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이맘때 1주일간 혼자서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적이 있다.
여행 네번째날은 우도를 갔다가 도내버스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제일 앞자리에 앉은 나는 풍경을 감상하며 가고 있었는데 어느 정거장에서 50대 초반쯤 되는 등산복을 입은 아저씨가 버스에 오르더니 내옆자리에 앉았다.
5분쯤 지나니 옆자리 아저씨가 혼자왔느냐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니 웃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신다. 그리고 마침 자기도 서울에서 혼자 여행왔는데 내일 같은 숙소(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 아가씨 2명과 우연히 계획이 일치해 렌트해서 제주도내를 구경할 계획이니 같이 가자고 한다. 같이 가는 아가씨들도 휴가차 온 직장인들인데 애인없는거 같으니 책임지고 소개시켜준다고 하면서 재밌을거라고 한다. 별로 내키지 않아 거절하니, 함께가면 경비도 절약되고 좋지않겠냐며 자꾸 권하길래 생각좀 해보고 이따 저녁에 연락드리겠다 말하고 연락처를 받았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나누다 아저씨는 40분쯤 뒤에 내렸고 나는 종점에서 내렸다. 종점에서 내릴때 기사아저씨가 나에게 내일 여행은 옆자리 아저씨랑 가지말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운전하는 도중에 이야기를 들으셨나보다. 사람이 웃고는 있는데 얼굴 인상이 안좋다는 말씀을 하셨다. 나는 알겠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숙소에와서 씻고 맥주한잔 하고 아무래도 혼자 여행하는게 좋을것 같아 그 아저씨에게 내일 혼자 여행하겠다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근데 1시간이 지나도 답장이 없었다. 그러려니 하고 나는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다섯째날 일정을 시작하기위해 터미널로 향했다. 그리고 이날도 계획대로 알차게 보냈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위해 시골 어느 슈퍼에서 버스표를 끊고 생수를 사고 있는데 옆에 지명수배자 명단 같은게 있다. 그냥 무심코 보고있는데... 어제 내옆자리 아저씨와 비슷한 사진이 있었다. 죄명은 강도살인.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ㅆㅂ 이거 뭐지..아무래도 동일인 같아 어제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하니... 없는 번호라고 나온다...나는 서둘러 버스를 타고 숙소로 왔다. 그리고 경찰에 어제 비슷한 사람을 목격했다는 신고를 했다. 그리고 남은 이틀 일정은 취소하고 비행기표 일정을 변경후 다음날 집으로 와버렸다. 내 폰번호와 숙소를 그 아저씨도 알고 있기때문에 더이상 여행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때 옆자리 아저씨와 이야기하던중 이상한 질문이 몇개 있었는데 이제서야 조금 이해가 되었다. "아픈데는 없느냐 건강하냐?", "술담배는 하느냐", "성격이 활달한거 보니 o형같다. 확실히 여자들은 o형 남자를 좋아하는것 같다."
3년이 지난 지금 그 강도살인 용의자는 잡히지 않은걸로 알고 있다. 만약 내가 그 아저씨와 약속을 잡고 만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도 이맘때쯤 되면 제주도에서 있었던 그날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