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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animal_98772
    작성자 : 니예니예
    추천 : 13
    조회수 : 1065
    IP : 183.103.***.196
    댓글 : 27개
    등록시간 : 2014/08/10 02:34:23
    http://todayhumor.com/?animal_98772 모바일
    나는 감정이 메말라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나를 네가 바꾸었다.
    나는 흔히 말하는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들이다. 

    둘째이자 막내이면서도 그 흔한 어리광이나 애교를 떨어보지도 못하고 자랐고, 왠만한 다른 집 장남들보다 더 책임감과 부담감을 가지고 살아왔다.

    때문에 나는 약한 모습, 감정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 연습을 했고, 20살이 되고 군대를 다녀오고 다시 복학을 하고

     그리고 지금 27살이 되었을 때.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 듣는 말조차 '감정표현 좀 하고 살아라' 였다.


    나에겐 중학교 1학년때 생일선물로 데려온 강아지가 있었다. 견종은 시츄였고 이름은 '토토'였다.

    당시 토토의 나이는 3개월이었고, 얌전하고 착한 성격덕분에 가족들에게 큰 피해없이 사랑받으며 자랐다.

    그때의 나는 너무 어렸고, 강아지를 처음 길러보았다. 맛있는것을 나누어주고, 잘 먹는거라면 뭐든 먹였다. 

    그렇게 큰 병치례 한번 없이 꾸준히 나의 사춘기, 수능으로 인해 힘든 시절, 군입대, 군제대를 묵묵히 지켜주었다.

    부모님이 밤 늦게 가게에서 돌아오시면 가장 먼저 나가서 꼬리를 흔들며 아빠의 양말로 장난을 치려 했었고

    무뚝뚝한 아버지 조차 토토가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릴땐 얼굴이 발그레 지시면서 이뻐하곤 하셨다. 

    나 역시 밖에선 말수가 적고 무뚝뚝하며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지냈지만, 토토를 안고있을때 만큼은 웃고, 떠들고 장난을 치곤 했다.


    어느새 토토는 우리 가족으로 당연해졌고, 큰 애교를 부리지않아도 침대 한켠에 누워있기만해도 우리 가족에겐 그리곤 나에게 행복이었다.

    그리고 그 당연함이 토토의 존재를 익숙하게 만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소중한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태풍 부는 날 집앞에서 벌벌 떨고있는 요크셔테리어를 어머니가 데리고 왔다.

    그 전에도 유기견을 보호하며 주인을 찾는 전단지를 붙이며, 주인을 찾아주기도 했고,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입양도 보내곤 했다.

    하지만 이 아이는 주인도, 입양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엔 토토의 동생으로 함께 살게 되었다. 유기견이라는 특성 상 사람의 눈치를 많이 봤고

    겁이 많았고, 식탐이 많았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랴. 가족들은 당연히 토토를 더 이뻐해주었고, '이삐'라는 이름을 가진 요키에게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갖게 되었다.  물론 구박을 하거나 때리거나 하진 않았지만 애정이 토토에게 쏠린 건 사실이니까.


    그렇게 나는 성인이 되고,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생활을 할 무렵.

    토토와 이삐는 10살이 훌쩍 넘은 노견이었고, 아이들은 별 탈없이 지내는가 싶었다.



    어느 한가로운 오후. 

    가게에서 아버지가 잠시 집으로 올라오셨고, 토토와 이삐를 목욕시키자며 나를 불렀다. 

    토토를 먼저 목욕 시키고 나는 늘 그랬든 드라이기로 털을 말리는 도중.


    갑자기 토토는 비명을 지르며, 몸에 경련을 일으키고 마비가 오고 똥오줌을 쌌고. 숨을 잠시 멈추었다.

    나는 너무 놀라 토토를 안고 '아버지!!! 토토가 이상하다!!'라고 이삐를 씻기고 있는 욕실로 들어갔다.

