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에겐 민중의 지팡이, 어떤 이에겐 민중의 곰팡이 소리를 들으며 일하는 7년차 직장인입니다.
업무특성상 잘하면 본전치기이고 못하면 평생 먹을 갖은 욕설 다 들어먹지요.
이 일을 7년간 하면서 시체 참 많이 봤네요. 문제는 지금껏 해온 기간이 7년차니 앞으로 정년까지 한참 남았으니깐 시체 볼 일이 더더욱 많겠네요.
저에겐 '시체'라는 단어보다는 실무상 많이 쓰는 '사망자', '변사자'가 더더욱 손에 익습니다.
평소 공포이야기 좋아하는지라 심심하면 오유에 들어와서 이야기를 많이 읽어보곤 합니다. 각자의 사연이야기를 읽어보다가 어느날 문득 저의 사연을 얘기하고 싶어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사실, 장의사 만큼은 아니지만 '경찰'이라는 업무특성상 죽은 사람을 종종 접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많이 접하는 경우가 '교통사고', '고독사', '살인사건' 입니다.
살인사건은 생각보다 쉽사리 접하기 힘든 경우입니다. 퇴직할때까지 살인사건 한번도 접해보지 못하고 집에가는 직원들 생각보다 엄청 많거든요.
저는 지금껏 딱 한번 접해봤는데 연인이었던 남성이 헤어진 여자친구를 찾아와 다시 만나자고 요구하다 거절당해서 준비해온 칼로 여자를 난도질을 했던 사건이었습니다.
현장이 완전 피범벅이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니 진짜로 피가 선지처럼 걸쭉해져 갈색으로 변해 있더라구요. 저는 그 이후로 절대로 선지해장국을 쳐다도 보지 않습니다.
피해자 목의 대동맥을 찔렀는지 정말로 주변이 빨간색 페인트를 큰거 한통 쏟아서 뿌린거마냥 처참했었습니다.
사람죽이고 도망가던 그놈 결국 얼마 도망 못가 현장 주변에서 붙잡혀서 지금은 교도소에서 복역중입니다. 검거당시 눈이 동태눈깔처럼 초점을 잃고 풀려있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히 떠오르네요.
교통사고 사망사건은 업무 중 가장 흔히 죽음과 접할 수 있는 경우입니다.
차 대 차 사고는 좀 덜한데 차 대 보행자 사망사고는 정말 처참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오히려 살인사건 현장이 더 양반일 정도니깐요.
철이라는 단단한 금속 물질과 속도에 의한 물리력이 합쳐져 뼈와 근육으로 이루어진 사람을 갖다 때리니 멀쩡한게 오히려 더 이상하겠죠.
골반쪽을 부딪쳐 하반신아래가 오징어처럼 흐늘흐늘 해진 경우
머리가 터져서 뇌수가 흐르는 경우........ 이 사고 접한 후 동태탕에 들어있는 명태곤지를 거들떠 보지도 않게되었음.....ㅠ
팔,다리가 반대로 돌아 꺾여 있는건 양반이었죠.
제가 직접 목격한 건 아니고 소방서 구조대에 있는 제 친구놈이 절벽으로 떨어진 승용차 구조작업을 하던 중 봤는데 운전자가 차안에서 관절이 처참하게 꺾여 팔, 다리가 분리되어있었다더군요.
귀신이 죽기 전 마지막 모습으로 구천을 떠돈다는 말에 의하면 영화에서 묘사된 관절 꺾인 귀신의 모습이 과장은 아닌 듯 하기도 합니다.
가장 특이했던 교통사고 사망자는 웃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중앙선침범사고로 덤프트럭과 정면 충돌한 사고였는데 당시 사망자의 차량은 SUV차량이었고 덤프트럭과의 충돌로 차량 내부 대쉬보드가 안으로 밀려들어오면서 자연스레 핸들 부분에 하복부가 눌려 질식사 하였습니다.
사람이 질식을 하게되면 마지막에 희열과 쾌감을 느낀다고 그러죠? 진짜 사실이더라구요.
하지만 교통사고 사망자를 처리하면서 가장 가슴아픈건 바로 그들의 가족들이었죠.
내 아이가.... 혹은 내 남편이.... 혹은 내 아내가..... 내 엄마,아빠가.........내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느날 갑자기 도로에서 비명횡사를 했다고 가정을 해보세요. 그것도 아주 처참한 모습으로............
세상 모든걸 다 잃은 심정일 것입니다. 불과 오늘 아침까지만해도, 혹은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서로 웃고 함께 얘기 나눴던 내 소중한 사람이었으니깐요.
그리고 교통사고 사망보다 더 씁쓸하고 요즘 더더욱 접하기 쉬운 경우가 고독사입니다.
사실 고독사는 앞선 살인사건이나 교통사고보다 덜 처참합니다. 단지, 부패된 모습이 비위가 약한 사람들에겐 역해보일 수가 있고 그보다 더 심한 건 시신이 부패하면서 생긴 악취가 가장 큰 고역입니다.
이 직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최초로 죽은 사람을 접한게 바로 이 고독사 신고 였었습니다. 당시에는 현장 나가서 군대 이등병마냥 어리벙 까고 있었는데 부패된 시신을 보니 머릿속이 새하얘지더군요.
아무것도 못하고 얼어있던 저와는 달리 같이 나갔던 선임이 부패된 시신 주변을 다니며 아무렇지 않게 사진을 찍고 현장 보존조치를 하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멋져보이고 존경심이 들던지........
