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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99619
    작성자 : 문화류씨
    추천 : 28
    조회수 : 5074
    IP : 175.214.***.57
    댓글 : 20개
    등록시간 : 2018/12/04 04:23:49
    http://todayhumor.com/?panic_99619 모바일
    문화류씨공포일기집 : 가평댁 아들의 미스터리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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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최근에 어찌나 바쁜지, 글을 쓸 틈이 없다. 일 년 전에 회사를 나와서 빈둥거리며 글만 쓰고 싶었는데, 부모님의 눈치가 어찌나 따가운지 뒤통수에 후시딘을 바를 판이었다.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으나, 먹고 사는 문제가 직면하니 마냥 노트북 앞에서 세월을 보낼 수 없었다. 

     

    회사는 다니기 싫고, 창작은 하고 싶었다. 그래서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글을 쓰면서 이야기를 팔고 수익으로 먹고 살면 되는 것이 아닌가? 굉장히 사업을 안일하게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나는 돌아이가 틀림없다. 

     

    위태롭게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글과 문화가 있는 곳’이라는 의미로 회사 이름을 지었다. 사무실도 정부 지원을 받아 1년간 임대를 받았고 어찌되었던 간에 백수를 탈출하게 되었다. 마음  잡고 글을 쓸 수 있었고 공간이 생기니 작업실처럼 사용했다. 처음에는 너무 행복했다. 아무도 방해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항상 나를 2푼 부족하게 보는 어머니의 눈치를 안 봐도 되고, 잔소리 대마왕 아버지의 쓴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적절한 분위기 속에 꽤 긴 이야기 두 편을 썼다. 흡족했다. 독자의 반응도 좋았고 스스로도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앞으로 1년 동안 사무실에서 글만 쓰려고 했다. 

     

    그런데 회사를 차렸다는 소문이 이곳저곳에 퍼지니, 과거에 다녔던 회사의 고객들에게 연락이 쏟아졌다. 관공서 일 부터 기획서 문의까지 우리 부모님 보다 고객들이 내가 사업장을 차렸다는 소식을 반겼다. 

     

    처음에는 좋았다. 통장에 돈이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역시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돈이 최고가 아니던가? 어느 덧 스스로의 만족을 위한 글 보다 돈이 되는 사업이나 일을 하기 시작했다.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만들고 홍보영상도 찍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어머니가 어찌나 좋아하시는지, 모처럼 생활비가 들어오니 반찬이 달라졌다.

     

    그렇게 바쁜 하루를 보내던 중, 한 고객이 찾아왔다. 60대로 보이는 근심이 가득한 아주머니였다. 나는 굉장히 의아해 했다. 60대 아주머니께서 나를 찾아 올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보통 우리 회사의 고객이라 함은 마케팅 전략을 문의하는 젊은 소상공인이나, 홍보영상을 부탁하는 젊은 주무관이 전부였다. 나이 많은 고객이라고 해봤자, 40대 후반의 디자인 회사 대표 정도였다. 일단 고객에게는 늘 친절하기에 냉장고에서 사과주스를 꺼내어 드렸다. 아주머니는 매우 공손하게 받으셨다. 하지만 어딘가가 초조해 보였다.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음료수 뚜껑을 돌리는데 안쓰러움이 느껴졌다.

     

    “저... 여사님, 어떻게 오셨습니까?”

     

    아주머니는 음료수 한 모금을 마시더니, 조심스레 입술을 움직였다.

     

    “저기... 혹시 문화류씨 작가님 맞으신가요?”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필명이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글을 써 본적이 언제인가? 일에 치여서 내가 ‘문화류씨’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등골에서 전율이 요동치며 땀이 났다.

     

    “네... 맞습니다. 어떻게 알고 찾아 오셨는지요?”