    아버지도 너무 놀라 토토를 쓰다듬으면서 진정을 시키셨고, 토토는 곧 호흡을 되찾고 안정을 찾았다. 

    목욕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던건가..  

    그때부터 토토는 기침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  숨 넘어갈듯한 기침.


    그리고 병원에 데리고 갔고, 수의사는 기침을 완화시켜주는 약을 지어주었다.  효과가 있는지 기침은 멈추었지만 약을 끊은 뒤로는 간혈적 기침을 했다.

    하지만 건강상에 큰 문제는 없어보였고, 그렇게 평화로운 날들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2013년 11월. 

    토토가 이상했다. 원래 얌전하고 움직이 별로 없는 녀석이 숨을 헐떡이고 앉은 자세로 눈을 자꾸 감았다. 

    어머니조차 걱정이 되었는지 아버지에게 전화를 하셨고, 아버지는 근처 24시간 병원을 찾아 나와 함께 토토를 데리고 갔다.

    "심장병 말기. 폐수종. 완치확률 없음. 시한부 한달"

    꽤나 큰 병원에서 내린 진단이었다.  심장은 이미 비대해질대로 커져서 폐를 압박하고 기도를 눌리고 있었고

    폐는 물이 차서 콧물을 계속 흘렸다. 단순히 코가 촉촉해진걸 우리는 위험신호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앞으로 토토는 버틸 수 있을 만큼 심장약을 먹어야 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입원을 시키시지만, 오늘이 고비일지도 모릅니다. 행여나 새벽에 토토가 사망한다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


    강아지를 처음 키우며 우리는 너무 무지했다. 사람이 먹는 음식, 염분이 가득한 음식. 우리가 토토에게 이쁘다고 해주었던 그 무지에서 나온 결과물이

    토토를 이렇게 만든것 같아서 너무 힘들었다.

    그 날은 잠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아침에 연락이 왔다. 

    "토토가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아버지와 난 기쁜 마음으로 토토를 데리고 갔고, 아직은 멍한 모습에 안도아닌 안도를 했다.


    그리고 토토의 투병생활이 시작되었다.  2주마다 한번씩 검사를 받으며, 2주 약값은 20만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신기하게도 퇴원을 하고, 약을 먹이자마자 토토는 예전처럼 활기를 띄우고 가족들을 대했다.

    우리는 안심을 했다.


    하지만 수의사는 말했다. 

    "토토는 약으로 버티고 있는겁니다. 잠시 숨을 편히 쉴 수 있기때문에 활발해져 보이는거고, 또 언제 응급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때는 토토를 편히 쉬게 해주는것이 토토에게도 좋을거같다는 소견입니다."


    그 말은 내 가슴에 남았고 늘 나를 아프게 했다.

    병원에 갈때마다 의사는 토토에게 잘 버티고 있다며, 아이가 너무 착하다며 칭찬을 해주었고 나는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해가 바뀌며 2014년이 되었고, 토토는 약을 먹을때나, 가끔 무리를 할때 기침을 하는 횟수가 조금씩 늘어났고

    처음 보였던 쇼크로 기절하는 모습또한 늘어났다. 하지만 그때마다 내가 해줄 수 있는건 꼭 껴안으로 가슴을 눌리주며

    "괜찮아..괜찮아.."하면서 진정을 시키는 것뿐이었다.  

    투병기간동안 나 역시 자유롭지 못했다. 

    행여나 내가 집에 없을때 토토가 가지는 않을까하고 약속을 잡지도 않았고 항상 집에 붙어있었다.

    3개월차가 되는 날. 토토는 더 없이 힘이 없어보였고, 하루에만 호흡정지가 오는 쇼크가 3-4번으로 늘어났다.

    그때 나는 ..

    "토토야.. 이제 그만 버티고 좀 편해져도 괜찮아..넌 잘 버텼어.." 라는 무섭고도 이기적인 생각을 했다.

