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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ystery_9308
    작성자 : xlros0000
    추천 : 7
    조회수 : 3037
    IP : 122.42.***.177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20/08/31 19:36:51
    http://todayhumor.com/?mystery_9308 모바일
    초단편) 이 세상 모든 고통을 흡수한 바위
    옵션
    • 창작글
    외계 생명체가 내 방문을 열고 들어와 흥미로운 제안을 했다.

    "이 지구는 너무 고통으로 넘쳐난다. 이 세상의 모든 인간과 동식물이 겪는 고통을 모두 모아 한 물체에게만 주입하고 싶다. 그럼 이 세상의 모든 고통은 사라지고 그 물체만이 억겁의 고통을 짊어질 거다. 그 대상을 찾아달라. "

    이게 이루어지면 굶주림, 전쟁, 전염병의 고통, 환경파괴로 오염된 자연 그리고 무자비하게 살생되는 동물들의 고통,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 모두 사라질 수 있다. 그럼 무엇이 이 모든 고통을 짊어지는 게 좋을까? 연쇄살인마나 악독한 성범죄자가 이 모든 고통을 짊어지도록 하는 게 좋겠다. 그들은 충분히 벌을 받을 만한 인간들이지 않나. 하지만 외계 생명체는 그럴 수 없다고 했다.

    "그들은 너무 나약한 인간이라서 이 세상의 모든 고통을 감내하지 못해서 이 고통을 짊어지자 마자 육체가 터져 버릴 거다."

    도리가 없다. 그럼 무엇이 이 고통을 짊어지게 하는 게 좋을까. 강하고 억겁의 고통을 무던하게 견딜 수 있는 존재. 그 순간,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우리집 뒷산 어귀의 집채만한 바위가 떠올랐다. 그 바위는 크고 우람하며 단단하다. 그 바위라면 이 세상의 모든 고통을 짊어질 수 있을 거 같았다. 나의 제안에 외계 생명체도 좋다고 했다. 

    그 다음 날부터 모든 신문지면과 뉴스에서 전염병이 사라지고 모든 환자가 완쾌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전쟁과 기아도 종결되고 푸름을잃었던 자연도 다시 녹색을 찾았다. 사람들을 짓누르던 정신적, 육체적 고통도 모두 사라져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난 뒷산 어귀에 있는 큰 바위를 찾아갔다. 그 바위는 어제와 오늘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짊어지고 있지만 그 어떤 표정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바위는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고 있었다. 바위에 손을 대자 바위는 뜨근뜨근한 열기를 내고 있었다. 변화라면 그게 전부다. 마을 사람들은 여느때와 다름 없이 산을 오르내리며 등산을 했다. 그 누구도 이 바위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난 조금이나마 이 바위의 고통을 식혀주기 위해서 매일 찬물을 떠와 바위에게 부었다. 바위의 열기는 식었다가 다시 열기를 내뿜었다. 내가 이 일을 매일 반복하자 마을 사람들은 왜 바위에 찬물을 매일 붓냐고 물었다. 

    " 이 바위는 이 세상의 히어로입니다. 이 바위 때문에 당신들이 발 뻗고 잘 수 있는거에요."

    그러자 사람들은 혀를 끌끌차며 나를 이상한 놈 취급했다. 그 누구도 이 바위가 자신들의 고통을 대신 짊어준다고 믿지 않았다. 대신에 사람들은 절과 교회에 가서 불상과 십자가에 이 세상의 안위를 빌었다. 조그마한 시골 마을 뒷산 어귀에 있는 이 바위가 이 세상의 안위를 지키고 있다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60여년의 세월이 흘러 이 바위는 60년 전과 다르게 급격히 노쇠했다. 바위 표면은 매우 거칠어졌고 바위 부스러기가 많이 떨어져 나갔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산책로를 넓히고 싶어 했다. 하지만 뒷산 입구에 있는 바위 때문에 산책로를 넓히기 힘들었다. 사람들은 기중기로 뒷산 입구에는 있는 바위를 치우려고 했다. 나는 만류했지만 마을사람들은 막무가내였다. 내 말은 모두가 귓등으로 들었다. 바위가 바닥에 옮겨지면서 바위는 산산조각 났다. 바위가 짊어지고 있던 이 세상의 고통이 다시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전염병이 창궐하고 기아와 굶주림 그리고 전쟁이 다시 시작되었고 자연환경은 다시 오염됐다.

    그날 밤에 외계 생명체가 다시 나의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바위가 조각났으니 다시 나에게 이 세상의 고통을 짊어질 수 있는 대상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난 곰곰이 생각하고 말했다. 

    "우리 마을 절간에 있는 불상으로 해주세요. 거기라면 괜찮을 듯 합니다." 외계 생명체는 그 불상에 다시 이 세상의 모든 고통을 짊어지게 했다. 

    난 이제 매일 새벽에 절에 가서 불상을 닦았다. 사람들이 왜 이제 불상을 닦냐고 물었다.  

    " 이 불상이 이 세상의 히어로입니다. 이 불상 때문에 당신들이 발 뻗고 잘 수 있는거에요."

    마을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서야 정신이 돌아왔다며 나에게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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