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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며 공주님께서 이름을 옮겼을때 분위기에 맞지않는 내 경솔한 질문 때문에 불편하셨는지 묻고싶었다. 내가 함부로 그녀에게 질문했던걸까? 그행동이 무례하기때문에? 그게 아니라면 왜 모두가 날 그런 눈으로 바라봤던거지? 첫 근무를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해 고민하는 내 머릿속은 점차 복잡해졌다. 계단을 오를때마다 석회 가루의 오래된 냄새가 났고, 난 내 발굽 사이로 들어간 돌 조각들을 빼내기위해 잠시 멈춰 발굽을 틀었다. 발을 몇번 터니 돌조각들은 잘게 부서져 불편함이 사라졌다. 평소라면 무심코 지나버릴 장소에서 난 포니들의 흔적을 찾아냈다. 캔털롯 성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계단에는 발굽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계단의 끝자락마다 발굽모양으로 움푹파여있는 흔적들은 성 상층부로 올라가는 통로가 상당시간 오래 사용되왔었고, 방치된 곳이라는걸 말해줬다. 난 그것이 공주님께서 한때 이곳을 들어오시던 흔적인줄 알고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이내 사라졌다. 계단 하나하나마다 남아있는 단 한쌍의 자국들은 그녀의 발굽에 비하면 아주 작고 왜소했다. 난 누군지도 모를 그 과거의 포니에게 관심이 갔지만, 그는 아마 이곳에 남아있지않을것이다.
잡다한 생각들은 버리고 난 다시 내가 해야할 것에 집중했다. 하늘과 가까워질수있는 계단을 오르는 것. 시간은 그리 오래걸리지않았다. 그곳에서 날 기다리는, 계단보다 더 오래된 나무문을 부수지않고 여는것에 애를 좀 먹었다. 아무래도 나중에 개인적으로 저문을 고칠 필요성이 있었다. 난 옥상으로 향했고, 어디선가 느껴지는 향긋한 꽃향기가 날 이끌었다. 향기를 따라 도착한 장소인 꽃과 과일나무로 꾸며진 테라스에서 셀레스티아 공주님께서 작은 정원을 손질하고계셨다. 난 그녀에게 다리를 꿇고 예를 표했다. 공주님께서는 아까보다는 더 차분하고 고운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 어서와요 빅터. 당신은 이곳이 처음이니까, 제가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고싶었어요. "
" 다른 제 형제들도 오늘이 공주님을 위해 이한몸 바치기로 맹세한 첫날입니다. "
" 아....그런가요? 하지만 전 당신과 이야기를 하고싶네요. 아침부터 이 먼길 오시느라 수고하셨어요. "
" 아닙니다 공주님. 저흰 공주님을 위해선 목숨도 던질 각오가 되있습니다. "
그녀는 나의 대답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공주님의 미소는 정말 아름다우시고, 보면 볼수록 마음이 편안해져만갔다. 난 공주님께서 발굽으로 가르키시는 의자를 가져와 그녀를 앉히려했다. 그런 내 생각과는 달리 공주님께선 마법으로 날 의자에 앉혀주셨다. 공주님께서는 뒷다리를 바닥에 눕힌채 편안한 자세로 엎드리셨다. 공주님의 눈높이는 그제서야 나와 같은 선상에 놓였다. 난 공주님과의 대화를 나눌 영광스러운 기회를 가졌지만, 그다지 그녀와의 담소가 반갑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난 내 지마들이 이곳에 오기 석달전부터 해주던 충고를 전부 기억하고있기 때문이다. 이퀘스트리아의 진리에 관한 그어떤것도 더럽히지말것. 그것은 어찌보면 내 성격상의 문제라고 판단할수도있다. 하지만 난 내가 잘못되고 틀렸다 전혀 생각하지않는다. 호기심은 자연스러운 욕구이자 내가 해결해야할 나만의 중요한 보석이다.
" 빅터, 당신도 잘 알다시피 전 천여년전 혼란스러운 세계에 조화와 균형을 돌려낸 적이 있었죠. 그리고 지금까지 당신의 선조의 선조까지도 절 기억하고 존경할만한 많은 일들을 해왔어요. 그에 대한 저만의 보상으로 오늘날처럼 무한한 평온을 즐기고 있죠. 이런 제게 호기심이 생겼답니다. "
그녀는 마치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맞혀보라는 말투로 말했다. 난 고민했지만 침묵을 유지했다.
