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유리나무님이 방명록에 적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경상북도 문경시 견탄 옆, 태봉사택이라는 조그마한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 마을은 마을 주민들 90프로가 광부인 탄광촌이었죠.
외부와는 철저히 단절된 마을이었습니다.
슈퍼도 한개밖에 없고, 공중전화도 한개에 가로등마저 한개밖에 없는 아주 외진 마을이었습니다.
시내로 나가려면 마을 밖으로 나가서 큰길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하는데, 가는 길에 강이 하나 있습니다.
다리를 건너면 1차선 도로가 있어요.
그 뒤로는 기차길이고요.
시골 아이들이 다들 그렇듯, 여름이 되면 항상 그 강에서 친구들과 놀곤 했습니다.
당시 저에게는 아주 친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우리집 앞에 사는 주희라는 아이였는데, 엄마들끼리 친하다보니 덩달아 저희도 친자매처럼 친하게 지냈죠.
그렇게 지내다 제가 10살이 되던 해, 저희 집은 서울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친구와도 울면서 이별을 했죠.
저는 꼭 다시 만나러 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서울로 이사를 가고 3년 뒤, 초등학교 6학년이 되던 해 여름 방학.
저는 부모님을 조르고 졸라서 고향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마냥 들떠 있었죠.
문경에서 내려서 버스를 타고 마을 입구 다리에 도착한 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달려갔습니다.
그때, 강에서 놀고있는 아이들이 보였습니다.
대부분 모르는 아이였지만 신나게 놀고있는 갈색머리 아이는 분명 내 친구 주희였습니다.
저는 너무 반가운 나머지 가파른 길을 뛰어내려갔습니다.
그런데 분명히 있던 아이들이 없어진겁니다.
그때 엄마가 다급한 목소리로 절 부르며 따라오시더라고요.
등을 때리며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그러셨죠.
전 엄마에게 [엄마, 여기 주희 못봤어?] 라고 물었지만, 엄마는 [아무것도 없는데 무슨 소리니? 빨리 마을로 가자.] 라고 하실 뿐이었습니다.
마을에 도착한 저는 친구들과 반가운 재회를 했고, 곧바로 주희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얼굴이 어두워지더라고요.
곧이어 친구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3년전, 주희는 진영이라는 아이와 시내를 다녀오다 마을앞 도로에서 트럭에 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다행이 진영이는 다리만 다쳤지만, 주희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요.
마을은 난리가 났고, 주희 할머니는 그 일로 정신이 이상해지셔서 죽은 주희 허파를 봉지에 넣어 집앞에 매달아 두는 지경이었답니다.
그때부터 주희의 가족들은 점점 다른 주민들과 멀어져갔고, 결국 1년 뒤 어딘가로 이사를 갔다고 합니다.
주희가 살던 집은 아무도 살지 않는 폐가가 되어버렸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예전 제가 살던 그 마을은 아예 폐촌이 되어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곳을 떠올리노라면 주희가 생각납니다.
그때 보인 주희는, 3년전 내 약속을 기억하고 마중을 나왔던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