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S 액션게임 사이퍼즈에는 닥테라는 용어가 있다. 늘여서 닥치고 테러. 간디마냥 전 인류적 평화사상을 내세우며 대인과의 싸움을 멀리하고, 대신 현대문물에 찌들은 21세기 사람들을 일깨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각지의 건물을 부숴대는 행위를 일컫는다. 요약, 간디가 테러범이 된거다.
이 혐오스럽기 짝이없는 행위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렇다. 진절머리가 난다. 도샬타 + 카를레나 5셀렉으로 시작부터 먹으라는 립은 안 먹고 12345타워에 한명씩 붙어 투닥대는 5인팟이라면 차라리 폭소가 나오겠다만 그런 경우는 드물고, 결국 나머지 유저에게 폐를 끼치는 닥테러가 태반이라 볼 수 있겠다.
이쯤에서 각설하고.
맵 브리스톨. 주황색 노을이 땅을 비추는 가운데 넓은 황야에서 전쟁을 하는 듯 하여 타 맵보다 여러모로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타라(본인) 아이작 레이튼 피터 마틴
vs
웨슬리 휴톤 제이 틀비 샬럿
초반 22립을 다 먹고 막 돌아서는데 왠걸, 본인 팀 22립 점프기어 주변에 붉은 원이 그려졌다. 필시 적이 실수로 점프기어를 탄 것이리라. 본인은 웃음을 머금고 그 주변에 앉아 적이 착지할때까지 기다렸고 그 붉은 원을 발견한 본인 팀 피터도 본인 옆에 나란히 앉아 같이 2등분해 먹자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땅에 충격파를 일으키며 어떤 이가 사뿐히 착지하였다. 적 휴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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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육체는 극진금강바야바에 휩쓸리며 그 빠른 스피드에 당황한 아군 피터의 옆을 휑하니 지나쳤다. 그 찌찌의 강력함에 본인의 타라는 혈을 토했고 그 혈은 본인이 비행하는 궤도를 따라 길게 흩뿌려졌다. 이윽고 땅에 착지하자 본인의 타라는 먼지폭풍을 일으키며 측면으로 데굴데굴 굴렀고 구르기를 겨우 멈춘 타라의 모습은 실로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적 휴톤은 그런 본인의 전방에 멋있게 땅을 딛었다. 그의 등 너머에서 본인 팀 피터가 허둥지둥 달려오고있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본인의 소중한 강냉이는 순식간에 털려버리고 말았다.
그 휴톤은 공휴톤이였다. 이후로도 적 휴톤은 본인을 향해 몇 번이나 극진금강바야바를 시전했으며 그에 휩쓸리는 본인의 타라는 매번 공중에서 혈을 토했다. 그의 단단한 가슴에 부딪치며 치명타가 뜨자 형체도 없이 공중분해된 때도 있었다.
그러는 사이 본인 팀 4명은 적과의 한타를 이기고 타워를 밀고있었다. 적 123타워를 전부 밀어버린 아군을 보며 그때까지 바야바를 4번이나 처맞았던 본인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아주 약간은 슬프지만 훌쩍 그래도 훌쩍 기쁨의 눈물입니다! 훌쩍.
타워가 다 밀려버린 적군들은 적 휴톤을 책망했다. 탱커 캐릭터로 공을 타선 한타에 참여하지 않았으니 그러했다. 적 휴톤은 변명이랍시고 본인을 가리키며
휴톤 : 적 타라 레벨보셈. 아직도 15임.
휴톤 : 내가 쟤만 4번이나 끔살해서 존1나 거지된거.
본인은 발끈하며 결코 그렇지 않다고, 사실은 고정랩이라고 뻥뻥 외쳤다. 그런 본인을 무시하고 적들의 대화는 이어졌다.
틀비 : 병같이 못하는 저 타라 몇 번 죽인게 뭐가 대단타고?
휴톤 : 아니 확실히 개못하는 타라긴 한데 한명을 아예 거지로
웨슬리 : 닥쳐라 브5론즈. 하필 트롤러 죽여놓고 뭐? 아이고 의미없다.
본인은 아무 말도 못 들었다. 아 타라 휠업 멋있다. 쉬익촤이쉬익촤아.
자신의 팀으로부터 모든 비난을 한꺼번에 받은 적 휴톤은 멘붕한듯 했다. 적 휴톤은 마지막으로 "적 타라 개몬함"을 전체채팅창에 남기며 유유히 방을 떠났다. 어허 고정랩이라니까 자꾸 그러네.
아무튼 그러한 휴톤도 있었다.
몇 분후 방을 떠나간 적 휴톤대신 누군가가 난입하였다. 도일이였다.
적 도일은 막 난입해오자마자 패기롭게 테러를 감행했다. 우리 1번 타워에 대놓고 달려온 적 도일. 그를 막으러 본인과 함께 다수 팀원들이 나섰으나 곧 본인 팀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군 1번타워의 적 도일을 막으려는 순간 바로 반대쪽 아군 3번타워에 적 제이와 샬럿이 달려온게 아닌가. 나중에 적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보니
틀비 : 울 도일 뭐함 닥테함?
샬럿 : 닥테 하지마 하지말라고 신고한다 아나 너 내일 영정ㅅㄱ
제이 : ㅈ도 말 안 듣네 쟤 1번에서 어그로 끄는 사이 3번 먹자
며 양동작전을 펼친 것이란다. 두고볼세랴 본인 팀은 두 갈래로 나눠져 그들을 막으러 바쁘게 발을 움직였다.
