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이다.
눈이 왔길래 한밤중이지만 간만에 산책에 나섰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고 날도 추웠지만, 아무도 안 밟은 눈길을 걸어나가는 게 즐거워,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러다 신사에 들르게 되었다.
문득 올해는 아직 첫 참배도 드리지 않았구나 싶어, 경내로 들어섰다.
참배길 한가운데, 초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흰 기모노 깃을 휘날리며, 손에는 금빛 부채를 들고 있었다.
여자아이는 맨발인 채, 즐거운 듯 팔랑팔랑 춤추며 맴돌고 있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광경에, 한동안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여자아이는 내 존재를 알아차린 듯 춤을 멈췄다.
한밤중에 웬 아저씨가 바라보고 있어 놀랐나 싶어 당황한 나는, 바삐 그곳에서 발을 옮겼다.
하지만 천천히 생각해보니 이런 한밤중에 눈 속에서 맨발로 춤추는 여자아이라니,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신사로 돌아와 봤다.
참배 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눈 위에는 발자국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친구한테 이 이야기를 했더니, 10여 년 전 근처 신사에서 비슷한 여자아이가 목격된 적이 있더라는 말을 해줬다.
무섭지는 않았지만 뭔가 신기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