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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97283
    작성자 : 노잼이면때림
    추천 : 12
    조회수 : 1258
    IP : 125.180.***.102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7/12/11 19:59:13
    http://todayhumor.com/?panic_97283 모바일
    [단편] 떨어진 함선

    . . .

     

     

    언젠가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아직 인류가 은하계를 탈출하지 못하고 있던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이었다. 있을 리 없는 곳에서 노크가 들려온다고 말이다. 예를 들면 그래, 30층에 있는 난간에서 누가 노크를 한다는 것이었다. . . . 딱 세 번 울린다고 했다. 듣고서는 우스갯소리로 여겼다. 흔한 괴담이라고 생각했다. 직접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

     

    원인 불명의 폭발음과 함께 그들의 우주선은 추락했다. N2 태양계의 네 번째 행성 N2-4에 도착한 탐사대였다. 그들은 미리 보냈던 탐사대가 추락한 직후에 구조하기 위해서 보냈던 구호선이기도 했다.

     

    윌리엄!”

    내 손 잡아! 어셔!”

     

    대기권을 돌파한 탐사정 어사일럼 호는 바다에 추락했다. N2-4는 지표면에 오직 물밖에 없는 행성이었다. 추락 도중 어셔는 긴급히 윌리엄과 함께 탈출 포드에 탔다. 탈출 포드의 단단함과 안정성은 매우 견고하도록 설계되어있었다.

     

    탈출 포드에 있는 승무원은 넷이었다. 김에나, 제이 라이언스, 윌리엄 플릿, 어셔 라이트였다. 각각 의사, 엔지니어, 비행사, 컴퓨터 공학자였다. 제이는 탈출 도중에 파편에 배를 관통당했다. 치명상이었다. 의사인 에나가 그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그들은 모두 강제적으로 안전띠를 매고 있었다.

     

    제이 정신 차려!”

    탈출 포드를 발사할 거야. 급가속에 대비해!”

     

    윌리엄이 기기를 조작하는 도중 갑작스러운 충격이 왔다.

     

    , 콰콰콰쾅!

     

    으아아아악!”

     

    탈출 포드가 발사되어야 할 타이밍에, 그들은 해치를 열 수 없었다. 바다에 추락하는 것과 동시에 충격 때문에 해치가 막혀버린 것이었다. 탐사정은 끝없이 심해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탈출하지 못하고 탐사정과 함께 가라앉았다. 안전띠가 있음에도 충격 때문에 모두 기절한 상태였다.

     

     

    어셔가 눈을 뜬 것은 나중이었다. 비상 전조등만 켜진 탈출 포드에서 그는 제일 늦게 일어났다. 윌리엄은 그를 흔들었다.

     

    어셔, 어셔 일어나!”

    윌리엄?”

    다행이다. 에나! 이 친구 좀 봐줘.”

     

    어셔는 이마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느꼈다. 떨어지는 도중 어딘가에 부딪힌 모양이었다. 그때 에나가 다가와서 그의 이마를 닦으며 눈에 전등을 가져갔다. 그리고 옆에서 구급함을 꺼냈다. 붕대와 가위 등을 꺼낸다.

     

    나노 팩이 모자라서 원시적인 방법으로 진료할게.”

    제이는?”

    다행히도 살아남았어. 하지만 모든 나노 팩을 써버렸어.”

    기적이군.”

    그래, 정말 기적이 아닐 수 없어. 그 충격 속에서 살아남다니.”

     

    아무리 의료기술이 발달해도 죽은 사람은 살릴 수 없었다. 제이는 살아남았지만, 아직도 사경을 헤매는 상태였다. 그들은 가진 물자들을 점검했다. 탈출 포드에 비치된 물건은 간이형 산소 용접기, 7일은 먹고 마실 수 있는 물과 단백질 팩, 원시적 구급함과 의료용 나노팩이었다.

     

    비치된 물건이 이것 밖에 안 되나.”

     

    윌리엄은 침울한 표정을 했다. 어셔는 자신의 전공을 발휘해 보조 컴퓨터를 복구했지만, 배터리가 모자라다. 충돌 때문에 파손된 것 같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보조 컴퓨터로 전환해서 주변의 환경을 확인하는 것뿐이었다.

     

    구호선 어사일럼 호는 끝없는 심해에 가라앉았고 그들의 탈출 포드는 어사일럼의 뱃속에서 마치 물고기의 알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나가고 싶다고 계속해서 외치지만 끝내 나갈 수는 없다. 윌리엄과 어셔는 어느 곳이건 박살 내고 탈출을 기도했지만, 간이 산소 용접기로는 아주 작은 틈밖에 만들어낼 수 없었다.

     

    젠장 빌어먹을! 비치된 산소 용접기의 성능이 왜 이따위야.”

