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재수를 했는데 수능에 너무 떠는 바람에 성적이 많이 떨어졌고, 결국 원하지 않는 대학 학과에 점수 맞춰서 왔네요.
막상 이 학교에 올 때는 삼수에 대한 겁이 너무 났고, 또 돈을 너무 많이 썼다는 생각에 그냥 이 학교에 다녀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삼수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용기가 없었죠..
그리고 2년 동안 이런 저런 활동들을 많이 했어요. 매 주 2~3일씩 밤을 새가면서 일도 해 보고,
정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을 가르쳐도 보고, 만나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그러다가 군대를 앞두고 제가 해온 일들을 차근차근 정리를 하다 보니 아쉬움과 허전함이 고개를 들더라구요.
재수 때 성적 때문에 포기했었던 심리학과에 가서 심리학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적성 같은건 하나도 고려하지 않고 학과를 선택하고, 막상 학교에 들어와서는 학교에 대한 만족감이 부족해서 여기저기 다른 활동들을 하느라고 학점은 엉망이 되었어요. 학점을 복구하려면 계절학기를 꽉꽉 채워서 들어도 모자란 판입니다. 게다가 제가 다니는 학교에는 심리학과가 없는 탓에, 심리학을 교수님의 지도 하에 공부하려면 다른 학교로 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전과는 학점도 부족하고 문도 너무 좁아서 실현 가능성이 너무 떨어져 보입니다. 그리고 대학원을 가자니, 하고 싶지 않은 공부에 몇 년이라는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한다는 것과, 학부과정을 배우지 않고 바로 세부전공을 택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비전공자로서 입학을 위해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 장애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수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했어요.
생각해 보면, 합격만 한다면 미래엔 보다 더 제가 원하는 모습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남들보다는 많은 나이로 대학에 입학하게 되지만, 하고 싶었던 공부도 해볼 수 있고, 수능을 잘 못봐서 남아있었던 아쉬움도 떨쳐낼 수 있을 것 같았죠.
하지만 수능을 쳐서 성공을 할 수 있는지도 100%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만약 실패해서 지금 있는 학교로 돌아온다면 1년이라는 시간과 수능을 위해 준비한 돈을 날려버린 셈이 되어버립니다..
한 번 준비하는 수능, 서울대로 진학하고 싶은데..(등록금도 싸니까요. 금전적인 부담을 최대한 덜기 위해서는 정말 시험을 잘 치는 게 중요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았을 때의 결과도 제가 받아들일 수 있을 지 고민을 했습니다.
제 마음 속에 지금 내려진 결론은 이렇더라구요.
20대에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진로에 관련된 후회는 평생을 갈 수 있다.
한 번 사는 인생, 평생에 남을 후회는 만들고 싶지 않으므로 난 수능을 치고 싶다.
하지만 수능시험에는 어떤 불안요소가 개입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섣불리 결정을 내릴 순 없다.
내가 과거에 수능을 쳤던 것처럼 떨지 않고 내 실력을 그대로 보여주고 나올 수 있으려면, 어떠한 결과가 나오던, 최악의 시나리오 대로 내가 있던 학교로 돌아가게 되더라도 내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긴장하지 않고 준비한 만큼의 실력을 펼칠 수 있다.
제 선택이 올바른 걸까요? 실현 가능성 없이 터무니없고 쓸데없는 결정은 아닐까요?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몇 차례나 "이 정도면 나는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제가 고려하지 않았던 점들이 다시 떠오르면서 이렇게 생각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고민이 한참 부족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