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일본 사이타마(埼玉)현 사이타마 시 당국은 코로나 19 대처의 일환으로 평소 비축해놓은 마스크를 관내 유치원과 보육원 등 어린이 시설에 배포했다. 총 1천여 곳에 9만3천 장을 배포했고, 10일 일본 언론이 이 사실을 보도했다.
재일조선인 어린이 41명이 재학 중인 사이타마 조선초중급학교(유치부 병설, 이하 조선학교) 측이 사실 관계를 문의하는 과정에서 조선학교가 배포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재일조선인 사회가 분노한 것은 물론이었다.
11일 재일본조선인 인권협회(회장 김봉길)은 항의문을 내고 이렇게 요구했다.
"우리는 이번 마스크 배포조치 대상에 조선학교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에 대해 이를 인권, 인도적으로도 도저히 간과할 수 없으며 용서할 수 없는 행위로서 단호히 항의함과 동시에 조속히 그 대상에 사이타마 조선초중급학교를 포함시킬 것을 엄중히 요구합니다."
더 큰 문제는 항의를 받은 사이타마 시 관계자가 배포하겠다는 확답 대신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하면서 재일조선인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는 것이다.
어이없는 일본 사이타마 시의 '마스크 차별'
12일 MBC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한 박양자 사이타마 조선학교 유치원장 설명에 따르면, 시 관계자는 조선학교를 마스크 배포에서 제외한 이유 중 하나로 "자기 지도관할이 아니기에 만일 부정이용이 있을 경우 그걸 지도 못한다"고 했다고 한다. 조선학교 측이 항의 과정에서 "그 부정 이용이란 것이 다른 곳에 팔지도 모른다는 뜻인가요?"라고 물었고, "그리 들릴 수도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12일까지 이어진) 두 차례 항의 방문 등 재일조선인 단체의 항의가 이어지자 시 담당 간부는 11일 해당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취지로 사과했다. 하지만 향후 배포를 하겠다는 확답은 하지 않았다. 애초 사이타마 시가 내놓은 제외 사유도 어정쩡했다. 사이타마 조선초중급학교는 시 당국이 지도·감독하는 시설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재일동포조직인 인권협회란 곳이 있는데 인권협회의 항의 요청문과 보호자들과 요청문을 들이대고 우리 유치원이 제외된 그 경위 그것은 틀린 처사이며 비인도적이고 나아가서는 민족교육에 대한 차별정책이라는 것을 강하게 추궁했죠. 그런데 현재도 특별히 그에 대한 대답이 없어요." (박양자 원장,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인터뷰 중)
또 재일본조선인 인권협회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의 조치는 사이타마시와는 달랐다. 후생노동성은 최근 조선학교에 휴교를 촉구하는 내용의 '코로나19 감염병 대책을 위해 외국인학교 등의 대응에 관하여' 요청연락을 취했다. 또 휴교조치에 따라 각 학교에 지급하는 '코로나19 감염증에 의한 소학교 휴업대응 조성금'을 '각종학교'로 분류되는 조선학교에도 지급하기로 했다.
반면 사이타마 시는 시가 8개로 구분한 어린이 관련시설(①방과 후 아동클럽 ②인가 보육소 ③인가 유아원 ④사립 유치원 ⑤소규모 보육사업소 ⑥사업장 내 보육사업소 ⑦인가 외 보육시설 ⑧장애아 복지센터)에 '각종학교'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조선학교 유치원을 '마스크 배포'에서 제외했다.
사이타마시는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마스크 배포 시설에 조선학교를 포함시킬 순 없었을까. 결국 그 배경엔 뿌리 깊은 일본의 재일조선인 차별이 자리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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