    이 탈출 포드는 굉장히 오래전에 쓰던 거야. 안에 관제 AI도 없지.”

     

    제이는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 의료용 나노 로봇들이 그녀의 상처를 복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들의 상황은 악화하고 있었다. 포드의 해치가 무언가에 막힌 것처럼 꽉 눌려있는 것이었다. 용접기의 틈 밖으로 무언가 거대한 것이 막아놓은 것이 보였다. 그들은 탈출 포드에 갇혔다.

     

    해치를 제외한 다른 부분은 너무도 튼튼해서 뚫고 탈출할 수가 없었다. 오래된 탈출 포드지만, 장갑의 성능만큼은 굉장했다. 웬만한 전투함선의 장갑보다 튼튼한 것이다.

     

    젠장.”

    난 어떻게든 메인 컴퓨터를 복구해볼게.”

     

    이온 전지가 박살 났으니 헛된 희망이었지만 윌리엄은 그래도 그중에서 제일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살아나야 한다.

     

    이틀 뒤, 구조대는 역시 오지 않는다. 아마 다들 탈출 포드로 대피했을 것이다. 만약 구조대가 온다면 한 달이나 두 달이다. 적어도 그들이 생존 가능한 일주일은 한참 넘긴 셈이었다.

     

    바다는 끝없이 고요했다. 에나는 어떻게든 말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어셔는 점점 쾌활함을 잊어버렸고 윌리엄도 몇 번 이야기를 받아주더니 곧 그만두었다. 그들은 극한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도록 훈련받았지만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놓인 적은 없었다.

     

    패닉이 몰려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 제이가 깨어났다. 제이는 한동안 멍하게 에나를 바라보았다.

     

    제이? 제이? 깨어났어? , 날 봐.”

     

    에나가 그녀를 흔들자 제이가 말했다.

     

    . . .”

    ? 왜 그래?”

    ? 뭐가?”

    방금……. , 아니야.”

     

    에나는 흔한 외상 후의 헛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그들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현재 상황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제이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녀는 엔지니어다. 그래서 어셔와 윌리엄까지 그녀가 깨어났다는 말에 한걸음에 달려왔다.

     

    으윽. 잠깐만, 기억이 날 것 같기도 해. 이 포드의 이름이 뭐지?”

    “A-S1131”

     

    어셔가 곧바로 대답하자 제이는 머리를 꼭 잡고는 말했다.

     

    설계 구조가 생각이 나질 않아.”

    ? 엔지니어가 생각이 안 나면 어쩌란 말이야!?”

     

    어셔가 소리쳤다. 그러자 윌리엄이 나서서 그를 제지했다. 어셔는 머리에 상처를 입은 이후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원래라면 나노 팩으로 금방 복구하겠지만 지금은 자연치유력에 기대는 상태였다. 불안정해질 수도 있기에 충분히 다들 이해했다. 대신 에나가 질문했다.

     

    제이, 잘 들어. 지금 당장 머리가 아프고 힘들 수도 있지만 그래도 꼭 기억해 내줘야 해. 이 포드의 구조를 말이야. 취약점. 거길 돌파해야 우리는 나갈 수 있어.”

    그래.”

     

    제이는 겁먹은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보면서 긍정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생각을 해봤지만 아무리 해도 떠올릴 수 없다고 말했다. 어셔는 그 말을 듣고 소리쳤다.

     

    거짓말쟁이! 나가는 방법은 알고 있잖아!”

     

    윌리엄이 그를 데리고 포드의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침착하게 어셔에게 말했다.

     

    어셔, 대체 무슨 문제야?”

    내가 어사일럼 호에 타기 전에 전직 레이언스 요원이었다는 거 알지? 지금은 컴퓨터 기술자지만 예전에는 요원 일을 했다고.”

    그래.”

    그래서 사람들이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지 알지. 저 여자도 마찬가지야. 눈동자가 흔들리고 목소리가 떨리고, 땀이 나지. A-S1131 탈출 포드는 굉장히 구식 모델이야 그런데 어사일럼 호에 탑승한 엔지니어가 그 구조도 제대로 파악해내지 못할 리 없잖아.”

    진정해. 네 말도 일리가 있어. 하지만 우리는 그녀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상태라는 것을 알아야 해. 장기간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치명적인 뇌 손상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알잖아?”

     

    그렇다. 어떤 것이건 가능성이 열려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어셔는 대놓고 제이 같은 인간에게 식료품을 분배하는 것은 쓸모없는 짓이라고 말하고 다녔고 그것은 안 그래도 침울했던 포드 내의 공간을 험악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흐르고 사흘, 나흘째. 윌리엄은 점차 어셔의 의견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완전히 동조하기는 어려웠지만, 제이의 행동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녀는 완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행세하고 있었다. 그리고 매일 같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악몽을 꾸지만, 그녀에게 물어보면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그럴 수도 있다지만, 그 행동들은 윌리엄도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5일째.

