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활 11년차 여자사람입니다.
5년 전에 미국인 남편과 결혼해서 아직도 신혼처럼 달달하게 잘 살고 있다고 남편을 위한 양말과 곧휴워머 올렸다가 베오베까지 가게되어 여간 기쁘지 않습니다.
이 기쁨을 남편과 함께하고 싶은데 사흘 연속 송년회라며 집에 안들어오네요.
일본어 표현으로는 망년회라고 하잖아요. 울 남편은 올해 잊고싶은 일이 많았나봐요. 나때문인가...
남편도 없고 해서 또 글을 써봅니다.
양말과 함께 매년 만들어야하는 분위기가 되어버린 크리스마스 전통 선물이에요.
남편이 닌텐도의 게임 시리즈인 "젤다의 전설"의 열혈팬이거든요.
그래서 젤다의 전설 그림에서 주인공인 링크의 얼굴 대신 남편의 이미지캐릭터(닌텐도 wii의 캐릭터 mii)를 합성해서 만들어 주고 있어요.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포토샵의 ㅍ자도 모르는 사람이라
그림판과 파워포인트로만 작업했어요. 막노동이죠. 그림판에서 800%로 확대해서 픽셀 하나하나 지워가며 만들었거든요.
근데 이게 DIY방에 와도 되는지 저도 확신이 없네요. 사진방도 아닌 것 같고 닌텐도 방도 아닌 것 같아서 여기 쓰는데
(두 잇 유어셀프니까 남시켜서 한 거 아니니 이 방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해서...)
방이 안맞으면 가르쳐주세요.
첫해 만들었던 건 이거예요.
벽에 걸려있는 걸 내리기 귀찮아서 그대로 사진을 찍었더니 영 이상하네요...
가운데 초록 옷 입은게 링크인데, 남편 얼굴로 바꿨어요.
왼쪽 두번째 캐릭터는 제 얼굴로 만들어서 넣었구요.
원래 로고는 " The Legend of Zelda 風のタクト(젤다의 전설 : 바람의 지휘봉)"인데
"The Lezend of Patrick 禿のタクト(패트릭의 전설 : 대머리의 지휘봉)"으로 바꿨어요.
네.. 울남편은 많이 허전하거든요... 아시잖아요, 대머리 될 사람은 대머리가 된다는 거. 그 대머리가 우리 남편이예요.
그나저나 사진을 찍고보니 우리집이 먼지가 아주 많네요. 제가 숨을 열심히 쉬어서 먼지를 빨아들여야겠어요.
작년에 만든 건 이거예요.
작년에는 시간이 없어서 편의점 칼라프린트로 만들었는데 넘 꾸져보여서 올해 꺼 인쇄하는 김에 다시 했어요.
후지필름 사진 인쇄 사이트에서 저거 한 장 인쇄하는데 740엔이에요. 디스 이즈 돈지랄.
원래 로고는 " The Legend of Zelda Majora's Mask (젤다의 전설 : 마조라의 가면)"인데
"The Lezend of Patrick Majora's Wig (패트릭의 전설 : 마조라의 가발)"으로 바꿨어요.
어깨뒤로 보이는 캐릭터는 제 얼굴을 넣었어요.
지금보니 저 파란 목걸이가 참 뜬금없이 느껴지네요. 웃통벗고 목걸이만 하고 있는 건 또 뭐지.
올해의 선물은 이거예요
올해는 정말 귀찮아서 만들고싶지 않았는데, 섭섭하다는 말 들을 것 같아서 꾸역꾸역 만들었어요.
그나마 위안인건, 제가 큰 칼 들고 울 남편을 쫓아가는 그림이라는 거. 이런게 대리만족인가봐요.
니놈의 목을 따주마...
원래 로고는 " The Legend of Zelda Spirit Track (젤다의 전설 : 영혼 트랙?)"인데
"The Lezend of Patrick Spitting Track (패트릭의 전설 : 침뱉는 트랙)"으로 바꿨어요.
대머리 소재가 고갈되었어요.
각각의 합성사진을 거실 벽에 걸기위한 대형 사이즈와 남편 사무실에 둘 중형 사이즈로 준비해서 액자에 넣었어요.
이 사진 인쇄하는 김에 뭐 또 웃기는 거 없을까 해서 생각하다가,
남편이 최근에 꽂힌 유튜브 영상의 캡쳐 화면을 사진으로 만들어서 액자에 넣어봤어요.
혹시 영상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유튜브영상을 올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BgLytbB-uE
이렇게해서 올해 합성사진 선물은 총 6개가 되었네요.
허접한 실력으로 만든 것이지만 진심으로 기뻐하고 감사해하는 남편에게 저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내년에는 "이거 만들기 힘들지? 이제 안만들어도 괜찮아"라고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림판에서 픽셀단위로 합성하다보니 마우스 클릭질을 너무 많이해서 터널증후군이 생겼는데 남편한테 말도 못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