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v.media.daum.net/v/20171220133605053?d=y
예전에 캄보디아를 떠돌아 다닐 때 일이 기억남.
2000년대 초반 정도 되었을 것임.
시엠릿 어디 즈음...
여행자들 사이에 명성이 자자한 식당이 하나 있었음.
맛이 없기로 ...
아무튼 그 식당서 프라이 라이스 하나 시켜서 먹고 있었음.
맛 정말 없었음.
기름은 볶기 위해 부은 것이 아니라 그냥 볶았다는 걸 티내려고 부은 것이 분명하고
한쪽은 냉장고의 온기<?>가 아직도 느껴지고 다른 쪽은 대단히 바짝 타있었음.
게다가 새우는 말라 비틀어졌고
야채는 수채구멍에서 긁어 낸 걸 쓴 듯 했음.
도저히 못먹겠다 싶어서 반도 안 먹은 그릇을 밀어내고 대충 2달러 짜리 하나 던져 주고 나왔음.
야외 테이블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데 거지 꼴의 아이 하나가 테이블 아래 숨어 있는 걸 봄.
뭐...이 동네 흘러들어와서 늘 보는 게 이런 땟국물 줄줄 흐르는 새집 머리 아이들......기껏해야 대여섯 살 되어 보이는 몸집의 아이들이니
그냥 그려려니 하고 식당을 나서는데...
그 아이는 슬쩍 나와 눈을 마주칠 땐 겁에 질린 것 같더니 내가 자기를 무시하는 것 같자 아이는 눈을 돌려서 식당 종업원 눈치를 봄.
이 동네서 식당 일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듯 내가 앉아 있던 식탁 위에는 먹다 만 그릇이 아직도 치워지지 않고 있었고 아이는 그 틈을 타고 재빨리 식탁 위에 남은 밥들을 검은 봉지 안으로 쓸어 담고는 후다닥 식당 밖으로 도망쳤음.
별 유쾌한 장면은 아니라서 못본 척 식당 밖으로 나간 다음 담배 한대를 물고 불을 붙인 후 게스트 하우스 쪽으로 걸어가다가.... 골목 어귀 즈음에서 녀석을 발견했음.
구석 시궁창 어디 즈음... 소똥과 술취한 이스라엘 놈들이 싸지른 오즘 냄새가 진동하는 골목 구석에서 방금 본 녀석을 또 조우함.
녀석은 혼자가 아니었고 세살즈음 되는 계집아이와 함께 있었음.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잠깐 이 남매를 내려다 보았음.
그때 그 장면은 아직도 내 뇌리에서 잊혀지질 않음.
그 계집아이 표정이 죽어도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았음.
오빠가 검은 봉지에서 손수 퍼준 볶음밥을 입 속에 넣은 그 계집아이는 커다란 눈을 휘둥그래 뜨며 세상에서 이처럼 맛있는 건 처음 먹어 본다는 표정을 지었음.
그리고 세상 모든 걸 가진 것처럼 행복한 미소를 오빠를 향해 지어 보였음.
내가 죽어도 못 먹겠다고 버린 걸
누군가는 최고의 만찬이었음.
그 계집 아이 표정이 오늘도 나를 괴롭힘.
이 아르헨티나 원주민 소녀의 사진이 그 계집아이를 떠올리게 함.
씨바...
담배나 한 대 꼬슬리고 자야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