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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쓰림이 심해진다. 네 손이 내 속을 긁는다.
너를 먹은 지 열흘이 지났건만 아직 소화되지 못한 네가 위장 한 가득이다.
그 사이 먹은 것도 많다. 네가 빨리 내려가라고 닥치는 대로 입에 욱여넣었다.
너는 그것들을 다 받아먹었나 보다. 나는 계속 배고픈데 너는 그리 커져가는 걸 보니.
잘근잘근 너를 씹어 먹었는데, 부위별로 조각조각,
끓이고 지지고 볶고 조리법도 달리했는데,
너는 어떻게 거기서 한 몸이 된 걸까?
그 조그만 몸에 참 먹을 게 많았다.
다 먹고선 더부룩해 활명수를 두 병이나 들이켰을 만큼.
너를 먹고 변비가 왔다. 매일 유산균 음료를 몇 통씩 비웠지만
똥꼬를 비집는 건 그저 헛방귀뿐. 나는 네가 똥이 되길 바랐는데.
너는 내 위장에서 다시 태어났다.
네 첫 탄생, 그걸 과연 태어났다고 칭할 수 있다면 말이다.
어쨌든 자궁 지나 빛으로 나왔으니 행위 그 자체는 탄생이 맞겠지.
밤으로부터 멀리 달아나지 못한 새벽, 달그림자 깊은 골목,
낡은 가로등 빛 파편. 그걸 빛이라고 할 수 있다면 말이다.
먹지 않고 널 감출 방도가 없었다.
내일 없는 삶을 살아왔다만 그건 내 선택이었다.
울타리를 벗어난 내 일은 몸 쓰는 것뿐이었지만
참견하는 이 없어 나름 누릴만한 생활이었다.
더 누리려 욕심 낸 게 화근이었나 보다.
네가 있으면 내일이 기대될 줄 알았지. 내 일이 달라질 줄 알았지.
산달 다 되어 길에서 사산된 창녀의 아기를 두고
그 누가 사고라 인정해줄까?
CCTV 하나 없는 재개발지구의 허물어진 골목에서의 섹스는
내가 원했던 게 아니라고 하면 누가 그걸 믿어 줄까?
내 상처는 투명해서 무참히 맞았다 한들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네가, 씨빨련아, 만만해서 먹은 거지,
씨빨, 맛있어서, 먹었겠냐, 이 씨발련아.
내 배를 자근자근 밟아대던 노인네 목소리가 참 점잖았다.
욕마저 온화했다.
기골이 장대하고 정정해서 양복 입은 테가 멋졌다.
제법 명망 있어 보이는 품새.
나는 분노조차 품을 수 없었다.
때론 당하고도 그냥 그렇게 지나 보내야만 하는 순간들이 있다는 걸 사무치게 안다.
나도 널 맛으로 먹지 않았다.
먹어 없애는 게 제일 만만한 방법 같아 보였다.
너를 재료로 나누어 요리하는 동안 든 걱정은
양념이 제대로 되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비린내를 잡기 위해 생강과 계피를 쏟아 부었다.
그게 좀 후회된다. 네 맛이라도 제대로 볼 걸.
꼭꼭 씹어 식감을 꼼꼼히 기억할 걸.
나는 널 다시 품기로 한다.
내 안의 네가 점점 자란다.
태동부터 태어남까지, 출구를 나와 입구로 들어가기까지
모든 과정에 네 의지는 없었다.
위장에 자리 잡은 건 마땅히 네 의지다.
나는 그걸 어찌할 방도가 없다.
토할 수도 없고 소화시켜 쌀 수도 없다.
내 모든 구멍으로 네 숨이 드나든다.
네가 지난 식도로 너를 키울 영양이 쏟아진다.
한차례 대식을 마치니 네가 한 뼘 크는 게 느껴진다.
늑골이 부러진 것 같다. 그만큼 네 공간이 커진 거겠지.
위장이 늘어나는 기관인지라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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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르시아 효과(Garcia Effect)
먹는 행동과 그로 인해 나타나는 결과 사이에는 시간적으로 어느 정도 차이가 있지만, 그들 사이에는 일정한 인과관계가 존재한다. 다시 말해 닭고기를 먹고 나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 배탈이 났다고 하더라도 닭고기와 배탈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성립한다. 이와 같이 특정한 먹거리의 미각과 뒤에 따르는 결과(질병) 사이의 관련성을 학습하는 놀랄 만한 재능을 '가르시아 효과'라고 한다.
가르시아 효과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유기체들이 가지고 있는 생존 본능이다. 사람과 동물은 자기의 생명을 위협하는 먹거리를 한 번의 경험만으로도 터득하는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 있다.
출처 |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자주 글 올리고픈데 바빠서 좀 수월한 기획을 하나 했습니다. 제가 예전에 올렸던 73가지 심리학 효과를 모티브삼아 하나씩 글을 올리려고 해요. 아이디어 소스 찾을 시간만 줄여도 꽤 수월하네요. 세이브를 좀 쌓아둔 관계로 매 주 1편씩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들 주말 잘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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