     

    어쩌다 스토리텔링 콘텐츠 제작 문의가 오면 ‘짱공유’와 ‘오늘의 유머’ 그리고 ‘브릿G’를 보여주며 포트폴리오로 보여주곤 했다. 그것이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일거리 하나가 들어왔다며 내심 기뻐했다. 하지만 내 추측은 빗나갔다. 

     

    “문화류씨, 작가님... 저는 경기도 가평에서 온 윤민숙이에요. 작가님이 쓴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하기에 수소문 끝에 찾아왔어요. 정확히 말씀드리면 김창환 선생님이 가르쳐주셔서 왔습니다.”

     

    김창환 선생이라 말하자면 서울에 있을 때 자주 민속학에 대해서 대화를 하던 작가님으로 종종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서투른 조작으로 스마트폰을 켠 뒤, 나에게  화면을 내밀었다. 웹에서 내가 썼던 글이 화면 속에 있었다.

     

    “작가님, 이 이야기가 사실인가요?”

     

    아주머니가 보여준 것은 ‘용제 아버지’란 이야기였다. 장례식장에서 죽은 지인을 본 실화를 바탕으로 쓴 내용이다. 나는 사실에 기반 하여 썼다고 말했다. 그러자, 대뜸 내 손을 잡았다.

     

    “작가님, 우리 아들 상태 좀 봐주세요. 우리 아들이 이상해요. 병원에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는데 애가 밤만 되면 재정신이 아니에요. 죽은 사람들이 눈에 보인다고 하고, 수면제를 먹어도 도중에 깨서 발작을 해요...”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지 하나의 이야기를 가지고 나를 찾아오다니, 이해 할 수 없었다. 아무리 김창환 작가가 나를 언급하였다고 해도, 나는 일개 시민일 뿐 귀신들린 문제를 해결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에 땀이 나도록 꽉 잡고 눈물을 흘리는데, 굳게 먹은 마음이 무너졌다. 

     

    “저기 여사님, 저는 무당도 아니고 더 더욱이 귀신도 못 봅니다. 무서운 이야기를 쓰지만 귀신은 없다고 생각 하거든요. 병원을 알아보시는 게 어떤지요. 아니면 유명한 무속인을 찾아 보셔요.”

     

    아주머니는 오열하기 시작했다. 병원을 다녀도 차도도 없고, ‘기독교’인지라 무당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고 나를 찾아 온 이유도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피곤했다. 머릿속이 건조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 눈만 감으면 당장이라도 잠들 것 같았다. 그럼에도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했다.

     

    “우리 아들 좀 구해주세요. 작가님이 쓴 이야기에 나오는 중상이랑 너무 흡사해요. 어쩌면 작가님이 보시고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 왔습니다. 김창환 선생님이 어쩌면 작가님이 해결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하셨기도...”

     

    김창환 선생은 나를 무엇으로 보았던 것일까? 단지 무서운 이야기를 써서 보여준 것일 뿐인데, 작가가 아닌 무속인으로 본 것인가? 머릿속이 복잡했다.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하는 마당에 다른 사무실까지 울음소리가 들렸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의 눈초리 때문에 아주머니를 급히 달랠 수 밖에 없었다.

     

    “네, 좋습니다. 여사님... 제가 가서 아드님 상태를 봐드리죠. 다만 저는 무속인도 아니고 의시도 아니기에 전혀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단지 여사님께서 이렇게 부탁하시니, 마지못해 가는 것입니다.”

     

    여사님은 그제야 감사하다며 연거푸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자신의 가방을 뒤적이더니, 금액을 알 수 없는 현금 뭉치를 꺼내어 내밀었다. 딱 봐도 삼백은 되 보였다. 세종대왕 뭉치가 세 개 정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본인은 돈 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던가? 사실 거짓말이지만 그날따라 유난히 말과 행동이 달리 나왔다.

     

    “여사님 됐습니다. 일을 해결한 것도 아니고요. 단지 아드님 찾아뵙는 건데요. 그건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 뭉치를 건네는 아주머니였지만, 이미 뱉은 말이 본능을 이겨버렸다. 솔직히 돈을 참으로 좋아하는데 말이다. 쩝.