     

    드디어 어셔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완전히 구식인 방법으로 동력을 이용해 보조 컴퓨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었다. 보조 컴퓨터를 켜서 탈출 포드의 설계도를 알아보려고 한 것이었다. 제이는 두각을 드러냈다.

     

    안 돼! 설계도를 보면 안 돼!”

    무슨 개소리야?”

     

    어셔가 제이를 밀어내자 윌리엄도 심지어 여태껏 제이의 편이었던 에나마저 제이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왜 그러는 거야? 대체?”

    탈출하면 안 돼! 우린 모두 죽을 거야!!”

    탈출하지 않아도 죽어! 식료품이 앞으로 2일밖에 남지 않았어.”

    끔찍하게 죽을래? 아니면 아사할래?”

    ?”

     

    제이의 의미심장한 말에 어셔가 그녀를 추궁했다.

     

    말해봐. 뭔가 알고 있는 거지 라이언스?”

    바깥에……. 엄청 무시무시한 것이 있어. 절대로 나가거나 봐서는 안 되는 엄청나게 무서운 것이 있다고.”

    무슨 개소리야.”

    . . . 항상 그런 소리가 악몽 속에서 들린단 말이야. 마치, 노크하는 것 같은 소리가.”

     

    윌리엄은 고개를 돌려서 에나를 바라보았다. 동의를 구하는 눈이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같지?”

    그럴 소지가 다분해. 치명적인 부상이었어.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부상이었으니 그 이후 헛것을 봤어도 이상하지 않을 거야.”

     

    결국, 제이는 뒤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윌리엄과 어셔는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간이 발전기의 크랭크를 돌렸고 때로는 에나가 도왔다. 그리고 보조 컴퓨터를 복구했다. 자가발전이 안 되니 계속해서 크랭크를 돌려야 한다. 윌리엄이 돌리는 동안 어셔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홀로그램 키보드를 타이핑했다. 그는 순식간에 설계도를 찾고는 외부 카메라를 작동했다. 뭐가 끼어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치직. 치지지지직.

     

    뭐야!?”

     

    갑자기 화면이 꺼졌다. 한창 크랭크를 돌리던 윌리엄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어떻게 된 일이냐고 어셔에게 묻자 어셔가 말했다.

     

    카메라의 회선이 고장 난 모양이야.”

    무슨 소리야!? 어셔. 너 그거 못 본 거야!?”

     

    에나가 외치자 윌리엄이 그녀를 보며 물었다.

     

    그거라니? 무슨 소리야?”

    그 앞에, 그 앞에, 앞에, 앞에, 앞에,”

     

    에나의 새하얗게 질린 안색을 보고 윌리엄은 심상찮은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제이는 벌벌 떨면서 엎드려 머리를 땅에 박고 양손을 들어서 머리를 누르고 있었다. 오직 어셔만이 정상이었다. 어셔가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뭐 잠깐 이상하고 희끗희끗한 것이 보이긴 했는데 제대로 안 보였는데 말이야.”

    무슨 소리야? 네가 제일 화면을 가까이서 보고 있었잖아.”

     

    윌리엄의 말에 어셔가 대답했다.

     

    정말이야. 앞에…….”

     

    . . .

     

    그때 해치에 정확하게, 아주 또렷하게, 세 번의 노크가 울렸다. 윌리엄은 숨을 죽였다. 그리고 눈짓으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에나는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 제이는 이미 기절한 상태였다. 어셔가 윌리엄에게 말했다.

     

    외부 구조대일까? 우리처럼 탈출 포드에 갇혔다가 어사일럼 호로 빠져나온 사람들일 수도 있어. 그들이라면 구해줄지도 모르잖아.”

    마지막으로 확인할 때 어사일럼 호의 수심이 얼마나 내려갔었지?”

    수심 12m.”

    …….”

     

    윌리엄이 하얗게 질린 안색으로 말했다.

     

    방금 노크 소리. 아래에서 들렸어.”

    엥 그게 무슨 소리야?”

    노크 소리가 아래에서 들렸다고. 너야말로 뭔가 이상한데. 가장 신체적으로 예민한 네가 그 소리를 못들을 리가 없잖아.”

    네 말이 맞아. 나에게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난 것일 수도 있겠어.”

     

    어셔는 순순히 수긍했다. 다들 이상한데 오직 그만이 괜찮았던 거다. 어셔는 가만히 앉아서 이 기괴한 사태에 대해서 해석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노크 소리는 뭐고, 만약 구조대라면 왜 오지 않는 걸까. 어셔는 붕뜬 것 같은 기분에 윌리엄에게 물었다.