" 바로 당신이죠. 평범하지않은, 어쩌면 위험하고 모험적일수도 있는 포니 말이에요. "
"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공주님께선 저희를 판단하시는 절대적인 감각을 지니고계시니, 제가 우둔하고 위험하다면 고치겠습니다. "
난 공주님의 반응을 지켜봤다. 공주님께서는 태양을 바라보셨다. 강렬한 태양의 열기에 땀을 조금 흘렀고, 투명한 땀방울이 내볼을 타고 미끄럽게 흘러내려갔다. 공주님께선 날 흘겨보시며 날개로 나에게 그늘을 만들어주셨다. 난 아직도 그녀가 왜 이런 관용을 베풀어주는지 알지못했다. 많은 포니들은 그녀가 진정한 사랑으로 우릴 보듬어준다는 말을 입에 달고산다. 난 그녀의 사랑을 느껴본적도, 공주님의 아주 조금이라도 알아낸 것이 없다. 극단적인 입장에서 날 바라본다면 난 공주님께서 농담처럼 말하신 '위험한' 포니이기도했다. 내 오래된 생각이 옳다면 그녀는 충분히 날 싫어하고도 남을것이다. 하지만 난 말해야 한다. 진실을 알려주는 것도 틀리지않다.
" 공주님, 사실 제가 진심으로 공주님께 묻고싶은게 한가지 있습니다. 말을 허락해주십시요. "
" 말해보세요. 그어떤 고민도 들어드릴테니. 전 뭐든 상관없으니까요.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라도 말이에요. "
긍정적인 반응이 내 용기를 북돋아줬다. 난 그녀에게 묻기전에 숨을 고르고, 이글거리는 태양을 바라봤다. 이퀘스트리아의 모든 생물들은 마법으로 살아간다. 그들의 작은 세포 하나하나에 각자의 본질인 마법의 힘이 흐르고있다. 마법의 근원인 빛이라는 생명을 부여하는 태양과 모든 분노와 슬픔을 잠재우는 달, 그리고 세상에서 단 둘뿐인 두 힘을 움직이는 알리콘 자매. 공주님들의 이야기, 오래되고 전설적인 신화. 이퀘스트리아의 과거, 대현자 스타 스윌의 이야기. 그가 없더라면 지금의 이퀘스트리아는 존재하지않았을 것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그를 도우는 그의 동료와 그를 완성시킨 그의 모든 포니들이 없었다면 나의 존재도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된다. 마법이 없다면 스스로 자라날수도, 살아갈수도 없는 동물들과 식물들, 태양과 달. 당신도 이 모든것이 당연하다 여길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난 내게 남아있는 이 용기가 사라지기 전에 공주님을 향해 입을 열었다.
" 공주님. 정말 터무니없고 미친소리겠지만........ 태양은 스스로 움직이지않는겁니까. 이퀘스트리아도요? 그럼 에버프리 숲은 무슨 이상한 장소인거죠? "
난 이말이 어떤 의미를 포함하고있는지 잘 알고있다. 날 소중히 대해주는 다른 포니들이 그토록 우려했던 지식에 대한 반기. 난 셀레스티아 공주님께서 놀라시거나, 터무니없는 상상력이라 말하시며 가볍게 웃어넘기시거나, 아니면 어린애같은 쓸데없는 생각이라 화를 내실줄알았다. 내 예상과는 달리 그녀는 그저 눈을 감고 주변의 소리에 집중할뿐이었다.
" 그게 계속 마음에 걸렸던 건가요 빅터씨. 그런데, 어떻게 그런 의심을 하게 되었나요? "
공주님의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없었다. 단지 명량함뿐이었다. 그것이 나에게 안도감을 주고, 절제심을 가져갔다.
" 전 예전부터 포니빌에서 해를 지켜봐왔습니다. 그리고 살아숨쉬는 다른 모든것들도요. 제가 자라나고, 조금 더 다양한 상상이 생기면서 왜? 라는 생각이 멈추질않았습니다. 공주님께선 모든 진실과 지혜를 알고 계시니. 전 그저 공주님께서 하찮은 이 필멸자에게 진실을 이야기해주셨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
공주님의 보랏빛 눈동자가 작아지고 흔들렸다. 그것은 잠깐의 변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의심이 사실이라면, 난 아주 큰 혼란에 빠질것이다. 물론 이퀘스트리아 모든 포니들중 가장 덜 당황해하는 포니는 나 뿐일것이다. 그녀는 화분에게 다가가 향기로운 꽃을 가져와 향기를 음미했다. 난 잠시후 본격적인 근무가 시작되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도 듣고싶은 것은 들어야했다. 공주님의 아름답고 황홀한 갈기가 바람에 흔들거렸고, 공주님께서는 왕관을 잠시 탁자에 내려놓으신뒤 말했다.