     

    사실은 무서웠다. 왜 귀신을 보는 남자와 내가 만나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때론 알 수 없는 일이 상식을 이기는 경우도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경기도 가평까지 올라가기 싫었다. 얻는 것 없이 도대체 나는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가? 이미 후회 했을 때, 나의 몸은 기차를 타고 서울 역으로 가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나를 데려간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여 놨다.

     

    “작가님, 생각보다 젊으시군요. 나이가...?”

     

    낯선이와 대화를 잘 못하는 성격 탓에 머리를 긁적였다.

     

    “서.. 서른 셋입니다...”

     

    “우리 아들보다 5살이나 어리시군요. 젊은 나이에 글도 쓰고, 사업도 하시는 거예요?”

     

    멋쩍음에 그냥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차에서 잠이나 자고 싶었다. 해야 될 일이 태산 같았지만 기차에서 일을 하면 멀미가 날 것 같았다. 그렇게 졸다가, 아주머니가 사주신 도시락이나 주전부리를 먹기를 반복하다가 서울 역에 도착했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서울에 오기 싫었는데, 여전히 그곳은 이념의 희생자들에게 포위 되어 답답했다. 혼란스러움에 아주머니는 대뜸 나의 손목을 잡고 택시 승강장으로 갔다. 택시를 타고 동서울터미널로 향했다. 덕분에 편하게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했다. 꽤 오랜 시간을 차를 타고 왔더니 매우 피곤했다.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고 말이다. 사실 180 후반의 큰 키도 한몫했지만, 나는 덩치가 커서 오랜 시간동안 차를 타는 일이 남들보다 더욱 힘들었다. 게으름뱅이가 많이 처먹으면 나처럼 거구가 될 수 있다.

     

    어쨌든 또 오랜 시간을 시외버스를 타고 움직였다. 11월 중순의 경기도란 부산의 한겨울 보다 추웠다. 저수지를 건너고, 시골마을 몇 개를 건너서 생전 처음으로 가평의 한 마을에 당도 했다. 마을 이름도 알 수 없었고, 여기가 어디인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피곤하니까. 부모님께 가평으로 출장을 왔다며 문자를 보냈다. 우리 아들 돈 많이 벌어오라는 답장이 왔지만, 답장 보낼 기분이 아니라서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어버렸다. 아주머니를 따라 오르막길을 올라 언덕 위에 있는 큰 주택으로 향했다. 평소를 운동을 하지 않아서 ‘헉헉’ 거리며 힘겹게 허벅지에 힘을 줬다. 그러면서도 애써 괜찮은 척 숨을 조용히 몰아셨다. 그곳에 당도 했을 때, 아주 근사한 전원주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삼백만 원 받을 걸 그랬나? 아까비, 아까비요.’

     

    사실 아주머니의 행색이 누추해서 돈을 받지 않았던 것 같은데, 역시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없다. 그제야 그녀의 가방이 루이비통이란 걸 알아챘다.

     

    “여보, 나와 보세요. 작가님 모셔 왔어요.”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흰 백발의 노인이 웃으며 맞이 해주었다. 어찌나 사람이 좋아 보이고 친절한지 새파랗게 어린 나한테 존칭을 쓰며 맞이해주셨다.

     

    “최강복입니다. 어려운 길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길이 참 멀지요?”

