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제목을 가진 이야기를 아는 분도있고 모르는 분도 있을것입니다.
아는 분들은 뭐 그냥 대충 넘어가고 중요한건 모르는 분들인데
모르는 분들도 편하게 읽을수 있도록 최대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전 글과는 달리 많이 사적인 글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시작을 하겠습니다.
사적인 내용이 짙은 만큼 생각보다 안 무서운 글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집중력 고자라 길게 한방에 글을 쓰는게 버릇이 안들여져있어요.
SLR 시절부터 계속 짧막짧막 끊어쓰는 버릇이 있어서
댓글로 끊어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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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녀석과 HS (이하 가명을 '은민' 이라고 쓰겠습니다.) 의 이상한 만남이 있고난 후
은민이는 한동안 카페 챗방에도 보이지 않았고,
심심할때마다 나에게 연락해오던 것도 없었다.
중요한건 내가 연락을 해도 묵묵무답이어서, 혹시나 해서 당시 다니던 회사 친구의 전화를 빌려 전화를 걸었다.
몇번의 통화연결음과 함께, 깊게 잠긴 은민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민 : 여보세요.
나 : 뭐냐 너. 내 전화는 싹다 피하고 모르는 번호로 거니까 받네.
은민 : ......
나 : 누구냐고 물어보지도 않어.
우리가 무슨 헤어진 연인이냐? 전화를 왜 피해.
은민 : 죄송해요...
나 : 여튼 내가 이따가 내 전화기로 다시 전화할테니까. 받어라.
은민 : ......
나 : 대답해.
은민 : 네...
그렇게 까불거리다 못해 똘끼 다분했던 녀석이
친구녀석에게 귀싸대기 한대 맞았다고 차분해진거 보니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그런 모습을 한번도 본적 없었기에 더더욱.
전화를 끊고 업무를 본 후 퇴근하자마자 다시 은민이에게 전화했다.
역시나 아까와 같은 깊게 가라앉은 목소리는 여전했다.
은민 : 여보세요.
나 : 저녁먹자. 먹었어도 나와.
은민 : 예? 그게...
나 : 약속 있어도 취소하고 나와.
은민 : 아니 그게...
나 : 나오라고.
은민 : 알았어요.
나 : 구월동 뉴코아. 7시.
그렇게 굉장히 일방적으로 약속을 잡았다.
사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왠지 죽어도 안나올것 같은 분위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게 만난 은민이는 통화했을때와 별 다를거 없이 기운 하나도 없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정말 평소와는 다르게 너무도 차분하고 평범한 복장으로 나와 내가 더 당황스러웠다.
밥을 먹는 내내 말이 없었고 내가 일상적인 대화를 아무리 걸어도 짧막한 답변만을 했다.
식사 자리를 마치고 bar 로 자리를 옮겼다.
역시나 녀석은 거기서도 말이 없었다.
답답한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나 : 한대 맞은게 그렇게 억울하든?
은민 : ......
나 : 몇일 사이에 벙어리가 다 됐구만.
은민 : 친구분이... 아무 말씀 안해주셨나요?
나 : 뭔 말.
은민 : ......
나 : 계속 그렇게 나 불편하게 대할거면 집에 가고.
은민 : 저기... 죄송해요...
나 : 뭐가.
은민 : 그때. 당집 데려가고 대전 같이 가자고 그랬던거.
나 : 그게 뭐가 죄송한건데.
은민 : ......
나 : 지금부터 후딱후딱 대답 빨리 안하면 딱밤 한대씩 때린다.
나에 반 장난식 협박에도 녀석은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내가 그냥 집에 가는게 낫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션을 취하자
녀석은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은민 : 아저씨는 만약에 아저씨 눈에 보이는 귀신 만나면 죽을지도 몰라요.
나 : 그게 뭐.
은민 : 그게 그러니까...
나 : 죽을뻔 했다고?
은민 : 죄송해요...
나 : 죄송하다고 그만 애기해라. 앵무새도 아니고.
은민 : ......
나 : 그러니까 나한테 잘못한거 있다는거네.
은민 : 네...
나 : 그럼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용서해 줄게.
은민 : 뭔데요.
나 : 네가 알고있는 가장 무서운 이야기를 나에게 해줘.
무섭지 않아도 재밌으면 봐줄게.
은민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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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민이의 중학교 때 이야기.
은민이와 지선이와 미림이 라는 친구 두명은 시험을 마치고 노래방을 가기로 했다.
그녀들은 매번 다녔던 노래방이 그날 휴업이라 다른 노래방을 찾아가야 했다.
그녀의 친구중 하나가 오며 가며 본 기억이 있는 노래방이 있다고 하여 찾아갔다.
친구를 따라 도착한 곳은 주택가에 있는 낡은 건물 지하의 한 노래방이었다.
보통 대로변이나 번화가에 있는 곳들은 요금이 비싸고, 학생요금이 없을지 모르니
최대한 장사가 안될것 같은 곳을 찾은것이다.
그녀들은 건물로 들어가 계단을 내려갔다.
은민 : 야. 우리 다른데 가면 안될까?
지선 : 왜?
은민 : 그냥 뭔가 느낌이 안좋아서.
미림 : 다른데 아는곳 있어 그럼?
은민 : 아니 그건 아닌데.
지선 : 일단 가서 가격만 물어보자.
지금이야 노래방은 굉장히 깔끔하고 지하에 있는 경우도 거의 없지만,
당시만 해도 노래방은 대부분 지하였고,
눅눅한 공기와 함께 방에 들어가면 맥주 쩌든 냄새, 뭔가 끈적한 느낌의 바닥, 미세하게 남아있는 담배냄새,
그리고 미묘하게 어둑한 실내분위기를 가졌었다.
은민이 일행이 찾은 노래방 또한 그런곳이었다.
친구들은 노래방 카운터에 주인에게 애교섞인 목소리로 1시간에 얼마냐고 물어보는 중이었다.
학생 요금과 성인 요금의 구분이 없다면 다른곳을 찾을 생각이었으니까.
노래방 주인은 기분좋게 5천원에 두시간을 해주겠다고 했다.
지선이란 친구는 '오늘은 내가 쏠게!' 라고 하며 지갑에서 5천원을 꺼냈고
그때 다시 은민이는 지선이를 붙잡고 귓속말 했다.
은민 : 우리 그냥 다른데 가자.
지선 : 왜. 5천원에 두시간이면 엄청 싼거잖아.
은민 : 진짜 느낌 안좋아.
지선 : 그냥 들어가자. 응?
지선이는 억지로 은민이의 팔장을 껴서 지정된 방으로 끌고 들어갔다.
지정된 방 앞까지 갔고 은민이는 친구들에게 잠깐만 있으라고 하고 방 문을 열었다.
은민 : 지선아.
지선 : 응?
은민 : 5천원 내가 줄테니까 우리 그냥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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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