" 진실이라면.......당신이 지금 마주하는 모든것들이 진실이에요. 틀리고 왜곡된 것은 존재하지않아요. 단지 평안과 안정, 행복한 포니들 뿐이랍니다. 제가 알려줄수있는게 그게 전부에요. 생각이 깊으시네요. 마치 젊은 시절의 키비츠를 바라보는 것 같아요. 유감스럽게도 그대를 만족시킬 답이 생각나질 않아요. "
난 그녀의 답이 불만족스러웠다. 그것은 부족하고, 무언가 감추는 느낌이 들었다. 난 더이상 묻지않았다. 하루가 시작하는때 서로의 기분을 불편하게 하고싶지않았다. 그때 호출음이 들렸고, 난 공주님께 정중하게 인사한뒤 서둘러 내가 있어야할 곳으로 돌아갔다. 사실 발걸음을 떼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지금이 아니면 하급 기사인 내가 공주님을 뵐 기회는 없을테니까.
" ..........아직은요..... "
테라스의 만남의 기억은 잠시 접어두고 난 정신없이 훈련에 임했다. 성 전체를 순찰하고, 부서지거나 낡고 허름한 벽을 고쳤다. 생각했던것보다 일이 적어 육체적인 어려움은 없었지만, 난 신입 가드들의 모든 일정을 끝내고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도 속마음이 괴로웠다. 난 괴로웠다. 모두가 똑같고, 감정이 없었다. 아무말도 없이, 물을수도없는 상황속에서 자신만의 일을 하는 것은 고통스럽다. 특히 명확한 답을 알지못했다는 사실이 가장 참기힘들었다. 동일한건 소속감을 상징한다. 소속감의 이면을 들춰보면 그것들을 움켜진 검은 손길이 보인다. 난 너무 어렸을적부터 그것을 알아버렸다. 어느새 노을이 지고 있었고, 캔털롯과 다른 지역을 이어주는 대교의 수리를 끝내고 걸터앉아 사과 한개를 집어먹고있는 내게 한 가드가 말을 걸었다.
" 안녕. 넌 신입이구나. 걱정마. 격식 차릴필요는 없고, 난 솔직히 가드들의 전통에 얽메인 수동적인 태도가 마음에 안들거든. 내 이름은 소비터 러스트야. 로얄 가드로 살아온지 2년됬지. 혹시 배정지있어? "
" 네? 아, 네. 있습니다. 아까 훈련때 공고받은 지침대로 오늘 훈련을 통한 체력 검사와 충실성 판단, 그리고 각장에게 할당된 의무의 달성율에 따른 총평가로 자신이 배정될 장소를 표시하는 중요한 종이라 들었습니다. "
난 아까 배운 가드들의 기본적 활동 규율에 적힌대로 감정이 드러나지않는 건조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는 날 위아래로 훑어본후 한심하다는 의미로 앞발로 얼굴을 짚었다.
" 아오, 쫌! 격식 차릴필요없어! 내가 널 배정해줄건데, 넌 지금 엄청나게 운좋다고. 무려 나와 함께한다는건 당분간의 가드 생활이 편해진다는 말이야. 고마운줄알아. "
그는 내 배정지를 가로채듯 가져간후 깃털 펜으로 무언가를 끄적였다. 난 무엇이 되든 상관없다. 그래도 바라는 점이 있다면....개인적으로는 셀레스티아 공주님을 자주 뵐수있는 곳이었으면 좋으리라 생각했다. 러스트는 주제를 벗어난 대화를 주도하려했지만 난 철저히 대화를 끊어냈다. 그는 내게 실증이 난듯 배정지를 나에게 성의없이 던졌다.
" 넌 여기야. 열심히 해봐. "
그는 입으로 욕을 중얼거리며 캔털롯 성으로 돌아갔고, 다리위에는 나와 공주님의 석상만 남아있었다..내게 주어진 의무는 다행이지만 가장 원하지않던 장소였다.
' 포니빌 주요 시설 수리및 순찰 '
내가 오늘 한것, 내가 잘하는 것, 훈련결과. 그런것들을 따져보면 그의 판단은 정확했다. 그리고 난 정말로 공주님을 뵐수없는 처지가 되었다. 왠지 모르게 큰 자격을 박탈당한듯한 상실감이 밀려왔다. 그때 저멀리서 페가수스 가드가 날아와 나에게 금빛 글씨로 써진 새 배정지를 건네주었다.
' 셀레스티아 공주님의 일출 - 일몰 의식 보조 및 알현실 보완 작업과 수리. '
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캔털롯 성으로 돌아갔다. 성에 돌아가자 내가 가장 먼저 한일은 방에 들어가 잠을 청하거나, 책을 읽거나, 공주님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난 아침에 올랐던 옥상으로 돌아가 저멀리 뜨겁게 타오르는 노을을 바라봤다. 첫날의 끝이자 내 위험한 줄타기의 시작이었지만, 아름다운 구름과 붉게 물든 하늘이 싫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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