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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노란 리본에 말거는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게시물ID : sewol_444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검빔
추천 : 13
조회수 : 416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5/05/11 01:02:47
이제 그제네요.
 
핸드폰에 노란 리본을 받은게 있어서 달고 다니고 있거든요.
친구들이랑 에스컬레이터 타고 어느카페 갈까 하고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올라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의 할아버지가 물으시더라고요.
 
"그게 뭐야?"
 
입성은 좋으시고 젊은이들의 번화가라 어떤 타입의 할아버지일지 짐작이 안가더라고요.
극딜타입  vs  개방타입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머릿속에서 막 빠르게 돌다가,
그냥 웃으면서 말했어요.
 
"세월호 노란 리본이요."
 
"뭐 그거 언제까지 하고 다니나? 그만하지?"
 
앗싸 밟아버렸다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그냥 무시할걸이란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보통 만만해보여서 거리에서 도인에겐 90% 불리는 타입이라 왠만한 이야기는 못본척 못들은척 지나는데 괜히 대답했다 싶었습니다.
옆의 친구는 말없이 약간의 공격태세 변환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하하
그러다 생각이 났어요.
 
"어제 유족부모님 한분이 자살하셨거든요. 좀더 하고 다니려고요."
 
하니까 움찔 하시더라고요.
조금있다가 정확히 저를 향한 말은 아니고 혼잣말반 대화 반의 느낌으로 말하셨습니다.
 
"왜 죽었나?"
 
"저야 그 맘을 모르죠."
 
더 쏘아 붙이고 싶은 느낌도 있는데 그냥 그만하고 생각할 거리던져주는게 낫다 싶었어요.
논쟁해서 이기면 경험상 그냥 노인에 가까운 노인들은 불쾌한 기분만 가지고 퍼붓지 못한 말만 기억하고 고집이 더 강해지시더라고요.
마음으로는 진짜 빈정빈정하고 싶은 맘이 한가득이었습니다.
친구가 한마디 하더라고요.
 
"어버이날이었으니 더 괴로웠나보죠."
 
제가 받아서
" 아 어버이 날이었구나."
 
하고 그냥 친구 얼굴 보며 자리를 떴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어요.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닌다는 것.
그것은 자신의 슬픔과 분노를 표현하는것이고
제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 의사표현에 대한 피드백도 내가 감수하겠다는 각오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시비건 궁금함이건 누가 그것에 대해 물어오면 차분하고 단단하게 말을 할 준비가 되어있어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좀더 의미있게 조용하면서도 뜻있게 말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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