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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한 세상 속의 나
게시물ID : humorstory_1004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Wine.!
추천 : 1
조회수 : 72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05/07/10 20:27:09
어제의 일기..일까? 

아니면 오늘 일기일까... 




이상하게 피곤하고 나가기 싫던 날... 

그리고 밖으로 나와 돌아가는 길.. 








생각을 잘못하는 바람에 나는 집으로 가는 지하철이 

끊겨버리고 말았다. 

지하철로는 다녔지만 밖으로 나가본적이 없었던 사당역에서.. 

어째야하나..... 어떻게 해야하나.... 

무작정 아무 생각없이 출구로 올라섰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왠지 걸어가면 길이 나올까? 



이수.. 그래 이수는 4호선 우리 집쪽으로 가는길이 맞을거야, 

근데 왜 반대쪽 길인것 같지? 그럼 다시 들어가볼까? 

왔다.. 갔다.. 

와.. 저차는 여의도 성모병원을 가네.. 저거 타고 가면 

교민이는 볼수 있을라나?? 에이 그 녀석도 자야지 뭐 

11시 30분부터 시작한 귀가길은 어느새 12시에 접어들고 있었다. 



밤늦게 차편이 불안해지면 나를 항상 도와주는 친구 미체 

역시나 어느 친구보다 적극적으로 차편을 찾아주었다. 



모든 차가 끊겨버릴것 같았던 절망적인 12시 30분 

가까스로 서울역으로 가는 버스를 잡았다. 

서울역으로 간다고 해서 집으로는 또 언제 가리.. 

제발 도착지가 이번 정거장이 아니기를 빌며 또 빌며 

결국 서울역에 도착했다. 


저기 그 아이들이 보인다 

내 동생 또래의 아이 두명 

교복입고 안절부절하는 모습. 아까 전 나랑 같은 버스를 

탔던 아이들이다. 

주머니속에서 100원까지 털털 털어서 버스비를 내는걸 

처음부터 목격했기 떄문에 걔들이 아마 

그곳에서 집에 갈 방법이 없다는걸 난 진작 알아차렸나보다 

지갑을 보니 pc방비를 내고 나서 남은 5850원인가가 있었다 

나야 뭐 집에 못갈것 같으니 얘들이라도 집에 보내야겠다 싶어서 

(사복입고 불량스럽게 했어봐라.. 너네는 집에 못들어갔다..) 

과감한 플레이 일명 파산 플레이를 했다 

4천원 뗴주기. 

" 저기요 .. 이거.. " 

내가 뭔가 할줄 알았나보다 

놀라면서 뒤로 물러서다니..... 

제길 오늘 상태 참 안좋았다 

아무튼 그냥 택시타고 가라고 돈을 손에 밀어주고 

연락처 알려주면 돈 꼭 갚겠다고 하는 애들 말을 못들은척 하고선 

멀찍이 뛰어갔다 

2번출구쯤에서 보니 택시 잘 잡아타고 가는것 같았다. 

어쨌든 나와 같은 사람 2명은 집으로 들어갔을거다. 

남은 1850원. 세일하는 물을 사는 덕분에 490원에 

해결. 그리고 나는 1360원이 남았다 



자....... 

이제 현실을 직시하고 

그럼 난 어쩌냐? 

으음 그래.. 이제 pc방이라는 메뉴 하나도 사라졌고 

일단 좀 돌아다녀볼까.. 

지하철 아래로 내려갔다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신문 깔고 너무 많이 주무신다 

그분들 표정을 보니 정말 앞으로는 

" 우리집은 서울역 몇번 출구야 " 

라는 장난따윈 쳐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만 많았다면 옆에 우유라도 하나 드리고 오는건데 

신문지도 안덮고 혼자 쭈그려 주무시던 할머니가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미체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4번출구에서 150미터를 걸어가면 종로를 가는 버스가 있단다 

그걸 타고 가면 종로에서 다시 버스가 있어서 수유까지 

올수 있다고 한다. 

그래. 그럼 그 방법을 선택하자 

저기 멀찍이 버스정류장이 보인다 

아차.. 그래 심야버스는 빨강색이야 조금 더 걸어가야 하는구나 

막차 시간 23 : 00 00 : 30 00 : 00 

현재 시간 1시 15분.. 

그래.. 집에 가는길은 포기해야겠구나.. 

그냥 그 자리에서 기대고 서 있었다. 

그때. 터프하게 돌아들어오는 1000번 버스 

종각이라고 적혀있다 

왠지 저거라면 종로 6가까지 가주지 않을까 하고 

미체와의 전화를 끊고 올라탔다 

" 아저씨 종로 가요? " 

" 예 의정부 갑니다. " 

" 예?? 종로.. " 

" 예 종로 가요 " 

그래 몇가인지는 모르지만 

그냥 종로는 간다잖니 배우리야 그냥 눈감고 타자! 

버스카드 삐빅 

심야 좌석버스비 1400 x 2 2800원과 지하철비 1600원이 

빠져나간 내 버스카드에는 700원뿐 

이거마저 실패하면 집에 가는길은 없다. 



하늘이 도우셨다 

노선표에는 도봉면허 시험장. 노원이라고 크게 적혀 있었다.. 

감격..... 그리고 또 감격..... 

고려대를 지나.. 미아를 지나 

나는 그토록 가기 싫어했던 재수를 맛보게 했던 

도봉운전면허 시험장 앞에서 내렸다. 

웬수같던 그곳이 어찌나 반갑던지. 



하......... 

그리고 아는길은 1시간 30분동안 걸어왔다 

너무 오래걸었더니 다리가 다 후들거렸다. 

지하철 출구만 몇십 몇백번을 왔다갔다 하다 보니 

다리가 버티기 힘든가보다. 

그리고 지금 손가락이 다리만큼 많이 움직였고. 

내가 어떻게 집에 들어왔는지 적어주고 있다. 




단지 조금 어렵고 몇배나 길었던 나의 귀가길이다. 

시간 낭비 돈 낭비에 체력 낭비까지 

겉으로 보기엔 아무 의미 없이 멍청한짓을 하나 더 늘린것 뿐이지만 

내게는 많은것이 남았다. 

위기 상황에서 나를 걱정해주는 친구 

그리고.. 

또 다른 친구들. 





오늘은 이상하게 하늘이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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