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곳은 천국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거대한 경계를 넘은 후, 남자는 넓고 어두운 동굴 같은 방에서 감정 없는 얼굴을 가진 그림자 같은 존재를 마주하고 서 있었다. "이제 절 고문할 건가요?" 남자가 물었다. 그림자는 반응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른 뒤 그림자가 입을 열었다.
"인생은 흔치 않은, 매우 귀한 선물이다. 네 부모가 만나지 않았다면 네가 어떻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나? 아니면 네 부모의 부모들이 만나지 않았다면? 예정보다 임신이 빨리 되었다면? 아니면 조금 늦게 되었다면? 그러면 너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림자의 질문이 남자를 불안으로 가득차게 했지만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림자는 계속 말했다. "내가 알려주지. 만약 그랬다면 너는 잠재적인 인간이 됐을 것이다. 이승에 태어난 각 사람마다,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삶을 부여받지 못한 잠재적 인간들이 가득하다. 기다리며, 지켜보기만 하는 존재가 된 운명의 인간들이지."
그림자가 말하는 동안, 빛이 쏟아져 들어와 방을 채우기 시작했다. 남자가 볼 수 있는 것은 끝없는 회색의 그림자 같은 사람들의 파도였다. 그들의 눈은 텅 비어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얼굴은 분노로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몇몇은 남자와 쌍둥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닮아 있었고, 전혀 다르게 생긴 사람들도 있었다. "이 사람들이 바로 네가 태어나서 태어나지 못한 잠재적 인간들이다. 네가 태어난 순간부터 그들은 쭉 널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 그들이 네게 질문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