     

    그 노크 소리. 심해의 생물들이 어사일럼 호에 들이 박는 소리일까?”

     

    윌리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너무 정확했어. 그렇게 또렷한 노크 소리는 문을 두들길 때 나는 소리야.”

    이상한 일이네. 왜 에나는 대체 자기가 본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 걸까?”

     

    에나는 말문이 막힌 것처럼 계속해서 밖에, 밖에, 밖에,’를 반복하고 있었다. 윌리엄이 아무리 물어도 계속 에나는 그 상태였다. 제이보다 그녀가 더 미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어셔는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옛날에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어. 괴담이었지. 할머니가 한 얘기였는데, 있을 리 없는 곳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는 거야.”

    미친 소리 하지마.”

    지금이 안 미친 상황이야 윌리엄? 어쨌든 지상 30층에 있는 난간의 창문에 누군가 노크를 하는 것처럼 어디선가 들릴 수 없는 곳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는 거야. 그런 괴담에는 흔히 결말이 없지. 왜냐면 거기서 끝나는 이야기니까. 공포를 유발하려는 계획 말이야.”

    ……그래서?”

    단순히 공포를 유발하려는 계획일 뿐인 게 아닌가? 아무도 그것을 직접 마주쳐본 적이 없잖아. 우리는 아마도 이 행성의 토착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 아닐까?”

     

    윌리엄은 턱을 괴었다. 그럴듯한 소리였다. 실제로 괴물 같은 생물이 있다면 탈출 포드를 두드려서 깨버리거나 아니면 앞에서 그르렁거리며 괴성이라도 지르며 문에 들이박기라도 해야 한다. 단지 그들이 본 환상인 것이 아닌가?

     

    그럴듯해.”

    그 효과로 인해 에나도 두려움에 떨면서 반쯤 이상해진 상태가 되었잖아.”

    그럼 네 말은 우리가 단체로 어떤 환각에라도 빠진 거라는 말이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던가 말이야.”

    그래. 노크 소리를 들었는데 너와 내가 다른 방향에서 들은 것처럼 말이야. 난 해치 쪽에서 들렸다고 생각했거든.”

    네 말도 옳은 것 같군. 나가보자 이 말이지?”

    그래.”

     

    그들은 결국 보조 컴퓨터에서 뽑아낸 설계도로, 탈출 포드의 취약점을 찾았다. 바로 대각선 위쪽의 공기 정화기 쪽이었다. 그곳이 제일 약하고 안에서 산소 용접기로 충분히 뚫을 수 있는 곳이었다. 어셔가 산소 용접기로 뚫는 동안 윌리엄은 뒤를 바라보았다. 에나도, 제이도 모두 반쯤 미쳐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정말로 바이러스일까?

     

    거의 용접기가 정화기를 뚫었을 때 윌리엄은 어셔의 가설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이러스라는 것은 면역력이 약한 존재에게 감염되기 쉽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제이는 나노팩으로 초기에 모든 상처가 치유되었고 에나는 체력이 약했지만 그래도 먼저 나서서 서로 이야기를 하게 노력하는 등, 제일 컨디션이 좋은 사람이었다. 결과적으로,

     

    상처를 입은 어셔야 말로 제일 먼저 바이러스에 제일 먼저 감염되는 존재가 아닌가?

     

    어셔! 멈춰!”

     

    어셔는 용접기를 멈췄다. 그리고 씨익 웃으면서 윌리엄을 바라보았다. 윌리엄이 달려들어서 그를 때려눕히려고 하는 것보다 어셔의 발이 나가는 게 먼저였다. 뚜껑이 열리고 윌리엄은 그리고 보았다.

     

    …….”

     

    그 존재를 보았다.

     

     

     

     

     

    180일 뒤, 초거대 구조선단 베일리 카이저스 선단이 도착했다. 카이저스 선단의 과학자들은 N2-4에서 파괴된 4대의 함선 이름을 발표했다. 시호스호, 데키호, 최호, 그리고 어사일럼호였다. 심해 18m 아래에서 인양한 함선들에는 모두 생존자가 없었으며 어떤 탈출 포드도 자신들의 모선에서 발사되지 못했다.

     

    카이저스 선단은 행성의 강력한 자기장이 함선을 박살 낼 수는 없다고 보았다. 백방으로 수색했지만, 함선을 공격할 만한 위협적인 생물이나 적대 세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고 모든 함선은 단순히 사고로 처리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 수천 년 동안 N2-4 행성에는 들어온 함선은 있었지만 나가는 함선은 없었다.



    출처 머릿속
    노잼이면때림의 꼬릿말입니다
    흔한 미스테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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