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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이제 곧 그만 둡니다.
여기가 무슨 인성을 가르칠 의무가 있는 학교도 아니고... 수업 시간에 사담을 하는 건 아이들이 기껏 치른 돈을 낭비하게 하는 거 같고 그래서 보통은 철저히 진도만 뺐었는데, 이 얘기는 시간 낭비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또 그만 둘 참에 마지막으로 유익한 이야기나 할까... 해서 아이들에게 임 단장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이번에 유명한 분이 돌아가셨죠?"
애들이 알고 대답을 합니다. "울랄라 세션에 그 사람요."
잠깐 고민했습니다. 1~2분 정도. 말없이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습니다.
"맞아요. 슈퍼스타 K로 데뷔한 그 분... 인터넷에서 기사들 많이 봤을 테니 전후 이야기는 굳이 상세하게 하지 않을 거예요. 다만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건 여러분들에 대한 얘기예요."
애들이 어리둥절하게 바라봅디다.
"물론 여러분들이 그런 짓을 했다는 얘기는 아니예요. 여러분들 착하고 좋지 못한 말버릇도 평소에 보지 못했고 해서 난 여러분 믿어요. 하지만 여러분이 가장 위험한 시기이기 때문에, 굳이 이야기를 꺼내요. 지금부터 선생님이 하는 얘기는 시간 낭비가 아니니까, 시간 아깝다 생각하지 말고 들어줘요. 기껏해야 보습학원 선생님 주제에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주제 넘은 짓인 거 같긴 한데... 그래도 혹시나 이것 때문에 진도가 부족하게 되면 보충 수업을 하건 다음에 수업 시간을 좀 오래 끌 어떻게 해서라도 진도 맞춰줄 테니까."
잠깐 침묵. 시계를 보고 시간을 조금 계산하면서, 다시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에서 그 분에 대한 악플을 많이 봤어요. 돌아가시기 전에도 위암 아니라는 둥 빨리 죽으라는 둥 어쩌구 저쩌구 악플이 달렸고 돌아가신 후에도 암윤택이라고 조롱한다거나 잘 죽었다고 한다거나 하는 악플이 달렸더라구. 근데 내가 충격이었던 건, 어른들이 단 것도 있지만 어린 아이들이 달았다 싶은 악플도 꽤 있었어요. 기껏해야 여러분 또래 나이 정도 됐을까 싶은 애들."
여기까지 얘기하니 애들이 뭔 말을 하려는지 알겠었나 봐요. 금방 숙연해지더군요.
"여러분들 나이는 사회적으로 약자예요. 부모님의 한 마디, 선생님의 한 마디에 주눅 들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약자. 그래서 여러분들 나이대에는 반말하고 욕 잘하고 이런 게 멋있어 보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그런 거에 동화되지 말라는 거예요.
인터넷에 수두룩한, 반말과 욕설 등 거친 말을 위주로 하는 불건전한 사이트들에 빠지는 사람들이 여러분들 나이대에 참 많아요. 간혹 어른들도 그렇긴 하지만 설문 조사 보면 대부분이 10대 위주... 그건 여러분들이 약자이기 때문에 인터넷 속에서라도 강자가 되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어서 그래요. 그래서 그런 사이트의 유저들을 보면 괜히 멋져 보이고 동경하게 되고 빠지게 되지요.
게다가 그런 사이트엔 소위 네임드라는 사람들이 있죠? 사이트 활동 레벨이 높고 그 사이트 내에서만큼은 아주 유~ 명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그 사이트에서만큼은 강자예요.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여러분들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사실 답은 뻔하죠. 동경심은 더더욱 커져만 갈 거고 네임드가 되기 위해서 온갖 자극적인 게시물들을 올리게 돼요. 거기선 더 자극적일 수록 환영을 받으니까요. 그럴 수록 괜히 강자가 되는 것 같고 우쭐하고 보상 심리를 느끼겠지요.
하지만 그런 일련의 과정에서 여러분에게 남는 건 아무 것도 없어요."
한두 명이 뜨끔했는지 어쩐지 슬그머니 시선을 돌리더이다.
설마, 하는 마음에 움찔했지만 아닐 거라 믿고 얘기를 계속했습니다.
"더 심각한 건 이게 단순히 청소년기의 귀여운 행동으로, 커서 이불 걷어찰 행동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거죠.
