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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압 송전탑이 선 밀양 할매 할배들 최근 소식 전해드립니다.
게시물ID : sisa_5919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나눔문화
추천 : 17
조회수 : 4764회
댓글수 : 25개
등록시간 : 2015/05/10 21:29:17
10년의 저항을 뒤로 하고 지난 2014년 9월, 69개의 초고압 송전탑이 건설된 밀양.
하지만 그 후에도 밀양의 어르신들은 포기하지 않고 저항을 계속 해왔습니다.
최근에는 충남 당진, 강원도 횡성, 부산시 기장군, 전남 영광, 강원도 삼척 등 
전국을 돌며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곳의 주민들을 직접 만나
우리나라 에너지 문제 뿐만 아니라, 내 삶에서 옳은 목소리를 내며 살아가는 것이 어떤것인지,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책「탈핵 탈송전탑 원정대」로 엮어냈는데요. 

밀양 어르신들의 최근 소식과 함께 만든 책 이야기를 
이계삼님(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이 보내온 글을 통해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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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전국의 원전, 송전탑 현장을 도는 4번째 여정에서 

이계삼 선생(앞줄 가운데)과 어르신들 ⓒ'밀양765kvout' 페이스북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를 올립니다.
지난 9월 송전탑 69기가 건설된 이후에도 적지 않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작년 연말에는 어르신들과 함께 세월호 유가족들을 비롯하여 
전국 곳곳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찾아가 위로하는 '72시간 송년회'를 다녔습니다.
 
그리고, 12월 26일부터 완성된 송전선으로 
저들이 송전하는 것에 항의하기 위해
철탑 선하지에 농성장을 꾸려서 지난 겨울을 그곳에서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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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6일, 밀양 송전탑에 전기가 들어오는 것에 항의하며 농성을 시작한 어르신들 ⓒ밀양765kvout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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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눈보라 속에도 한전 컨테이너 앞에서 농성 중인 어르신들 ⓒ밀양765kvout facebook


이제는 기자 한 사람도 없고, 연대활동가들도 드문드문 찾는, 이곳 밀양에서도
매일 아침 밀양시청앞 1인시위가 있고, 지금 다섯 달째 
상동면 고답마을 115번 철탑 선하지에 농성장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한전의 보상금을 거부하고 버티는 225세대 주민들이 
유형무형의 압박에 시달리는 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밀양이 넘어야 할 벽은 바로 '사법처리 국면'입니다.
거의 매주, 재판이 벌어집니다. 65명의 주민과 연대활동가들이
80여건의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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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송전탑 ‘벌금폭탄’ 사태에 대한 불복종 노역형 선언 기자회견 ⓒ밀양765kvout facebook


주민들은 법원에서도 '법정투쟁'을 이어갑니다.

평생을 초등학교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교장으로 퇴직하여 밀양으로 귀농하셨다가,
밀양 송전탑이라는 '횡액'(?)을 만나 투사가 되신 고준길 선생님은
법정에서 당신의 최후진술을 이렇게 끝맺었습니다. 
 
"이제 송전탑 공사가 끝나고 우리 주민에게 남은 것이 무엇입니까.
 세월호 아이들이 뱃 속에서 죽어갔던 것처럼 
 송전탑 밑에서 죽어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판사님 저에게는 징역형이나 노역형을 내려주십시오.
 벌금형이 나오면 노역을 들어가 살겠습니다.
 이 부당한 일에 저는 벌금을 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고준길 선생님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습니다.
지금까지 네 명의 연대활동가가 노역형을 살기 위해 구치소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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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에 세워진 765kv 초고압 송전탑 ⓒ밀양765kvout facebook


밖의 시선으로 보자면 '완연한 퇴조기'에 들어선 이 싸움의 한복판에서
저는 지난 6개월 내내 '이 싸움은 나에게 무엇이었는지'를 곱씹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싸움의 진로와 제 인생의 항로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걸어오던 길이 분명 있었던 것 같은데, 
돌아가야 할 길도 아득하고, 가야할 길도 보이지 않습니다.
무언가 더듬어 갈 실마리라도 있을까 하여 
지난 3월 한달 내내 어르신들과 함께 전국을 돌았습니다. 
이른바 '탈핵탈송전탑 원정대'.
 
여정이 이어지는 봉고차 안에서, 어르신들이 잠든 숙소에서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며 어르신들이 흘려놓은 이야기의 파편들,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들을 적어내렸습니다.
그것이 한권의 책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은 이 이야기를 옮겨 담으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 동안 제 이름으로 된 네 권의 책을 냈습니다. 이번에는 제 이름이 아니라,
'밀양 할매 할배들'의 이름으로 된, 어르신들의 '대필작가'가 되어 책을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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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 탈송전탑 원정대」출간을 맞아 열린 축하자리에서 책을 읽어보고 있는 어르신 ⓒ밀양765kvout facebook


거의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이 나라 핵발전소 주변 지역의 실상과 이력, 
송전탑 지역 주민들의 가슴아픈 삶의 축도를 그렸습니다. 
이제 무언가 이 세상을 위해 보람있는 일로써 
당신의 여생을 보내고자 하는 밀양 어르신들의 원력(願力)으로써
밀양 송전탑 투쟁은 '탈핵탈송전탑 투쟁'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향후 몇 달은 이 책을 들고 어르신들과 전국을 돌며 책을 팔려고 합니다.
그래서 아직 1억 3천만원이나 남은 벌금도 모으고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에 관하여 대화하고 싶습니다. 
 
어르신들은 지난 10년간 철탑만 바라보고 살았는데, 
철탑을 따라가니 그 끝에는 '핵발전소'가 있었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탈핵과 탈송전탑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이 싸움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늘 비틀거리며, 그러나 무언가 소중한 '인생의 의미'를 추구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늘 걱정해 주시고, 위로해 주시는 분들의 손길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평안을 빕니다.
 
밀양에서 이계삼 올림



밀양어르신들의 책 '탈핵 탈송전탑 원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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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싸워오다 보니께
이게 단순히 우리 마을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살곳도 갈곳도 없겠다는 위기감이 들었어요. 
할매들이 돈이 아니라 후손들을 위해
지금까지 싸우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거고
많은 분들이 이 책 열심히 읽고 
주변에 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살아숨쉬는 책이니까요"
- 밀양 평밭마을 한옥순 어머니

「탈핵 탈송전탑 원정대」주문하기



출처 http://www.nanum.com/site/act_now/813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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