직후 아군 4번 타워에 꽂히는 적 틀비의 비행을 시작으로,
곳곳에서 시작되는 아군 적군의 대치와, 정 중앙에 등장한 1단계 트루퍼의 유혹과, 적 도일을 잡고 돌리는 아군 아이작의 엉덩이, 그리고 적 웨슬리의 핵소리가 들리며 시작되는 극한 서바이벌 심리전까지. 적 아군 할 거 없이 일식을 맞이한 잉카족 마냥 혼란에 휩싸여 멘붕상태로 이곳저곳을 분주히 뛰어다녔으며 난간 너머로 번지하는 유낙을 바라보며 그 주변의 센티넬은 소원을 빌었다. 그런 혼돈의 도가니 속에서 평화주의자 테러리스트들은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 상대의 건물을 차례차례로 파괴해댔다.
건물에 데미지 터지는 소리. 혼란에 휩싸여 뿔뿔이 흩어져버린 팀원들의 헬핑소리. 다양한 색깔의 이펙트와 함께 터지는 온갖 스킬소리. 아군이 공격받고 적 타워를 공격 중이며 아군 타워가 위협받고 있다는 네비게이션 언니의 바쁜 목소리. 이외 트루퍼의 이햐 여긴 어디냐와 뜬금없는 궁극기준비완료 핑까지 절대화음을 자아내며 여러가락의 여러 소리가 전 사방에서 난잡하게 울려퍼졌다. 설령 명왕이 납셔도 말릴 수 없을 법한 극한의 아수라장이였다.
아군 마틴이 자자 이제 진정하라며 진심어린 목소리로 모두를 타일렀으나 그의 상냥한 목소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마틴 : 후퇴하라!
마틴 : 님들 제발 그만 좀; 언제까지 이 상태로 갈거에요;
아이작 : 공격하라!
피터 : 트루퍼를 공격하라!
아이작 : Help!
타라 : 공격하라!
<타라 : 유성낙하!>
타라 : Help!
피터 : Help!
레이튼 : 공격하라!
<아이작 : 쓰레기가!>
아이작 : ㅅㅂ 철거반
마틴 :
이러한 무정부 상황은 어느 침착한 자들의 트루퍼 순삭에도 불구하고 그치지 않아 약 10분 동안 내내 지속되었다. 누가 이기고있는지, 누가 지고있는지도 모르게 따로따로 놀며 적들을 잡아내고, 아군은 잡혀졌다.
본인 : ..? 우리 기지 왜 HQ밖에 안 남음요? 그것도 개피로.
아이작 : 오 진짜네ㅋㅋㅋㅋㅋㅋㅋㅋ
피터 : 쩐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겨우 이성을 되찾고 올려다본 본진엔 개피 HQ 하나만 뎅그러니 놓여있었고 수호자도, 수호타워도 그 어느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아군들이 본진 바깥을 떠들썩하게 돌아다니는 사이 적들의 절묘한 테러가 낳은 멋들어진 결과물이였다. 그래도 누군가가 잘 막아줘서 HQ가 파괴되는 일은 면한것 같다. 본인은 웃었다.
본인 : 와 누군진 몰라도 본진 잘 막아줬네요. 굿잡ㅋㅋ
마틴 : 그게 누굴거라고 생각하세요.
본인 : ?
뒤를 돌아보았다. 아군 마틴이였다. 그는 개피 상태로 홀로 본진 안에 남아 상냥한 미소를 짓고있었다. 마틴은 다시 질문했다.
마틴 : 그게 누굴 거라고 생각하세요.
본인 : ..
마틴 : 적 테러를 잘 막아낸게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본인 : 혹시 님이 막아주신건가요?
마틴 : 팀원이 본진 바깥에서 개판 오분전으로 헬프공격하라헬프 지껄이는 가운데 HQ마저 겨우 개피로 남기고 혼자 적 테러를 잘 막아낸게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본인 : ;;;;;;;
마틴의 질문은 계속되었다.
마틴 : 진정하라 진정하라 몇 번을 말해도 듣는척 마는척 뿔뿔이 흩어져서 1대1펼치거나 테러하거나 트룹을 잡수거나하는 액션본능에 충실한 개같은 팀을 두고
마틴 : 몇 번이고 적 테러를 잘 막아낸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마틴 : 차례로 찾아와선 비행 꽂고 초스 꽂고 비 꽂고 타임 투 공성 콰콰콰콰아디오쾅스 그러나 팀원은 파블로프의 개새끼마냥 침흘리며 앞으로만 앞으로만 전진해대는데
마틴 : 그 와중에도 홀로 본진에 남아 HQ가 떡이 될때까지 적 테러를 잘 막아낸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타자속도 지리네요 마틴님. 라는 감탄은 차마 하지못하고 본인은 그저 숙연해졌다. 다른 이들도 하하 마틴님 고생하셨네요 같은 소릴 하면 살해당한다는걸 잘 알고 있었기에 그저 정숙했다.
마틴님의 흥분은 그칠줄을 몰랐다. 그는 6번째 질문까지 한치의 오타도 없이 본인과 아군을 매도했고 우리들은 그 질문들에 도저히 답을 달 수 없었다.
이윽고 마틴님이 7번째 질문을 이제 막 출제할 때. 갑자기 저 멀리서 자그마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피유우웅~
본인 : ? 적 핵임 ㅌㅌㅌㅌ
피터 : ㅌㅌㅌㅌㅌㅌㅌ
콰아앙~
전투에 패배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렇게 하나의 공성전이 막을 내렸다. 마틴님은 눈에 색을 잃고 그저 우두커니 서있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