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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가 진보적 가치의 전부인 것으로 착각하는 진보는 '무익 유해'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진보어용지식인"이 되겠다는 유시민의 발언을 듣는 내 가슴은 젖어들었다. 나는 유시민의 말이 무슨 뜻인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나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물론 "어용(御用)"이라는 네이밍은 음험하고 부정적인 인상을 준다. 그래서 유시민의 말을 오해하거나 몰이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내 경험을 통해 유시민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설명하고 싶다.
나는 부동산 투기와 그에 맞선 백가쟁명식 정부정책이 충돌하던 참여정부 시절을 통과하면서 논쟁의 한복판에 있었다. 내가 속한 토지정의시민연대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철학과 정책에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 특히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 현실화, 참여정부를 지지하고 견인하자는 입장이었다. 우리는 정부의 미흡한 정책이나 타이밍이 늦은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지키고자 필사적으로 애썼다.
우리는 종부세를 세금폭탄에 비유하며 참여정부를 음해하는 수구언론과 한나라당과 매판지식인과 견결히 싸웠다. 그들과의 논쟁과 토론과 싸움에서 우린 패배를 몰랐다. 우리가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는 동안 진보매체와 시민단체들은 무얼 하고 있었던가? 진보매체와 시민단체들은 그때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성에 차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분양원가제도 개선이 핵심인데 참여정부가 그걸 하지 않으니 반개혁적이라고 난타했다. 좌우 양쪽에서 협공을 당한 노무현과 참여정부는 고립무원의 처지로 질식당했다. 그런 참여정부와 노무현을 바라보는 내 심정은 무참했다. 만약 진보매체와 시민단체들이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면서 보다 좋은 방향으로 견인하려 했다면, 그래서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그 후의 정부들에 의해서도 계승되었다면 어땠을까? 단언컨대 이명박과 박근혜 시대를 관통한 전세난과 미친 집값은 없었을 것이고 시민 대다수는 주거의 안정을 누렸을 것이다. 참여정부 당시의 진보매체와 시민단체들은 의도가 어쨌건 결과적으로 대의를 그르치고 공익을 해한 셈이었다. 부동산공화국을 해체하기 위해 피투성이 싸움을 벌인 노무현의 꿈은 물거품이 됐고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으로 완벽히 회귀했다. 그걸 생각하면 정말 피눈물이 난다.
나는 참여정부 시기를 통과하면서 뼈아프게 깨달았다. 거시적 안목과 전략적 인내심이 없는 진보, 사안의 경중과 완급과 선후를 모르는 진보, 한 사회가 걸어온 경로의 무서움과 사회세력 간의 힘의 우열이 가진 규정력을 인정하지 않는 진보, 한사코 흠과 한계를 찾아내 이를 폭로하는 것이 진보적 가치의 전부인 것으로 착각하는 진보는 무익할 뿐 아니라 유해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설사 정권교체가 된다고 해도 정치권력, 그 중에서도 행정권력이, 바뀌는 것에 불과하다. 재벌, 극우정당, 비대언론, 사법권력, 종교권력, 매판지식인 등으로 구성된 특권과 두동맹은 새 정부의 개혁을 방해하고 새 정부를 좌초시키기 위한 연성쿠데타 혹은 저강도 탄핵을 끊임없이 획책하고 실행할 것이다. 새 정부와 자각한 시민들만으로는 특권과 두동맹의 파상공격을 감당하기 어렵다. 우리에겐 거시적 안목과 총체적 사고와 전략적 인내심을 지닌 지식인, 비판을 넘어 대안을 제시하는 지식인이 필요하다.
나는 개혁정부에서 진보어용지식인 역할을 하겠다는 유시민의 선언을 그런 지식인이 되겠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나는 유시민의 진보어용지식인을 백퍼센트 이해하고 백만번 동의한다. 나도 유시민의 편이다. |
출처 | http://www.amn.kr/sub_read.html?uid=281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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