예를 들어볼게요. 가장 자극적인 소재를 찾자면... 그런 사이트의 유저들이 자주 쓰는 말 중에 운지, 홍어, 쌍도... 등등이 있어요. 다 어디서 나온 말들인지 알고 계시나요? 정치적인 이유로 만들어졌고, 굉장히 비인간적이고 왜곡된 의미가 담겨있는 단어들이예요. 이런 단어들이 왜 쓰일까요? 세뇌와 선동에 의해 쓰이는 거예요.
여러분들 나이 때는 정치란 걸 잘 몰라요. 기껏해야 고등학교 과정에서 정치, 사회, 경제 등 배우는 게 다이고 본격적으로 그러한 것들에 대해 알기 위해선 관심이 굉장히 많아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해요. 그런데 그 나이 때는 듣기만 해도 지루해하는 그런 과목들에 관심을 가질 소지가 적죠. 그럼 여러분들이 이런 단어들을 만든 건 아니겠네요... 누가 만들어 쓰기 시작했을까요?
네, 맞아요.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어른들이 만든 단어예요. 아닌 경우도 물론 있지만 대개는 여러분들을 세뇌하고 선동하기 위해서 만든 단어들이예요. 그 주체가 진보냐 보수냐 이도 저도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어른들이 어린 아이들을 세뇌하고 선동하기 위해서 이런 단어들을 만들고 유통시켰다는 게 중요한 거지.
여러분들이 저런 단어를 쓰는 건 '나는 세뇌하고 선동 당해서 저질스럽고 상스러운 말이나 떠들어대는 똥덩어리입니다!' 하고 외치고 다니는 것과 같다는 거예요.
비단 정치적인 것 뿐 아니라 다른 것도 마찬가지예요. 여러분들에게 자극을 위해서 가장 자극적인 단어들을 먼저 꺼내다 보니 정치로 흘러갔을 뿐 이번 임윤택 단장 사건도 똑같아요. 누가 쿨한 척 멋있는 척 잘 아는 척 자극적인 말투로, 있어보이는 말투로 임윤택은 위암 아니네 뭐네 떠들어대니 팔랑귀들이 그거에 세뇌 당해서 여러 사이트로 퍼나르고 악플 달고 했던 거죠. 그 중엔 10대도 꽤 있을 거예요.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게 뭔지 알겠어요? 여러분들도 이제 자기 의견을 가질 때가 됐다는 거예요. 세뇌 당하고 선동 당하고... 그럴 나이는 지났어요. 여러분들 철없는 초등학생 아니예요. 법적으로는 아니지만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는 철들 때 다 된 나이예요. 무슨 의견을 들었을 때 그거에 휩쓸려서 칠렐레 팔렐레 다니지 말아요. 항상 민감한 이야기들은 한 번 더 생각하고, 의심하고, 조사해보는 자세. 그게 힘들다면, 적어도 쉽게 세뇌되고 선동되지 않게 한 번이라도 다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어린애 아니잖아요.
여러분들 나이대는 특히 우리 나라의 미래라는 점에서 더 중요하기도 하구요.
멋있어 보인다고 있어 보인다고 무조건 현혹돼서, 혹해서 따라가지 말라는 얘기예요. 여러분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니까 날라리들 보면 한심해 보이고 그러죠? 근데 내가 말한 행동들이 날라리랑 똑같다는 걸 명심하세요. 날라리들 왜 날라리 됐겠어요? 일진들 멋있으니까, 사람 패고 문신하고 본드 불고 이런 자극적인 거, 멋있어 보이니까 따라서 한 거예요.
저질 사이트들도 똑같아요... 물론 그걸 만든 어른들의 잘못이 더 크겠지만."
여기까지 하고, 한숨 돌리고, 다시 수업 시작했습니다.
슬쩍 시계를 보니 시간이 15분이나 지나있더군요.
하지만 그 15분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꼭 필요한 얘기를 했다고 생각했어요.
정치적인 얘기가 중간에 들어가긴 했지만 임 단장 사건을 보고 이야기하다가 이야기가 중간에 샛길로 빠진 거라서. 연예 게시판에 씁니다.
게시판을 시사로 할지 자유로 할지 연예로 할지 엄청 고민했거든요... 게시판 제대로 안 지켰다고 생각하시면 나중에 옮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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