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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3 02: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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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연습 오늘의 단어. 2108. 10. 12.
소음, 자석, 장난감, 비행기, 걸음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과, 그보단 더 빠를 터이지만 교통체증으로 마치 멈춰있는듯 보이는 차들로 가득한 거리에는, 그같은 풍경에는 당연히 따르는 것이라는 듯 소음이 가득했다. 발소리, 대로변 상가 문이 여닫히는 소리, 자동차 엔진 소리, 간간히 들리는 경적 소리, 그보다 더 가끔 들리는 비행기 소리. 그래서인지 곳곳에 벤치가 있음에도 앉아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없었다. 벤치에 앉아있는 건 계절에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코트를 입은 한 남자 뿐이었다. 사람들과 차들이 쉼없이 움직이는 거리에서 벤치에 앉아 있는 한 명쯤은 눈에 띄지 않을 법 했지만 한 시간째 같은 자리에, 쉼없이 무언가를 만지작거리며 앉아있다 보면 눈에 띄는 것도 자연스러울 것이다. 처음엔 장난감같이 보였던, 그의 손에 들려있던 그 무언가는 요즘엔 흔히 보이는 전자담배의 케이스였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자 이윽고 그가 규칙적으로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것이 보였고, 반복되는 그 동작을 보다 보니 자석으로 뚜껑이 닫히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듯도 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건지, 끊은 담배를 피고 싶은 건지, 혹은 둘 다인지 가능성을 점쳐보며 멍하니 생각하다 다시 보니 그 남자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시끄러운 곳에서, 굳이 더워보이는 그 코트를 입고, 무엇 때문에 앉아 있었을까. 일상에서 마주치는 상념들이 대개 그렇듯, 이 의문도 답을 얻지 못하고 그렇게 지나갈 것이다. 답을 주지 않고 떠나간 그 남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