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경기: 이윤열 VS 최연성.
맵: 네오 레퀴엠
머씨대격돌, 테테전은 지루하다는 견해에 대해서 예외를 꼽으라면 반드시 첫 머리에 들어갈 대진이다.
"테테전이 아니라 머머전"이라는 말이 보여주듯이 언제나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던 두 선수의 대결은 허무하게도
7분만에 승패가 갈리고 말았다. 재미있게도 12시 이윤열 6시 최연성은 지난 2004에버 스타리그 8강 3차전 레퀴엠경기의
위치와 똑같은 것이었다. 전략 역시 모두 레이스 빌드를 들고나왔다는 점에서도 지난경기와 마찬가지였고 다른것이 있다면
미네랄 50짜리 마린의 숫자가 몇기 달랐을 뿐이다. 그러나 그 조그마한 "다름"은 경기결과를 뒤집을 "나비효과"의 원인이었다.
원팩후 투스타를 곧바로 올리면서 마린 2기와 벌처하나만을 뽑았던 나다의 배짱은 원팩 원스타 애드온에 2벌처 5머린을 택한
우브 특유의 과감함에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초반에 본진까지 밀려버린 나다의 레이스가 튀어나왔을때 SCV는 이미 6기까지
줄어있었고 우브의 스타포트에서는 클로킹이 업그레이드와 동시에 아카데미까지 올라가고 있었다. 계속되는 벌처의 난입에
과감히 레이스 두기를 최연성의 본진으로 공격을 보내는 도박적인 플레이를 해봤지만 4기의 일꾼으로 무언가를 해볼 수는 없었다.
이윤열 gg. 5:12까지 벌어진 전적이 보여주는 천적관계의 소산이라거나 박서이외에 누구도 넘지 못했던 우승자 징크스의 소치라는
해석도 가능하겠지만 그 이전에 이윤열은 큰 실수를 저질렀다. 맵의 특성에 따라 플레이를 맞추지 못한것이다. 레퀴엠에서
이윤열의 전적이 나쁜것도 어쩌면 이 때문인지 모르나, 러시거리가 짧고 언덕장악을 당하면 안되는 레퀴엠에서 배짱플레이는
금물이다. 사실 지난 에버배 16강 임요환과의 경기에서도 레이스를 준비하다 임요환의 초반 탱크조이기에 좌절해버린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던 이윤열이 그때의 일을 교훈으로 삼지 못했던 것은 아쉽다. 하다못해 일꾼 한기라도 상대 입구 근처에 배치해두고 초반
병력 진출을 정찰했더라면, 벙커라도 짓던가 해서 어찌어찌 막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탱크없는 소수 벌처 마린이 언덕을 장악해봐야
클로킹 레이스로 쉽게 뚫어낼 수 있으니까. 이번 경기는 흡사 저그 대 저그전을 연상시켰다. 초반 빠른 스파이어를 택하고 저글링뽑기에
소홀한 저그가 상대 저글링의 난입에 일꾼을 다수 잃고, 몇기 나온 뮤탈은 저글링을 막느라 본진을 떠나지 못하는 양상의 저저전과
비슷하게 경기가 흘러갔다. 이윤열이 최연성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최연성이 강한 탓만은 아니다. 천재의 판단은 범인이 이해하기
힘든것이라지만 때때로 범인의 "상식"은 천재의 "감각"을 이기는 법이다. 이윤열은 레퀴엠의 상식을 몰랐다.
2경기: 김준영 VS 박용욱.
맵: 포르테 에버릭스
프로토스에게 있어 더블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기요틴을 강민틴으로 만들고, 대 저그전에서 줄기차게 등장했던 더블넥이 해결해준 것은
초반의 딜레마였다. 투게이트는 반드시 피해를 줘야하는 양날의 칼이고 원게이트는 지형에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비교적 맵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 초반의 방어, 중후반의 폭발력을 동반한다는 장점이 더블넥을 프로토스의 대세로 만들었고
당연히 저그의 파해법도 만만치 않아서 아무 생각없는 더블넥은 "져블넥"이라는 비판속에 패배하곤 한다.
박용욱의 더블넥에 이은 커세어리버 테크트리는 공중군이 활약하기 좋은 지형의 포르테에서 할 수 있는 괜찮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소규모건 대규모건 유닛싸움에 있어서 발군의 능력을 보유한 박용욱은 가끔씩 지나치게 공격일변도라는 약점을 노출한다.
지난 무비스배 팀리그 서지훈과의 경기에서 드러난 정말 기막히게 잘 싸우지만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면 자신의 멀티는 자원이 떨어져가더라,
라는 점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상대에게 어느정도 피해를 입히고 난 후 한타이밍 쉬면서 멀티를 가져가기보다는 계속적인 공격으로 상대를
흔들어놓기를 즐기는 게임스타일이 불러온 결과다. 김준영은 후반들어 그 약점을 날카롭게 파고들며 거물 박용욱을 눕혔다.
