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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진은영, 소멸
빨간 자동차를 타고
동물원에 가는 일요일처럼
차의 경적 위에 앉은 새처럼
하늘은 푸른색 칸막이다
좀더 위쪽의 신비를 가려놓은
노래는 곧 날아갈 것이다
민첩한 사람들과
점점 느려져가는 사람들이
사라진 막다른 골목길
풍경의 흐릿한 날개를 달고서
녹색 종양이 자라는 팔월의 나무
뱀처럼 기다란 죽음이 나를 감아 오르고 있다
길 건너
다리 부러진 피아노처럼
세계가 기울어진다
어둠
유리창 불빛이 레몬처럼 흔들린다
나는 한 번도 진실을 말한 적이 없다
그리고 흰 공책 가득 그것들이 씌어지는 밤이 왔다
유희경, 해줄 말
손목을 끊고 살던 청춘들
야위어간다 먹지 못해
뼈만 남은 서로의 몸을 매만져
음악을 만든다
한 사람을 꺼내 생각한다
기억의 순간들, 전력으로
펼쳐지는 동안 어쩌면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생각
당신이 눈을 닦아주길 바랐어요
눈물에서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당신이기를 그만두세요 제발
내가 당신이 될게요 그러나
나는 늘 운이 없었으니까
다치고도 다친 줄 모르는 흉터와
내 것이고도 모르는 표정이
매달려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해줄 말이 있으면서도
다음 목숨을 원했던 것은
참을 수 없는 감정
말은 그렇게 배우는 것이지
모레 죽어도
미안하다고 하지는 않을 거지만
박서영, 달의 왈츠
당신을 사랑할 때 그 불안이 내겐 평화였다
달빛 알레르기에 걸려 온몸이 아픈 평화였다
당신과 싸울 때 그 싸움이 내겐 평화였다
산산조각 나버린 심장
달은 그 파편 중의 일부다
오늘 밤 달은 나를 만나러 오는 당신의 얼굴 같고
마음을 열려고 애쓰는 사람 같고
마음을 닫으려고 애쓰는 당신 같기도 해
밥을 떠 넣는 당신의 입이
하품하는 것처럼 보인 날에는
키스와 하품의 차이에 대해 생각하였지
우리는 다른 계절로 이주한 토끼처럼 추웠지만
털가죽을 벗겨 서로의 몸을 덮어 주진 않았다
내가 울면 두 손을 가만히 무릎에 올려놓고 침묵하던 토끼
당신이 화를 낼 때 그 목소리가 내겐 평화였다
달빛은 꽃의 구덩이 속으로 쏟아진다
꽃가루는 시간의 구덩이가 밀어 올리는 기억이다
내 얼굴을 뒤덮고 있는 꽃가루
그림자여 조금만 더 멀리 떨어져서 따라와 줄래?
오늘은 달을 안고 빙글빙글 돌고 싶구나
돌멩이 하나를 안고 춤추고 싶구나
그림자도 없이
조병화, 낮과 밤
나뭇잎 속을 지나가는 바람처럼
너는 내 머릿속을 지나간다
나뭇잎 속에서 잠을 자는 새처럼
너는 내 머릿속에서 잠을 잔다
이광웅, 달
네 눈꺼풀 안쪽에 고인 달빛
네 눈꺼풀 안쪽에 고인 달빛
약질의 내 체구에 떨어져 부서질 때
이빨이 시리고
피가 얼고 그러던 달빛
손 안에 받아 보려 한들 이 무슨 헛짓거리랴
눈사태 같이 부서져 내려 앞길을 차단하는
눈사태 같이
차디찬 달빛
네 눈꺼풀 저쪽에 고인 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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