    내가 너무 힘이 들어 내일 눈을 뜨면 토토가 잠든 상태로 편안하게 숨을 거뒀으면 하는 바램도 했다.

    그때의 나는 너무나도 이기적이고 잔인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2월 24일. 

    토토는 다시 한번 위기를 맞았다.  제대로 앉아있지도 못하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했으며

    똥오줌도 제대로 가리지 못했다. 

    새벽 내내 가족들은 모여서 회의를 했다. 토토를 보내줄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욕심대로 더 묶어둘 것인가.


    어머니는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시며 

    "아직 이렇게 숨 쉬고 있는데 멀쩡한 애를 어떻게 할라고... 안된다... 토토는 안된다..." 라고 하셨고

    나와 아버지는 편히 보내주자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침이 되고. 토토를 안고 집을 나설때조차

    나는 토토를 끝까지 붙잡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너무나 미안했다. 그렇게 독한 심장약을 먹이는 것도. 쇼크가 오는것도. 

    숨쉬기도 힘들어하는 애를 또 한두달 붙들어주는것도..  너무나도 미안했다. 

    어머니는 아침까지 한숨도 못자고 토토를 안고 계셨다.


    "어머니.. 이제 토토.. 보내주자.. 우리 토토 한달 선고 받고 3개월이나 버텼다... 이만하면 됐다.. 우리 욕심에 애 더 힘들게 하지말자..."



    어머니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셨고 두눈은 퉁퉁 부어계셨다.

    그리고는 토토를 꽉 끌어안으며 귀에 뭐라고 속삭인 다음

    "자.. 데리고 가라.."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토토를 안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일찍 동물병원으로 출발했다.


    토토는 동물병원에 가는 차 안에서 내 품에 꼭 안겨있었고 나는 울음만 참고있었다.

    수의사 역시 미리 전화를 받고 준비중이었으며, 마지막으로 검사를 하였다.

    "이만큼 버틴것도 기적입니다... 토토는 정말로 정말로 잘 버텼어요. 그만큼 아버지. 어머니. 형의 사랑이 좋았나봐요. 이제는 보내주시는게 제 생각에도

    좋을거같습니다.."


    나는 토토를 안아주며 마지막으로 키스를 해주었다.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앞으로 사랑한다고. 또 내 동생이 되어달라고.



    아버지가 말하셨다.


    "니는 나가있어라... 니는 이거 못본다.. 토토는 내가 보내줄게."

    그 말을 듣고 나는 수의사에게 얼굴도 쳐다보지 못하며

    "..잘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아프지않게 편안하게.." 란 말을 채 끝맺지도 못하며 울음을 터트리고 병원을 나와버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토토를 쳐다못지도 못했다.

     
    난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한게 여지껏 후회로 남는다.


    그리고 동물병원 앞. 구석에서 줄담배만 피워댔다.

    아침부터 수염이 덥수룩한 20대 후반 남자가 동물병원 앞에서 눈물을 질질 짜며, 앉아있는 모습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보았다. 하지만 신경쓰이지 않았다.





    그리고 20여분 뒤. 아버지가 나오셨다.  눈시울이 붉어지셨다.

    그리고 나를 꼭 껴안으며 말씀하셨다.


    "토토가.. 정말로 편안한 표정으로 정말로 행복한 표정으로 갔다. 고생했다..나중에 장례식장에서 연락 올거다. 같이 가자.. "

    나는 그 말에 다시 한번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집으로 갔다.

    엄마는 휴대폰에 저장된 토토사진을 가슴에 품고 울고 계셨다.


    나는 눈물을 닦고 참으며 어머니 앞에 앉았다.

    참아 마지막을 지켜주지 못했다고 말 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말을 꺼내셨다. 

    "토토는...토토는 잘 갔나.."

    나는 담담하고 오히려 괜찮은듯이 말했다.

    "어.. 잘갔다. 그동안 우리가 너무 힘들게 한게 미안할만큼 편안하고 행복하게. 요 근래에 본적없는 그런 편안한 모습으로 갔다."


