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년생 때 1년여간 기자 생활을 했습니다.
큰 언론사는 전혀 아니고, 경기도 내에서 지역신문과 월간지를 함께 내는 곳이었죠.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고만고만한 지역신문사가 3-4개 정도 있었으니
시청에서 시정연설 등 시장이 직접 나오는 큰 행사가 있을 때면
중앙지 기자+연합뉴스 등 인터넷 매체+지방신문+지역신문 기자들까지 꽤 많은 기자들이 모였습니다.
저는 본진은 잡지 만드는 일이라 현장 취재를 자주 다니진 않았는데
선배가 취재 일정이 겹치면 급하게 빈자리 떼우느라 나가곤 했습니다.
입사하고 얼마 안되서 처음 간 시정연설 취재 때 충격이었습니다.
언론사 인지도별로 자리가 정해져 있는 것은 물론
저처럼 듣보 지역신문 기자나 초임 기자가 질문이라도 하면
다른 언론사 부-차장급 기자들이 다끝나고
"아까 그새끼 뭐야?" 하면서 대놓고 면박을 줬죠.
선배기자도 질문 안하는데 싸가지 없이 후배가 질문했다고...ㅋㅋ
그런 분위기가 팽배하다 보니
정말 투철한 기자정신을 가졌거나
그냥 아무생각 없이 지르는 기자들만 질문을 했습니다.
저 역시 창피하게도 분위기에 쫄아서 현장에서 아무 질문도 못했습니다.
또 어찌나 기자들끼리 사석모임이 많은지...
시의원한테 누님, 형님하며 밥사달라는 기자들도 많았습니다.
1년만에 똥군기+쫄보 성격+기자에 대한 환상 박살때문에 다른 직군으로 이직했는데
지금 기레기 사태를 보면
제가 있었던 쥐알만한 언론사들도 그 모냥인데, 언론에 얼마나 많은 적폐가 쌓였을 지
참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