우를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김사니는 2014~2015시즌 챔피언결정전 MVP를 비롯해 V리그 세터상을 3차례 수상했다. V리그 원년(2005시즌) 멤버로서 여자배구 역사상 최초로 1만 세트를 달성한 선수이기도 하다. 국가대표로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부터 3대회 연속 출전했고, 2012년 런던올림픽 4강 주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