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정부가 벌인 댓글 공작의 실체가 25일 전모를 드러냈다. 이명박 청와대가 ‘사이버 컨트롤타워’를 두고 댓글 공작을 진두지휘했으며,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방위사령부 등은 수족 노릇을 한 사실이 파악됐다.
사이버 컨트롤타워가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된 점, 댓글 공작 지휘부인 국민소통비서관실이 인터넷 여론동향을 이 전 대통령에게 매일 보고한 점 등을 감안하면 이 전 대통령의 댓글 공작 지시·관여 정황도 뚜렷해졌다.
국정원과 군 말고도 경찰의 댓글 공작 개입 의혹도 제기됐다.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 대통령 직속 ‘사이버 컨트롤타워’
경향신문이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을 통해 입수한 유관기관 보고 문건(2008년 7월23일 작성) 내용을 보면, 사이버 컨트롤타워는 홍보기획관실과 위기정보상황팀 등 두 축으로 편제됐다.
“국가를 위협하는 해킹, 사이버 테러 등에 대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위기정보상황팀은 차두현 전 KIDA 연구원이 팀장을 맡았다. 문제는 홍보기획관실-국민소통비서관실로 이어지는 다른 축이다. 문건은 국민소통비서관실의 역할을 “국정 관련 인터넷 공간 통제를 위한 컨트롤타워”로 규정했다.
국민소통비서관실의 업무는 “사이버상 여론 수집·분석” “불법 폭력시위 주동자 및 악성 루머 유포자 색출” “인터넷 토론방 내 악성 게시물 대응 및 정부 시책 옹호글 게재” 등이다. 인터넷 여론조작이 주요 업무였던 셈이다.
문건에는 국민소통비서관실 업무 내용과 관련해 “보안 유지 요청”이라고 적혀 있다. 청와대가 국민소통비서관실의 업무 내용에 대한 보안 유지를 요구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도 국민소통비서관실 업무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면 문제가 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 인터넷 여론 수집, MB에게 보고
국민소통비서관실은 국정원·국방부·경찰 관계자 등과 주기적으로 회의를 하고 인터넷 여론동향 및 인터넷 공간 통제 방안 등을 논의했다. 문건에는 국민소통비서관실이 국정원·경찰 등을 통해 인터넷 여론을 수집한 것으로 나와 있다.
청와대에 ‘사이버 컨트롤타워’가 생긴 이후 군 사이버방위사령부 등의 댓글 공작이 본격화된 것을 보면 국정원과 군의 댓글 공작 역시 국민소통비서관실의 지휘를 받아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경찰의 댓글 공작 개입 여부도 주목된다.
이철희 의원은 “법 집행기관인 경찰이 불법적 댓글 공작과 여론조작에 버젓이 참여했다는 건 처음 밝혀진 사실”이라며 “경찰은 더 이상 남의 일처럼 외면 말고 과거청산과 재발방지책 마련에 전면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소통비서관실은 국정원·경찰·군을 통해 인터넷 여론동향을 수집한 뒤 분석해 한 쪽짜리 일일 여론동향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매일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같은 기관이 2009년 4월2일 작성한 문건에는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는 ○○(해당 기관) 제공 자료 중 평균 2건 이상을 포함하여 ‘일일 여론동향 보고서(1P)’를 생산, 대통령님을 비롯한 BH 수석실 내 148명에게 일일 단위로 배포”라고 적혀 있다.
국정원과 군의 인터넷 여론동향 파악이 댓글 공작과 동시에 진행된 점을 보면, 해당 보고서에는 단순 여론동향뿐 아니라 ‘조치 방안 및 결과’ 등 불법적 댓글 공작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홍보기획관은 박형준 전 의원, 국민소통비서관은 김철균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 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