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고를 나오다보니 분신사바같은 장난을 대딩이 되고서야 처음 경험해보게 되었는데요.
동기 여자애들이 분신사바 무섭네 어쩌네 하면서 호들갑 떨때
뭔가 경상도 싸나이의 허세라고 해야하나
그런거 안무섭고 그런거 별로 관심없고 애들이나 하는거라며 무심한척 하는...
그러면서 동기들이 과방에서 하는걸 뒤에서 물끄럼이 바라보며 은근 신기해했었드랬죠.
그러고선 집에와서 밤에 과제를 하다가 문득
낮에 동기들이 하던 분신사바가 생각나서
혼자서 재미삼아 분신사바주문외우며 연습장에 펜을 빙글빙글 돌려봤는데요.
...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안되나보다 하고, 그냥 과제하고 있는데
책에서 내용 찾는다고 가만히 책읽는 찰나 혼자 오른손이 움직이면서
연습장에 계단같은 도형을 자그마하게 그리거나 삼각형을 살살 떨면서 그리거나
하면서 살살 움직이더라구요.
첨엔 신기해서 흔히 하는 질문 귀신이냐
남자냐 여자냐 이번에 학점 잘나오것냐 이런거 묻다가
어떻게 죽었냐 물어보니
내 방 창문앞에 바로보이는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로 죽었다데요.
하필 집앞 보이는데서 죽었다 하니 좀 찜찜하기도 하고 딱히 궁금한것도 없고해서
명복을 빈다 이제 좋은데로 가시라 하고 끝내려고 했는데,
이게 갑자기 연습장 찢을기세로
'심심해 심심해 심심해 심심해 심심해 심심해'
막 쓰기 시작하더라고요.
순간 소름 돋아서 펜을 확 놓아버리고
거실로 나가서 티비 크게 틀어놓고 잠시나마 소름을 떨치려고 바둥거리다
방에 돌아와서 펜을 잡아보니 아무 반응이 없더라고요.
근데 이미 기분도 잡치고 밤도 늦고 해서 그냥 자야겠다 하고
불끄고 누웠는데
살짝 잠들려고 하는 찰나
방 구석에 가방 놔둔데서 '부스럭' 소리가 나더라고요.
잠결에 책상에서 뭐가 떨어졌나 생각하다가 문득.
가만히 있는 방안에서 물건이 왜떨어져? 라고 생각하니 목뒤로 닭살이 막 돋더라고요.
그러면서 그 순간에
침대 스프링이 '구구구국' 눌리는 소리가 나길래
직감적으로 이게 뭔가 방안에 있다 느끼면서 오감이 날카로워짐을 느끼고 있었는데
역시 허세라고 해야하나요. 무서우면서도 왠지 안무서운척 눈뜨고 보고싶은 그런;;;
에라 모르겠다 하고 이불 확 걷고 눈을 딱 떴는데
눈앞이 그저 깜깜하니 아무것도 안보이더라구요.
아무것도.
자다가도 눈뜨면 보통 방안이 희끄무레 보이는게 정상인데 말이죠.
순간 다시 눈을 감고 이게 뭐지 생각했는데,
왜 눈앞에 손바닥 바짝 갖다대면 깜깜하게 안보이잖아요...
마치 눈 떴을 그 순간에 뭔가가 바로 내앞에 서있었다 생각 들더라구요.
그런 생각이 드니 소름이 막.. 뒷골까지 올라오는데
그냥 있으면 안되겠다 싶어서 방에 불을 켜야겠다 싶어
벌떡 일어나서 불키러 가는데..
옆에서 따라오더라구요.
왜 곁눈질로 보인다고 해야하나 옆에 뭔가 시커먼데 나보다 키큰 형체가...
불키러 가는데 옆에서 따라오는데
평소 전등 스위치 방도 작아서 금방 켤수있는데
그날은 그 짧은 거리가 왜그리 멀게 느껴지는지...
두근거리는 심장 붙들고 불을 켜보니 평소의 제 방이 제 방같지 않게 느껴지고
이상하더라구요.
심호흡 한번하고 환기시키려고 방의 창문을 열고
거실에도 나갔다 물도 한잔 마시고
대딩이 귀신나온다고 엄마랑 잘수도 없고. 한참을 거실서 배회하다
다시 제방에 들어가서 그래도 다시 잠이나 자자 하며
차가워진 밤공기가 들어오는 창문을 닫으려고 하는 순간
횡단보도에 뭔가 서있는거 같은거죠.
아까 옆에 따라오던 시커면거 같은...
잘못봤나 싶어 눈비비고 다시보니
아무것도 없어서 기분탓이거니 하며
괜히 한번 으허차~기지개 키고
창문닫고 잠이나 자자 하며
방에 불을 딱 끄는 순간.
제 뒤에서 뭔가 소근소근 거리더라구요.
"심심하다 했잖아.;;"
이걸 계속 반복하는데...
와 진심 욕나오고 막;;;
바로 다시 불키고 이불들고
거실에 나가서 소파에 누워 티비보다 잠들고서는
한 일주일 제방에 못들어갔던 기억이 나네요.
덧: 어머니가 너 왜 요즘 거실에서 티비보다 자냐? 라고 하시길래
방에 귀신나와서.. 라고 하니 콧방귀 끼시며 그냥 생까시더라는;;;;
근데 일주일 즈음 지나니 안나타나더라구요. 그래서 뭐 그냥 잘 생활했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