그런데 어느새 제가 그때 그 선임처럼 그러고 있네요ㅎㅎ
실무상 '변사 사건'이라고 많이 그러는데 이러한 변사는 특히나 명절 연휴 앞전이나 명절기간 중 발견되고 계절적으로 '겨울'에 주로 많이 발견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사사건은 제가 접한 경우 모두가 하나같이 어렵게 혼자 사시는 분들이었습니다.
명절 앞전이나 연말 연시에는 이런분들 도와드리고 지원해 드리려고 동사무소나 각종 복지단체에서 각종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들고 집으로 찾아갑니다.
그런데 전화도 안받고 문은 굳게 잠겨있고 주변에서 이상한 꾸리꼬리하고 역한 냄새는 진동을 하고......
특히나 이쪽 복지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 얘길 들어보면 지원 대상자의 핸드폰이 20 여초간 신호가 가다가 끊긴 후 '전화를 받지 않아 소리샘으로 ~~' 어쩌고 하는 멘트가 나오면 십중팔구 일 난 거라고 직감한답니다.
핸드폰 전원을 바로 끄면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어쩌고~' 하고 나오는데 배터리가 다되어 방전되어 꺼지게 되면 20 여초간 신호가 간다고 하더군요.
계절적요인으로 여름에는 날이 더워서 시신이 금방 부패하기때문에 이웃집에서 신고가 종종 들어와서 비교적 빨리 발견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겨울은 날이 추워서 시신의 부패속도도 더디고 날이 추운 관계로 사람들이 집밖에 잘 나서지 않다보니 주변의 이상한 냄새에 대해 상대적으로 둔감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주로 겨울에 발견되는 경우에는 부패가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입니다.
어릴적 강시영화 보신분들 계실지 모르겠지만 얼굴이 부패되어 강시처럼 시커멓게 된데다 백골화가 진행되어 약간의 해골모양도 갖추고 있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많은분들이 고독사에 대해 뉴스나 신문을 통해 접해본게 전부이겠지만 저에게는 일상이자 업무의 일부이기도 하고 자주 접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혼자 살게된 사연은 저마다 제각각이겠지만 축복받으며 세상에 태어나 갈때는 옆을 지켜주는 이 아무도 없이 혼자 쓸쓸히 차디찬 냉골방에서 죽어갔을 모습을 상상하면 항상 마음이 무겁고 숙연해지기도 합니다.
사실, 얼마후면 설명절이 다가오는데 벌써부터 걱정이 밀려오곤합니다. 이번 명절에는 송장을 몇구 치우게 되려나.....
어떤 경우에는 추석 당일날 아침에 찾아온 자식들에게 발견된 분도 계셨습니다. 부패가 좀 덜 되어있으면 모를까 이미 오래전부터 상당히 부패가 진행되어 거의 미라화되어 말라있으시더군요.
진짜 정말이지...... 직업만 아니라면 그 자식들 죽빵 몇 대 갈겨주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도대체가 부모자식간에 얼마나 연락을 안하고 살면 이런 경우가 다 생길까 싶더군요.
"어머님이랑 가장 최근 연락한게 언제였나요?"
"글쎄요....... 잘....... 올 봄이었던 같기도......"
"어머님이 평소에 지병이 있으셨나요?"
"예.... 당뇨가 좀 있으셨고 심장이 안좋은 편이셨습니다."
"당뇨가 있으시고 심장이 안 좋은 분이신데 평소 찾아 뵙지도, 연락도 자주 안했습니까!!!!!!!!!???????"
"아 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
저역시 부모님이 계신 몸인지라 감정이입이 되어 현장에서 질문도중 저도모르게 순간 욱~해서 소리를 쳤는데 오히려 왜 자기에게 화내냐며 적반하장이었던 놈이 기억나네요.ㅎㅎ
미라가 된 시신 사진 찍으며 '다음 생에는 저런 새끼 자식으로 만나지 마시고 부디 좋은데로 환생하세요.' 라고 기도를 해줬던 적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여담인데 알고 지내는 과수반 직원에게 들은 내용입니다.
산에서 나무에다 목메달고 죽은 시신이 종종 발견되는데 이 시신들의 주요 특징 중 하나가 종아리나 발목 아래쪽이 항상 뼈만 남아 있다고 그러더라구요.
이유인즉, 나뭇가지에 목메달고 대롱대롱 메달려 있으면 산짐승들이 땅바닥에서 펄쩍 펄쩍 뛰어올라 시신의 종아리나 발목 아래쪽 부위를 뜯어먹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자살이 이렇게나 처참하고 위험하답니다. 그러니 자살할 생각은 꿈도 꾸지말고 삽시다.
끝으로 일하면서 죽은 사람들 처리하다보니 이래저래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모르는게 사람 인생입니다.
이 글을 읽어보는 분들도 그렇고 이 글을 쓰는 저도 그렇고 지금 이 순간 숨쉬면서 모니터 쳐다보고 있지만 몇 시간 후 혹은 몇 일 후 어찌될 지 모르는게 사람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 갈지 모르는게 인생인데 우리는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지요. 물론 저도 그렇구요.
심심할때 마다, 혹은 생각날때마다 아내, 남편 혹은 여자친구, 남자친구 혹은 자녀들, 혹은 부모님들, 친구들에게 안부전화나 사랑한다는 말 한번씩 해줍시다.
그리 어려운거 아닌데도 우리는 진짜로 사랑해야할 사람들에게 너무 사랑한다는 말을 소흘히 여기며 안하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설명절만큼은 '혼자 사는 사람이 죽어있다. 부패가 많이 되었다.'는 이러한 내용의 신고가 안들어왔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신고 제 개인적으론 참 가슴 많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