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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_953238
    작성자 : 토드헤인즈.
    추천 : 39
    조회수 : 1777
    IP : 211.177.***.69
    댓글 : 29개
    등록시간 : 2017/06/07 00:58:36
    http://todayhumor.com/?sisa_953238 모바일
    [부산일보] 대한민국 보수는 '노무현입니다'를 봐야 한다

    대한민국 보수는 '노무현입니다'를 봐야 한다

    손영신 사회부장 


    기자의 기억 속에서 '노무현'을 끄집어 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이 아니라 영화 '노무현입니다'다.

    영화의 초입에 나오는 2000년 4월 2일 부산 강서구 총선 합동유세장에 기자는 있었다. 당시 한나라당 허태열 후보의 연설은 기가 막혔다. 백미는 '영남 아들·딸의 호남 종살이' 발언이었다. 회의 끝에 칼럼을 통해 단독 보도했다. 칼럼의 시작은 "허태열 후보가 지역감정 조장발언의 '귀재'로 등극했다"였고, 칼럼의 끝은 "지역감정 조장 발언은 유권자에게 마약과도 같다. 표에 눈이 멀어 '마약'을 파는 정치인은 표로 심판해야 한다"였다. 그날 오후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니 배때지(배) 철판 깔렸는지 확인하러 가겠다." 험악한 시절이었고 민감한 시기였다. 선거 당일까지 기자는 집이 있는 아파트 24층이 아니라 23층에 내렸다. 노무현 후보는 떨어졌고, 기자는 "나는 살았다"고 씁쓸한 농담을 하곤 했다. 

    그날의 현장은 '바보 노무현'이라는 대하드라마의 서막이었다. 허 후보는 훌륭한 조연이었다. 그의 연설이 없었더라면 노사모는 탄생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허 후보 개인은 지역감정이라는 꼼수로 국지전에서 승리를 챙겼지만 '노무현'과 '문재인'이라는 두 장수의 탄생에 일조함으로써 다가온 거대한 전쟁에서 보수에 치명상을 안겼다. 

    세월이 흘러 2002년 노무현 후보는 기적처럼 민주당 대선후보가 됐다. 영화에 나온 것처럼 이인제 후보와 격전을 치른 직후다. 당시 노 후보가 부산 동부지청장에게 청탁전화를 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노 후보의 측근에게 확인했지만 "그럴 리가 없다"고 했다. 밤 늦게 노 후보로부터 직접 전화가 왔다. "손 기자, 전화한 것 맞다. 그런데 진짜 별거 아니다. 너무 크게 쓰지 마소." 예의 노무현다운 직설법이다.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가 장인의 좌익활동을 거론하자 '그럼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고 받아친 사람이다. 솔직하게 인정하고 정면돌파를 택하는 사람이다. 물론 동부지청장 청탁전화 기사는 다음 날 보도됐다. 지지율은 약간 떨어졌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숨기지 않고 정면돌파했기 때문에 오히려 여파가 적었다.

    기자는 노 전 대통령과 별다른 인연이 없다. 다른 정치인에 비해 대면할 기회도 적었다. 기자와 정치인은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다. 기자는 걸리면 써야 한다. 그게 숙명이다. 노 전 대통령의 후반기 집권구상과 차기 대권구상을 무너뜨린 '이해찬 총리 3·1절 골프' 기사도 그래서 터져 나왔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정치인 '노무현'을 높이 평가한다. 그는 대한민국이 낳은 최고의 '전사' 중 한 명이다. 진정성과 열정이 있었다. 거칠지만 따뜻했다. 대중을 열광케 했다. 시대가 요구한 '전사'였고, 결국 대한민국 정치사의 물줄기를 바꿨다. 문 대통령도 노 전 대통령이 쌓아 놓은 토대 위에 집권했다. 노 전 대통령이 없었으면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은 존재할 수가 없다. 

    '노무현·문재인 진영'은 보수가 갖추지 못한 장점이 있다. 인물을 키운다는 것이다. 10년이 아니라 15년, 20년 집권을 꿈꾼다.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들에게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김영춘 해수부장관을 앉힌 것도 장기 포석의 일환이다. 그러나 보수는 국민을 매료시킬 인물을 키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박근혜 전 대통령도 '포스트'를 키우지 않았다. 

    보수는 영화 '노무현입니다'를 볼 필요가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대중을 어떻게 사로잡는지, 대중이 열광하는 지점은 어디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보여 준 진정성과 열정, 솔직함, 정공법, 따뜻함은 사실 보수의 키워드가 돼야 한다.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종북좌파세력' 운운해서는 답이 없다. 언제까지 0.1%도 안 되는 '종북좌파'를 부여잡고 정치를 할 것인가. 세월이 더 흐르면 지금의 20, 30, 40대가 60, 70, 80대가 된다. 거짓선동과 꼼수가 통하는 시대는 끝난다.

    거칠었던 노 전 대통령은 몇 가지 점에서 실패했고, 그 덕에 보수 집권의 길이 열렸다. 
    하지만 덜 전투적이고 더 세련된 문재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패착을 재연할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보수는 스스로 환골탈태해 합리적 견제세력, 대안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 
    '보수의 노무현'을 키우고, 새로운 정치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집권의 길이 열리지 않을 것이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한쪽 날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나라도 불행이고, 국민도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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