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주관하는 올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는 노무현 정부 시절과 같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11일 "이번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하 행진곡)을 어떻게 부를지 정해진 바는 없다"면서도 "주관 부처인 국가보훈처는 올해 행사에서는 행진곡을 제창한다는 전제 아래 준비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올해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경우 9년 만에 합창에서 제창 방식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5·18 기념일이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1997년부터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까지 5·18 기념식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모든 참석자들이 제창했지만, 일부 보수 진영의 반발로 2009년부터는 합창단이 부르면 원하는 참석자들만 따라 부르는 합창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때문에 해마다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어떻게 부르느냐는 보수와 진보 진영 사이에서 첨예한 논쟁거리가 됐습니다.
보훈처가 올해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다는 전제 아래 행사를 준비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고려한 결과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대통령은 대선을 이틀 앞둔 지난 7일 광주에서 지지를 호소하며 "대통령 자격으로 5·18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작년 5·18 기념식에서는 기자들과 만나 "합창은 되고 제창은 안되고, 그게 도대체 무슨 논리인지 알 수 없다"며 보훈처의 행사 진행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입성한 청와대는 아직 이번 5·18 기념식 진행 방식에 관한 지침을 보훈처에 내려보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이날 박승춘 보훈처장의 사표를 수리한 만큼, 후임 인사와 함께 5·18 기념식 진행 방식도 자연스럽게 확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이번 5·18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제창 방식으로 부를 것이 확실시됩니다.
올해 5·18 기념식은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참석하는 첫 정부 차원 행사라는 점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띨 전망입니다.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방식을 9년 만에 제창으로 바꾸면 일부 보수 진영의 반발이 불가피하겠지만, 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에 없던 방식을 새로 도입하는 게 아니라 원래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곡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5·18 단체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곡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보훈처는 정부가 법률상 기념일에 기념곡을 지정한 전례가 없고 애국가도 국가 기념곡으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