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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저녁이라...조용한 기분의 사진이 땡기네요..
게시물ID : deca_370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면장망또
추천 : 2
조회수 : 20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5/11 20: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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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이 아버지께

원이 아버지께 사뢰어 올립니다.


당신이 늘 나에게 말씀하시되 

"둘이 머리가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어찌하여 나를 두고 당신은 먼저 가십니까? 

나하고 자식은 누가 거두어  

어떻게 살라하고 다 던지고 당신만 먼저 가십니까? 


당신이 나를 향해 마음을 어찌 가지며  

나는 당신을 향해 마음을 어찌 가졌습니까? 



매양 당신에게 내가 말씀드리기를 한데 누워서 

"이 보소, 

남도 우리같이 서로 어여삐 여겨 사랑할까요? 

남도 우리와 같을까요?" 하며

당신에게 말씀드리더니 어찌 그런 일을 생각지 아니하여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십니까? 

당신을 여의고 아무래도 내가 살 힘이 없어 수이  

당신에게 가고자 하니 

나를 데려고 가소.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 세상에서는 잊을 수가 없어 아무래도 서러운 뜻이 끝이 없으니, 

이 내 마음을 어디에다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며 살까요? 



이 내 편지를 보시고 내 꿈에 자세히 와서 말씀하소. 

내가 꿈에 이 보신 말씀 자세히 듣고저 하여 이리 써서 넣습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씀하소. 



당신, 내가 밴 자식 나거든 보고 말씀하실 일을 두고 그리 가시되  

밴 자식 나거든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 하십니까?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을까요? 

이런 천지 아득한 일이 하늘 아래 또 있을까요? 

당신은 한갖 그리 가 계실 뿐이거니와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이 서러울까요? 

그지그지 가이 없어 다 못 써서 대강만 적습니다. 


이 나의 편지를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자세히 와서 보이시고

자세히 말씀하소. 

나는 꿈에서 당신을 보리라 믿고 있습니다. 

몰래 보이소서. 

하도 그지그지 없어 이만 적습니다.

- 병술년 유월 초하룻날 집에서

<떨림, 도종환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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