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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freeboard_918690
    작성자 : 눈눈이
    추천 : 12
    조회수 : 450
    IP : 1.226.***.53
    댓글 : 102개
    등록시간 : 2015/06/15 20:13:03
    http://todayhumor.com/?freeboard_918690 모바일
    하교길 버스에서 오유징어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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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 봉쥬르?

    나는 거리에 널려 있는 슴셋 대학생임

    같이 과제하던 형은 여친 만나러 갔지만 난 그런 게 음스므로 음슴체를 쓰겠음


    아까 방금 일이었음

    교수님이 내주신 교과서 사투리 번역 퀘스트를 4시간만에 클리어했음

    동기 형이랑 같은 조였는데 그 형은 보상 나누기도 전에 끝나자마자 차 끌고 여친 만나러 감

    사실 이때부터 내 망트리가 시작됐음... 이게 교과서 번역 퀘스트였단 말임?

    국어 교과서가 6권 쌓여있는데 또 교사용 지도서라서 이게 무지막지하게 무거움

    근데 이걸 깜빡하고 그 형을 그냥 보내버림... 별 수 있음?

    나는 울면서 겨자 먹기로 군대 예비체험 한다 생각하고 지도서 전부 가방에 쑤셔넣었음

    이걸 들쳐 메는데 우와.... 미안하지만 먼저 간 그 형에게 욕을 퍼부었음


    그렇게 휘청거리면서 가방 메고 손에는 노트북 가방을 들었음

    가뜩이나 작은 내 키를 중력이 내리 눌러서 키가 줄어들 것만 같은 불안감이 들었음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겨우 이끌고 버정으로 갔음

    운 좋게도 버정에 가자마자 버스가 도착함

    눈누난나 하고 싶었지만 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백팩 덕분에 어깨만 으쓱으쓱 거리고 버스를 탔음


    버스 안에는 사람이 꽤 많았음

    거기다 내가 마지막으로 타서 빈 자리도 별로 없었음

    어디 좋은 자리가 없나 매의 눈으로 물색하고 있는데 빈 자리가 떡하니 눈에 들어옴

    거기 앉으려고 가까이 갔는데 웬걸 옆 사람이 존잘남인 거임

    와 내가 안 그래도 호빗에다 오징어 소리 듣는데 옆엔 저런 존잘남이라니 이런 비극이 있을 수가 있음?

    여기만큼은 앉지 말아야겠다는 집념으로 주위를 훽훽 둘러봤지만 부질없는 짓이었음... 빈 자리는 여기뿐임...

    노트북 가방을 두손으로 꼭 부여잡고 여길 앉아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고 있었는데!

    버스기사 아저씨가 급출발을 상큼하게 하셨음...^^...

    그래서 엉겁결에 휘청거리다가 노트북 가방을 놓쳤음

    하.. 망했네... 가뜩이나 골골대는 내 조상님 노트북이 이번에야말로 환생의 기회를 얻겠구나 싶었음

    그런데 누가 심쿵하는 목소리로 "조심히 앉으세요." 이랬음

    설마설마 하며 봤는데 존잘남이 내 노트북 가방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거였음

    와... 진짜... 잘생긴 게 성격도 좋냐... 우리 호빗 동족들의 적이다... 그 생각이 들었음

    아무튼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 노트북 가방 받으려는데 존잘남이 가방을 안 줌

    "가방 주세요." 했더만 "어디까지 가시는데요? 가시는 데까지는 들어드릴게요." 이럼

    이 사람도 나의 크고 아름다운 백팩을 본 모양임

    그래서 나는 "아, 네... 감사합니다..." 대답하고 좌석에 앉았음


    나는 백팩을 마이 프레셔스하게 꽉 끌어안고 오유를 켰음

    지금 밝히는 거지만 나는 진짜 눈팅러란 말임?

    댓글은 무슨 추천도 안해본 늅뉴비 오징어였음

    아무튼 여느 때처럼 베오베 글을 염탐하다가 남자 꼬시는 법? 이런 글을 봤음

    어떤 흥미로운 내용으로 성교육을 해줄까 싶어서 그 글로 들어감

    심각한 얼굴로 진지하게 정독하고 있었는데 옆 자리 존잘남이 갑자기 나를 툭툭 건드림

    아, 이제 내리는 건가? 싶어서 "감사합니다." 하고 노트북 가방을 받으려는데

    존잘남이 밝게 웃으면서 나한테 그러는 거임

    "안 생겨요."

    처음에는 당황해서 "예?"라고 되물었음

    그러니까 그 존잘남이 멋쩍게 웃으면서 "안 생겨요." 이러는 거임

    나는 짧은 시간 동안 무수히 많은 고민을 했음

    내가 아는 사람이던가? 아닌데 존잘남이 내 인생에 있을 리가 없는데? 설마 내 폰을 본 건가? 남자 꼬시는 법이라는 글을? 이 사람은 지금 나를 게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건가? 그래서 이런 거 봐도 남친 안 생긴다고 하는 건가?

    여기까지 생각했는데 뭔가 기분이 팍 상했음

    내가 남자를 좋아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고 왜 대뜸 모르는 사람한테 안 생긴다고 하는 거냐고 ㅡㅡ 이렇게 생각했음

    그래서 얼굴 확 찌푸리면서 "오해하신 것 같은데 저 게이 아니에요." 이랬음

    그랬더니 그 존잘남이 당황하더니 "어... 저기... 그게 아니라..." 이럼

    그래서 "그리고 초면에 안 생긴다고 하는 건 실례 아닌가요. 상당히 불쾌하네요."

    이러고 내 노트북 가방 다시 뺏어들고 바로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버림


    길을 걸으면서 생각하는데 곱씹을 수록 화가 나는 거임

    아니 나도 내가 키 작고 못생긴 거 아는데 지 잘났다고 잘난 척 하는 거야 뭐야?

    상당히 열 받아서 롤하자는 친구놈한테 전화로 성질냈음

    "야 나 방금 버스 탔는데 어떤 미친놈이 나보고 대뜸 안 생긴다고 그러더라. 뭐하는 놈이냐고!"

    그런데 친구가 잉? 소리를 내더니 나한테 물음

    "야 너 오유하냐?"

    "헐 니가 그걸 어떻게 아냐?"

    "엌ㅋㅋㅋㅋ 호구새끼 진짴ㅋㅋㅋㅋ 니가 빙신이닼ㅋㅋㅋㅋ"

    친구가 역대급으로 웃음을 터뜨리는데 난 이 상황이 이해가 안 갔음

    그래서 왜 그러냐고 막 꼬치꼬치 캐물었는데...

    Aㅏ... 난 그제야 오유의 AKSY 문화를 알았음....

    맨날 본문만 눈팅하고 댓글은 읽지도 않던 어리석은 나새기... 후...


    짧은 일화였는데 글을 쓰다 보니 지루하게 길어졌네요 ㅠㅠ 썰 고자 나새기...

    ㅠㅠ 이 자리를 빌어 20번 버스에 탔던 존잘남님께 사죄 드립니다

    정말 몰랐어요 ㅠㅠ 마음도 착하신 분인데 제가 무슨 짓을 한 거지 ㅠㅠ

    우리 대학 분이신 것 같은데 다시 마주치면 AKSY 해주세요 ㅠㅠ 제가 밥 사드릴게요........



    p.s. 님 정말 잘생겼어요... 부럽.... 

    출처 당장이라도 돌아가 사죄하고픈 나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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