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한국 정부와 산업은행에 한국GM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포괄적 지원을 요청했다. 핵심은 최대 3조원 안팎의 유상증자를 통해 한국GM에 신규 자금을 함께 투입하자는 제안이다. 산은의 대출 재개와 정부의 세금 감면 등도 담았다.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한국GM을 살려내기 위해 힘을 모으자는 것이지만 한국 측 부담이 만만치 않아 수용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7일 정부와 자동차업계, 금융권 등에 따르면 GM 고위 임원은 최근 정부와 산은 관계자들을 만나 이 같은 뜻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GM이 제안한 유상증자 계획은 최대 3조원을 목표로 GM과 산은이 한국GM 지분 비율대로 자금을 투입하자는 것이다. 한국GM 지분은 GM이 76.96%, GM과 협력관계를 맺은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6.02%를 갖고 있다. 2대 주주인 산은은 17.02%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GM에 최대 3조원의 유상증자를 하면 GM과 상하이차가 2조5000억원을, 산은은 5000억원을 넣어야 한다.
한국GM에 대한 산은의 대출 재개도 요구했다. 자본잠식 상태인 한국GM은 신용등급이 낮아 국내외 금융회사에서 차입이 불가능하다. GM은 또 유상증자로 새로운 자금이 한국GM에 투입되면 외국인 직접투자에 준하는 세금 혜택을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GM은 한국 정부와 산은이 이 같은 제안을 외면해 유상증자가 무산되면 한국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지역경제와 일자리 유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한국 정부의 ‘약점’을 활용해 최대한의 지원을 끌어내려는 압박전술을 펼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는 아직 뾰족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GM의 제안이 진정성과 현실성이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며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