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 게시판 |
베스트 |
|
유머 |
|
이야기 |
|
이슈 |
|
생활 |
|
취미 |
|
학술 |
|
방송연예 |
|
방송프로그램 |
|
디지털 |
|
스포츠 |
|
야구팀 |
|
게임1 |
|
게임2 |
|
기타 |
|
운영 |
|
임시게시판 |
|
하일성(66)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 인스턴트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매만졌다. 2014년 12월의 끝자락,
겨울의 복판에서 만난 그는 야구 인생의 마지막 꿈을 이야기했다.
하 위원은 1979년 동양방송(TBC)에서 야구해설위원을 맡은 뒤 82년 KBS 스포츠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한국 최고의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프로야구의 간판 해설자이자 방송인으로 활약해왔다.
사 연 많은 야구 인생이었다. 성동고 재학 시절 야구를 한 그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
경희대 체대를 졸업한 후에는 고등학교 체육교사로 재직했다. 해설자로 승승장구하던 2006년부터는
약 4년 동안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직을 맡았다.
투박한 면이 있었으나 특유의 친화력과 리더십으로 야구계의 굵직한 현안들을 성공적으로 처리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배경에는 대표팀
단장으로 활약한 야구인 하일성의 힘도 있었다.
화 려한 활동 뒤에는 쓸쓸함도 있었다. 한때 생사를 오가는 투병을 거치기도 했다. 하 위원은 "
기회가 온다면 구단 실무자가 돼 존경하는 김인식 감독님과 상대를 증오하지 않는 '따뜻한 야구'를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일성 위원을 서울 송파구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 야구와 인연을 맺으신지도 오래 됐어요.
"제가 67학번이에요. 중학교 때부터 야구를 했으니까 이 운동과 인연을 맺은 것도 40여 년이
훌쩍 넘었어요. 나도 올해는 여러 생각을 하게 됐어요.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도 그렇고요."
- 최근 KBS N 스포츠와 결별 소식이 들립니다. 결정된 바가 있나요.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가 난 것은 없습니다. 그만 두라고 한다면, 그래야죠. 일단 KBS의 결정을
아직 기다리는 중입니다."
- KBS를 떠나더라도 해설자 생활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신가요.
"그럼요. 지금까지 쭉 해왔던 것이고요. 앞으로도 해야죠."
- 위원님의 해설은 노련하고 구수합니다. 반면 경기 전 취재를 많이 하지 않는다는
평도 나옵니다.
" 제가 취재를 안 한다고요? 아니에요. 저는 코치나 선수들과 전화로 취재를 하는 편이에요.
스포츠 중계 채널이 늘어나면서, 해설자들도 많아졌습니다.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
해설위원과 캐스터들을 쉽게 볼 수 있어요. 그 방법도 맞습니다. 그런데 저는 경기 전에
훈련에 몰두하는 선수들을 붙잡고 방해하고 싶지 않아요. 오직 운동에만 집중해야 할
시간 아닙니까. 또 어떤 선수는 '누구는 인터뷰를 하고, 나는 안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대요.
소외감을 느낀다는 겁니다. 이후 저는 궁금한 게 있을 때는 전화로 물어보고, 이따금 언론사 기자들이
사전 취재를 마친 뒤 감독실을 찾아가서 질문을 하곤 합니다."
- 하일성의 야구 인생이 전체가 10이라면, 지금 어디쯤 와 있나요.
"글쎄요. 한 9쯤 오지 않았을까요. 나도 이제 마무리를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죠. 죽기 전에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요. 한두 가지 정도 정리한 것이 있어요."
- 정리하셨다는 건 무엇인가요.
"먼저 첫째는 리틀 야구장을 한 곳 만들어서 꼬마들이 신나게 야구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경기도 파주 쪽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잘 될 것 같아요. 이제 나도 할아버지이니까 아이들 하고
함께 재미있게 야구 하고 싶네요."
- 두 번째는 뭔가요.
" 솔직한 마음으로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구단 실무를 책임지는 사장이 돼 김인식 감독을 모시고 함께
야구를 하고 싶어요. 글쎄, 기회가 오려는지 모르겠지만 그 분이 감독을 하시고 내가 구단 사장으로
실무를 보면서 '김인식다운'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싶어요. 마음에 잘 맞는 사람들과 팬들께
멋진 야구를 보여드리고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 '김인식다운' 야구가 뭔가요.
" 제가 보기에 김인식 감독은 한국 최고의 명장입니다. 승부는 서로를 증오하고 미워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따뜻한 승부와 야구를 해야 합니다. 요즘 야구를 보고 있으면 김인식 감독이
하시던 야구 생각이 더 많이 나요."
- 이기기 위해 돌진하는 것이 나쁜 건가요.
"프로가 이기는 건 기본이죠. 그렇다고 상대를 증오하고 미워하면 안돼요. 즐겨야죠, 자체를. 잔인하고
냉정한 야구 말고요. 마지막으로 그 분의 따뜻한 야구를 한 번 같이 하고 싶습니다."
- 김인식 감독과 각별한 사이이신 것 같아요.
" 그 분께는 늘 죄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어요. 2009년 WBC 대표팀 감독을 맡으셨어요. 당연히 팀(한화)의
스프링캠프에 신경을 많이 못 쓰셨죠. 그러고 나서 한화 성적이 최하위에 그쳤어요. 그 해를 끝으로 현장
감독직에서 물러나시게 됐어요. 아휴, 나는 그 생각하면 아직도 죄스러운 마음이에요. 너무 죄송해요."
- 김인식 감독도 당시 대표팀을 맡게 된 일화를 이따금 말씀하시더군요.
" 그때는 참 재미있고 즐겁게 일했어요. 당시 김 감독님이 경기 후 요기를 하시러 오는 곳이 있었어요.
제가 먼저 가서 오시기를 기다리는데, 저 멀리서 '탁탁탁' 계단 내려오는 소리가 들려오는 거에요.
나는 형(김인식 감독) 발 소리만 들어도 알죠. 그때부터 잔에 술을 잔뜩 따라서 벌컥벌컥 마셨어요.
김인식 감독은 멀리서 모른 척 하고 보고 계시더라고요. 내가 깊이 고민하는 표정으로 연거푸 2~3잔을
마시니까 갑자기 오셔서 제 팔을 잡더라고요. '너 왜 그러냐. 너 일부러 이러는 거냐' 물어보셨어요."
- 생생하네요.
" 지금도 생생해요. 그때부터 진지하게 WBC 감독을 맡아달라고 통사정하기 시작했어요. 당연히 거절하시죠.
그게 좀 힘든 자리입니까. 본인은 '체력에 부친다'고 한사코 마다하셨죠. 그래도 그 분 말고는 적임자가
없었어요. 제일 먼저 가서 매달리니까 결국 들어주셨는데…. 한화 성적이 곤두박질치고 만 거에요."
- 사무총장도 역임하셨어요. 요즘 KBO의 활동은 어떻게 보시나요.
" 잘 하고 있어요. 구단도 늘어났고, 프로야구도 중흥기를 맞았고요,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사업하는 모습도 보고 싶어요. 좀 잘 안 될수도 있죠. 그래도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도전해야
발전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