     

    나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아닙니다”를 연발했다. 최강복씨는 주택 아래에 있는 작은 집으로 안내했다. 내가 묶을 곳이라고 했다. 지금은 모르지만 분명 펜션을 했던 곳이 분명했다. 거대한 주택 뒤로 크고 작은 펜션이 줄지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참을 주위를 둘러 본 뒤, 비로소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

     

    “작가님, 저희 아들이 지금은 약을 먹고 자는 중이에요. 나중에 저녁에 한 번 봐주셔요. 그때 동안 좀 쉬시고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최대한 예의를 차리며 인사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너무나 피곤했다. 차 안에서 충분히 잠을 잤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잠이 아니었다. 이 안락하고 편안한 침대에서 허리를 180도로 펴고, 팔과 다리를 사방으로 뻗어 자는 게 진정한 잠이다.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신체의 전원이 꺼졌다. 어찌나 피곤했던지 꿈도 꾸지 않고 깊은 숙면을 취했던 것 같다. 어느 덧 날이 저물고 밤이 찾아왔다. 잠결에 큰 주택 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를 들었다. 마치 사건과 사고를 방불케 하는 소리였다. 비틀거리며 재빨리 문 밖으로 나갔다. 

     

    역시 주택 쪽에서 뭔가가 깨지고 크게 욕을 내뱉는 소리가 났다. 당장 주택의 현관문을 열고 소란스러운 곳으로 향했다.

     

    “아버지, 저... 저기 저를 보고 웃고 있는 붉은 옷을 입은 할머니가 안 보여요? 저를 보면서 비웃고 있잖아요? 오른 손에는 낫을 들고 저를 베는 시늉을 하잖아요. 저 할머니가 저를 죽일 거 에요. 그 전에 제가 죽여야 산다고요.”

     

    “태철아 여기에 아무 것도 없단다. 무엇이 있겠어?  너 이외에는 아무도 없잖아? 제발 정신 좀 차려봐.”

     

    내가 계단을 오르다 말고 잠시 멈췄을 때, 내가 쓴 어떤 이야기보다 분위기가 무거웠다. 최강복씨 아들인 최태철이 칼을 들고 벽을 마구 긁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곳에 붉은 옷을 입은 노인이 낫을 들고 자기를 죽이려는 듯 희롱하고 있었다고 했다. 

     

    귀신을 본 적은 몇 번 있지만 보고 싶을 때 본적은 없다. 물론 그것을 귀신이라고 믿지 않는다. 지금도 단지 허상이나, 나의 뇌가 일으킨 착각이라고 믿는 쪽이다. 아무튼 그런 내가 칼부림 자국이 난 벽을 응시했을 때도 아무런 낌새를 느끼지 못 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던가? 계단에 멈춰 있는 나를 보자, 최태철이 다시 칼을 들고 위협적인 행동을 취했다. 그것을 보자 아버지인 최강복씨가 서둘러 나를 소개해주었다.

     

    “이 분은 공포소설을 쓰시는 작가인데, 이분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이 너랑 증세가 너무 흡사해서 너희 엄마가 직접 부산에서 모셔 왔어. 그 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쓴 거라서... 어쩌면 너에게 도움이 될지도 몰라?”

     

    물론 최강복씨의 말은 당사자인 나 역시도 이해가지 않았다. 너무 억지스런 소개가 아닌가? 굳이 따지자면 용제아버지 속에 김아무개와 정아무개의 상황과 비슷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곳에 머물 이유는 없었다. 

     

    “안녕하세요. 문화류씨 입니다. 본명은 유...”

     

    그런데 최태철이 나를 한동안 노려보다가 갑자기 발작을 하면서 거품을 물기 시작했다. 최강복씨는 놀란 나머지 모든 가족들을 불러댔다. 정신이 없었다. 그제야 그 집에 있는 모든 인물들을 마주 할 수 있었다. 이 집의 가장인 최강복씨, 그의 아내이자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윤민숙씨, 장녀 최수현, 차녀 최수지, 그리고 문제의 최태철이었다.


    2부에서 계속...

    출처 너무 늦게 찾아뵈서 죄송합니다. 생업 때문에 바빠져서 이제야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여러 글을 시도 했으나, 이상하게 잘 써지지 않더군요. 실력이 없는 자신을 탓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끝나지 않는 지배'의 마지막 편을 50% 정도 썼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반드시 선보이겠습니다. 혹시나 기다려 주신 분이 계시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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