더블넥을 택한 프로토스를 상대로 저그가 드랍을 노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박용욱은 본진을 무방비로 놔두는 실수를 저질렀다.
거기에 리버가 공격을 갔을때 히드라 드랍이 떨어졌다는 불운이 겹쳐 넥서스를 잃는 큰 피해를 입으면서 실패한 더블넥이 될 위기에서
쥐어짠 자원으로 웹커세어 리버체제를 갖추자 전세는 달라진다. 온리 히드라가 웹커세어 리버에 녹아내리며 김준영의 본진또한
레어와 테크건물을 모두 잃었고 박용욱의 1시멀티가 성공하며 분위기는 다시 팽팽하게 흘러간다. 여기서 빛난것이 신예답지 않은 김준영의
침착한 대처였다. 뮤탈 히드라 체제로 전환하면서 멀티를 마구마구 늘린 판단은 박용욱의 아픈곳-본진과 앞마당 자원이 떨어져가는 마당에
1시 멀티 이외에 멀티가 없다는-을 제대로 찔렀다. 박용욱은 끊임없이 리버 커세어로 상대의 멀티를 견제했지만 김준영의 막멀티를 모조리
파괴할 수는 없었고 무리하게 뽑은 캐리어로 인해 자신의 자원줄은 차츰 말라갔다. 상대의 멀티는 하나, 어쨌거나 막고 또 막으면 결국은
김준영이 이기는 시나리오대로 진행되게 마련이고 수비대신 캐리어 4기의 멀티공략을 택한 박용욱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패착이 되고 말았다.
디파일러에 퀸까지 띄운 부자저그를 상대로 캐리어 소수가 자원줄을 완전히 끊기란 불가능이었고 계속 모이는 히드라에 결국 캐리어를 잃고
1시가 밀린 박용욱은 gg를 쳤다.
아생살타, 일단 자신이 살고나서 적을 잡아야함이 기본이다. 비록 박용욱이 "살타"에 있어 뛰어난 선수라고는 하나 "아생"에 있어서는 다시한번
미흡한 모습을 보이며 신예에게 승리를 허락해야했다.
3경기: 박태민 VS 손영훈
맵: 라이드 오브 발키리
1년에 프로토스에게 한번지는 저그라는 박태민의 경악스런 토스전 능력보다는 손영훈의 미스가 아쉬운 한판이었다.
포르테에 비해 더블넥으로 입구를 완전히 틀어막을 수 없는 라이드 오브 발키리에서 상대가 저글링으로 돌파를 시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지못하고 지속적인 정찰로 상대의 저글링 규모를 확인하지 않은 안일한 대처가 박태민의 과감한 돌파를 만들었다.
프로브와 저글링의 컨트롤 싸움에서 프로브가 패배하면서 게임은 5분만에 끝이 났다.
딱히 뭐라 후기를 쓰기 힘든 경기였으나, 라이드 오브 발키리가 어떤 맵인지 알아볼만한 경기가 되지 못한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4경기: 이병민 VS 서지훈
맵: 루나 더 파이널
"완벽"의 부작용인가, 서지훈은 가끔씩 퍼펙트란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나 무력하게 무릎을 꿇는 경기를 보여준다.
무엇하나 빠지는 대목을 찾아보기 힘든 서지훈이지만, 그것은 반대로 빠지지는 않지만 튀는 부분도 없다는 말이고, 상대에게 한 수씩
물러서기 시작했을때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초반에 이병민의 앞마당을 파고들면서 일꾼타격을 주고 멀티도 따라가면서 기분좋은 출발을 한 서지훈이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은
무리하게 탱크조이기를 시도한 시점에서였다. 겨우 탱크 5기와 골리앗 한기의 조이기는 얼마든지 풀릴 수 있는 것이고 무엇보다 이병민의
레이스 2기가 합쳐서 15킬을 기록하는등, 서지훈의 피해도 차츰 누적되면서 조이기라인을 계속 보강하지 못했다. 피해를 입었다 하나
이병민은 앞마당 가스를 확보하면서 탱크와 골리앗을 모아 허술한 탱크벽을 뚫어버렸고 오히려 역으로 서지훈의 앞마당을 단단히 조였다.
당연히 이병민이 멀티 숫자에서 서지훈을 압도하였고 이에 맞서 이병민의 조이기를 한번 뚫어내며 어떻게든 1시멀티를 가져가려는 노력에도
불구, 최후의 레이스 카운터에 gg가 나온다.
사실 테테전의 속성상 시간이 길었다 뿐이지 이병민이 조이기라인을 굳히며 멀티를 늘려나간 시점에서 승부는 결정되고 있었다.
조이기를 당하는 입장의 테란이 역전의 카드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드랍쉽 아니면 벌처게릴라지만 이병민의 완벽한 대처앞에 서지훈의 드랍쉽은
갈곳을 잃었고 벌처는 성과를 보지 못했다
pgr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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