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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의 여러 전설들을 편집하여 서기 1010년에 만들 어진 서사시인 <샤나메>에는 아지다하카라는 왕자가 등장합니다.
아지다하카는 원래 페르시아의 서쪽에 있는 나라의 왕자였는데, ‘용’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전쟁터에서 용감했고 자신의 어머니와 근친상간을 했으며, 악마의 유혹을 받아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에 오르고 나서 페르시아에 쳐들어와 페르시아를 다스리던 성현왕 잠시드를 죽이고 자신이 페르시아를 지배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지다하카의 통치는 무시무시한 폭정이었는데, 그의 두 어깨에서는 각각 뱀이 한 마리씩 솟아나와 매일 같이 두 명의 사람을 죽이고 그들의 뇌를 뱀들한테 먹였습니다.
거기에다 아지다하카는 페르시아의 종교를 파괴하고 수많은 페르시아인들을 죽이는 폭정을 일삼다가 영웅 팔라둔에게 패배하고 데마벤드 산 속의 동굴에 갇혔다고 샤나메에서 묘사됩니다.
이 아지다하카는 그저 상상으로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이라고 보기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습니다. 그것은 아지다하카의 모델이 된 역사적 실존 인물이 존재하기 때문인데, 그는 바로 페르시아 제국을 멸망시킨 고대 그리스의 알렉산더 대왕입니다. 왜냐하면 샤나메에 묘사된 아지다하카의 행적이 실제로 알렉산더 대왕이 했던 행적들과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알렉산더 대왕은 페르시아의 서쪽 나라인 마케도니아의 왕자였고, 페르시아의 서쪽에서 쳐들어왔으며, 어머니인 올림피아스와 근친상간을 한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아버지인 필리포스 2세를 죽이고 왕위에 올랐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또한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의 왕인 제우스가 뱀으로 변신하여 올림파이스와 간통을 해서, 알렉산더 대왕이 태어났다는 설화가 있는데, 고대 그리스에서 뱀은 곧 용과 같은 동물로 여겨졌습니다.
아울러 샤나메에서는 아지다하카가 페르시아의 종교를 파괴했다고 묘사되는데, 오늘날까지 이란에 남아있는 고대 페르시아의 종교인 조로아스터교의 사제들인 마구스들은 영국의 BBC 다큐멘터리 제작진들과의 만남에서 알렉산더 대왕에 대해 “우리는 그를 악마라고 부르죠. 왜냐하면 그는 우리 신전들을 불태우고 우리 사제들을 살해했으며, 송아지 가죽 1만 2천 장에 황금으로 글씨를 쓴 귀중한 경전인 아베스타를 없애버렸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를 저주받은 자라는 뜻의 이스칸데르 구자스테라고 부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페르시아로 쳐들어와 수도인 페르세폴리스를 불태워버린 알렉산더 대왕은 이후로 오랫동안 마구스들을 포함한 페르시아인들한테 증오의 대상이었고, 그런 증오가 1400년이 지난 서기 11세기까지 이어져 서사시 샤나메의 악당 아지다하카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니었을까요?
출처 | 지도에서 사라진 도시들/ 도현신 지음/ 서해문집/ 58쪽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9453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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