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문재인과 안철수, 양강 대결로 진행되면서 양측이 후보 검증에 열심입니다. 정당한 후보 검증은 때로 아니면 말고, 일단 깎아내리고 보자는 식으로 변질되기도 합니다. 문 후보 측은 안철수 후보의 예비군 의혹과 부인 김미경 교수의 서울대 채용 건을, 안 후보 측은 문재인 후보의 '가짜 단식'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양측의 주장을 각각 확인해보겠습니다. 먼저 문 후보의 '가짜 단식' 의혹입니다.
● 문재인 후보, 가짜 단식했나? → 거의 거짓
문재인 후보는 2014년 8월 19일부터 28일까지 단식했습니다. 10일 동안입니다. 당시 세월호특별법 처리와 관련해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가 한 달을 넘게 단식하고 있었는데, 문 후보는 김영오 씨가 단식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본인도 단식에 동참한다고 했습니다. 광화문 천막에서 단식을 이어갔습니다.
국민의당은 이걸 공격했습니다. 문 후보의 정치자금 사용 내역을 보면, 단식 기간 중에 감자탕집, 커피전문점, 빵집, 빈대떡집이 기록돼 있다는 겁니다. 단식 기간에 사용된 식비는 대체 무엇이냐면서,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도깨비가 쓴 거냐고 물었습니다.
문재인 후보 단식기간 중 정치자금 사용 내역정치자금 사용 내역은 각 의원실에서 작성한 것이기 때문에, 사용 내역 자체는 사실입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썼느냐인데, 물론 의원 개인이 카드를 갖고 다니면서 모두 쓴 것이 아닙니다. 국민의당도 누구보다 이걸 잘 알 겁니다. 롯데마트에서 매트와 슬리퍼를 구입하거나, 태블릿PC 요금을 납부하거나, 차량점검을 받거나, 노트를 구입하거나, 정수기 렌탈비용을 지불하거나. 이런 지출을 모두 문 후보가 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민주당도 문 후보 의원실의 카드로 당직자나 보좌진이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이번엔 국민의당이 제시한 정치자금 사용 내역과 저희가 보관하고 있는 영상 기록을 비교해보겠습니다. 국민의당은 2014년 8월 20일 '이모네감자탕' 기록을 근거로, 문 후보가 그날 마치 감자탕을 먹은 것처럼 말했습니다. 저희가 보관하고 있는 영상을 확인해보니, 문 후보는 그날 광화문 천막에 들어가 38일째 단식하고 있던 김영오 씨를 만난 것으로 확인됩니다.
2014년 8월 21일 할리스세종점. 국민의당은 문 후보가 그날 커피전문점을 찾아갔다는 뉘앙스를 풍겼지만, 저희가 보관 중인 영상을 보면 문 후보는 그날 광화문 천막을 찾은 종교지도자를 만난 것으로 확인이 됩니다. 국민의당은 또 2014년 8월 26일 '파리바게뜨' 기록을 근거로 문 후보가 그날 빵을 먹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말했지만, 영상 기록을 보면 문 후보는 천막을 찾아온 박영선, 진선미, 우상호, 서영교 의원을 만났습니다. 유동 인구가 많은 광화문 한복판에서 문 후보가 천막을 나가 커피숍이나 빵집, 식당을 찾아갔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2014년 8월 28일 문 후보가 단식을 마치던 날, 단식 전과 비교해 얼굴이 많이 핼쑥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정치자금 사용내역에는 그날 '종로빈대맥'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저희가 보관하고 있는 취재정보를 보면, 문 후보는 당시 "저도 오늘 단식 10일째인데 전체적으로 체력이 떨어졌고 기운도 없고, 그렇기는 하지만 다른 특별한 이상은 느끼지 않는다. 그래도 한 열흘 단식했으니 마치면 병원 가서 검진 받아보려고 한다." 이렇게 말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 광화문 단식 마치는 모습(2014년 8월 28일 SBS 촬영 화면)국민의당이 '가짜 단식' 공세를 제기한 뒤, 여러 언론이 기사를 생산했고, 유권자에게 유통됐습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더 명확한 근거를 대지는 못했습니다. 식당에서 누군가 문 후보를 봤다든가 하는 진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식당에 사실은 문 후보랑 같이 갔다는 내부 고발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유일한 근거인 '정치자금 사용내역'은 가짜 단식의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저희가 2014년 8월 당시 취재한 정보, 그 기간에 촬영된 영상 기록을 종합해도 문 후보가 광화문 천막을 나가 식사를 했다는 근거나 정황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박세용 기자(psy05@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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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거짓?
장난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