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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4 14:3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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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기는 단내가 역하다.
5년 전에는 분명 이 냄새가 좋았던 것 같은데 이상하다.
치익.
아들놈 등록금이 얼마랬더라.
치익.
월세 재계약은...보증금 올려달라할텐데.
치익.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런거 잘 안먹나.
...머리 굳었다고 대학교 입학식은 가면 싫어하겠지.
끝없이 만쥬를 구워내는 기계 끝에 모여, 냄새만 풍기다 차갑게 식어가는 빵들이 아까웠다.
끝 모르는 업무 속에 열정만 쏟아낸 채로, 차가운 시선에 마음이 식은 사내는, 정말 아깝다고 생각했다.
"아저씨, 델리만쥬 주세요."
어서오세요. 하며 자기도 모르게 올라간 시선 끝엔 아무도 없다. 헛걸 다 듣네. 정말 갈 때가 됐나 하고 실소와 실망이
가득 매달려 떨어지는 눈에, 아이 둘이 서있다.
"아저씨. 제일 작은걸루요."
기계처럼 만쥬를 담아내는 손과는 다르게, 사내는 두 아이를 천찬히 살펴봤다.
한겨울 딱 봐도 아이에겐 큰 외투였다. 금방 클거라며 부러
큰 옷을 입히던 자신의 옛날이 생각나 사내는 웃었다.
소매 끝에 비죽이며 나온 손이, 뱥이 들지 않아 자라지 못한 묘목처럼 가늘다. 그리고 그 끝에 맺히듯 들린, 다 시든 나뭇잎처럼 노란 오만원짜리 하나. 아마 이 작은 나무들의 마지막 잎새이리라.
2천원짜리 열 다섯조각의 만주가 오늘의 전부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굳은 반죽처럼 사내의 기계같던 손을 멈추게 한다.
"미안한데 아저씨가 잔돈이 없어서... 잠깐 들어와볼래? 조금 식은것도 괜찮으면 아저씨가 그냥 좀 줄게."
비죽이는 아이들이 그냥 가버릴까, 사내는 날듯이 나가 아이들을 안으로 들였다.
금방 데워주겠다며 방금 나온 것들을 얼마금 들려주니, 큰 아이는 작은 아이가 먹는걸 가만 바라만 본다.
많으니 너도 먹어, 배부르면 얘기하고, 이거 어짜치 다 버리는거야, 같은. 중학생만 되었어도 되려 의심할 말들에, 이 작고 시든 아이들은 눈을 빛내며 아예 자리를 펴고 앉았다.
그렇게 서너개를 먹었을까. 큰 아이가 나지막히 읊조린다.
"아...목멕혀...역시 세개 먹으면 질리는구나."
델리만쥬는 두개까지가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