    "그래.. 다행이다. 토토가 형님한테 사랑 많이 받고 가서.. 다행이다. 마지막에 외롭게 혼자 집에서 가지 않아서 다행이다..."

    엄마는 하염없이 우셨고 나는 거짓말을 했다는 죄책감에 결국 눈물이 터져나왔다. 

    내 평생 그렇게 서럽게 울어본적은 처음이었다.  마치 여지껏 숨겨놓고 감춰왔던 나의 약한 모습.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한번에 다 터진 그런 울음이었다.


    27살 먹은 아들이 어머니 앞에서 아이처럼 통곡했다.

    "토토한테 너무 미안해서.. 그냥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이 말조차 쉽게 이을 수가 없었고

    어머니는

    "됐다... 고생했다.. 니가 고생 제일 많이 했다.. 토토 좋은곳에 갔을거다..." 라며 나를 안아주셨다.



    그 날 오후. 아버지와 나는 토토 장례식장에 갔고, 원래는 뿌려주려고 했던 유골함을 가지고 다시 집으로 왔다.

    한다발의 프레지아꽃을 사서 함께 가져왔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나도, 어머니도, 아버지도 토토를 쉽게 보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7키로였던 강아지가 조그만한 유골함에 담겨져 데리고 오니. 어머니는 다시 한번 통곡하셨다. 


    그리고 나는 토토를 위해 찬장 한켠에 추모칸을 만들어 주었다.

    언젠간 우리 가족이 토토를 웃으면서 보낼 수 있을 때 그때 드넓은 벌판에 뿌려주기로 약속을 하면서..






    반려동물이란 정말로 위대하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조차 마음의 치유를 얻지 못하고 가슴만 더 닫고, 잠그고 살아왔다.

    하지만 정말로 몰랐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침대 한켠에 누워있던 내 작은동생이 나를 13년이나 지켜주고 치유해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토토를 보낸 뒤로 나는 눈물이 많아졌다.   아니. 눈물을 참으려고 하지않았다.  슬프면 울고 기쁘면 웃고. 


    토토가 보고프고 그리우면 그냥 울고 울었다.  참지 않았다. 나는 토토가 선물해준 감정의 솔직함이라는 선물을 다시 버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6개월이 지나고 이삐도 이제 노견이 되어 잠이 늘었다. 그리고 토토의 후임으로 자두라는 시츄 한마리도 키우고 있는데 이녀석이 꽤나 똥꼬발랄해서 요즘 행복하다.

     나는 몇년안에 또 다른 이별을 준비해야 하겠고. 또 눈물을 흘려야 할것이다. 


    하지만 무섭다고 피하기 보단 그때는 정말 내 품에서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다시 나한테 와달라고. 미안하다고 그렇게 속삭이며

    내 동생들의 마지막을 지켜주고 싶다.


    그리고 반려동물을 키우려는 사람들에게 말하고싶다.

    이 아이의 첫모습을 보고 키우려고 하지말고, 마지막 모습을 생각하며 키우라고. 

    내가 아끼던 반려동물과 이별을 한다는건 생각보다 더 큰 슬픔으로 다가온다.  그것을 이겨낼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키우라고 말해주고 싶다.

    훈련시키고 복종시키고 내 입맛대로 키우는 동물이 아닌, 가족으로 안아주고 대해주고 지켜주는 마음으로 키웠으면 좋겠다.





    사랑해. 토토야.  형은 너를 정말로 잊지 못할거야. 

    꼭 다른 모습이라도 좋으니 형에게 다시 와줬으면 좋겠다.  다음생에도. 그다음생에도. 


    무지개다리 너머에서 이제 할배가 다된 이삐랑,  아직 5개월밖에 안된 자두. 많이 많이 지켜보고 건강하게 지켜줘. 

    사랑해. 



                                                                                                                             - 내 인생에 최고의 동생이었던 토토의 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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