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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http://todayhumor.com/?panic_88291
1화. http://todayhumor.com/?panic_88292
2화. http://todayhumor.com/?panic_88293
3화. http://todayhumor.com/?panic_88298
8화. http://todayhumor.com/?panic_88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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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빠는 왜 그렇게 죽으려고 하는 거예요?”
어...?
고개를 들어보니 소녀가 해맑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화를 엿들은 걸까. 젠장. 별로 다른 이들에게 보이고 싶은 광경은 아니었다. 그래서 중년인에게 데리고 잠시 자리를 비워 달라고 부탁했었던 건데... 중년인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그 순간 소녀의 뒤쪽에서 문이 열리는 것이 보인다. 문의 뒤편에 남자와 여자가 보인다. 소녀가 다시 입을 연다. 나는 소녀의 입을 막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왜 오빠가 재영 오빠 대신에 죽는다고 한 거예요?”
소녀가 재촉하듯이 나에게 다시 한 번 묻는다. 남자는 그 목소리를 듣고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뜨고는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지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대신해서 죽는다니?”
제기랄. 소녀는 문 소리를 못 들은 걸까? 아니면 신경 쓰지 않은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일부러 그런 걸까. 소녀가 일부러 그런 느낌까지 든다. 아니 실제로는 그렇지 않겠지만... 원망스러운 마음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한 거예요?”
여자도 얼굴을 들이밀며 나에게 묻는다.
“어... 그게...”
뭐라고 하지? 그냥 둘러대야 하나? 아니, 그건 뒤로 미룰 뿐 큰 의미가 없었다. 나는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그냥 오늘 죽을 사람이 접니다. 그게 다예요.”
“아니, 왜 태성 씨가 죽는다는 겁니까?”
그냥 내가 죽는다는 걸로는 안 되나.
“그게 중요합니까?”
“왜 태성 씨가 죽는다는 거예요?”
제기랄. 너무 꼬여버렸다. 이걸 어떻게 풀어나가야 되지? 머릿속도 복잡해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모두 잘라버리면 편하겠지만, 그랬다간 나에게 남을 상처가 너무 컸다.
“... 잠시만 생각 좀 하겠습니다.”
나는 방금 전에 했던 생각을 바로 철회하며 말했다.
조금만... 조금만 뒤로 미루자.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지금 모든 것을 감당하기엔 너무 힘들었다. 너무 피곤해서 조금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방으로 도망치듯 들어와 문을 닫았다. 침대에 누워 생각을 시작했다.
뭐라고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그 둘을. 아니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이미 전부 다 들켜버렸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풀 수 있을지. 생각하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납득할까. 그나마 김재영이랑은 이야기가 할만 했지만, 그건 김재영의 상황을 내가 이해하고 있었기에 가능하였던 것이고, 그런 그였기에 편하게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다른 사람들까지 설득하라면 그건 무리였다. 다른 사람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 만큼 나는 뛰어나지 않다. 납득시키라면... 할 수 있을지도 몰랐지만, 그렇게까지 하고싶지는 않았다.
“으~음.”
문이 열리며, 소녀가 안으로 들어온다. 소녀는 입으로 인기척을 내면서 문을 천천히 닫아 잠갔다. 문을 잠글 걸 그랬나. 젠장. 왜 들어오는 거지? 눈치가 없는 건가?
“...”
내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소녀가 나에게로 먼저 다가와 옆에 앉았다. 그리고 나를 보며 말한다.
“그래서 왜 죽고 싶은 건가요?”
말 한마디가 가슴을 후벼 파고 지나간다.
왜 여기까지 쫓아온 거지? 나가라고 말을 하고 싶은데, 목밖으로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설마. 내심 이 아이가 같이 있기를 바라고 있는 건가? 아니다. 그럴 리 없다. 결국 다 이 소녀 때문에 이렇게 된 것 아닌가? 얘만 아니었어도 마지막에 김재영과 바꿔치던지 해서 조용히 죽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고개를 돌려 소녀를 슬며시 바라보니,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미소는 짓고 있었다.
소녀가 원망스럽다. 계속 졸졸 따라다녀서 심적으로 안정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을지도 몰랐지만, 엿들은 것도 엿들은 거고, 정말 하필이면 그 타이밍에 이야기하다니. 게다가 그 일이 있은 후에까지 태연히 나에게 저 질문을 하다니! ... 정말로 미쳐버릴 것 같았다.
“네? 왜 죽으려는 거예요?”
“... 아까 일부러 그런 거지?”
“... 뭐가요?”
“아까 그 때 그 남자가 들어오는 걸 알면서 말한 거 아냐?”
제기랄. 내가 뭐라고 지껄이는 거지? 나도 모르게... 젠장. 이상한 곳에 화풀이하면 안 된다. 소녀가 원망스러운 것은 사실이었지만, 어차피 김재영과 바꿔치기가 됐을 리도 없었고, 내가 죽겠다고 나섰더라도 그 남자가 똑같이 말렸겠지. 그리고 소녀도 일부러 그 타이밍에 이야기 한 것은 아닐 것이다.
...?
왜 소녀가 말이 없지?
“... 질문은 제가 먼저 했잖아요? 그렇죠?”
... 뭐라고...?
그 소녀의 목소리에 뻣뻣하게 굳어버린 고개를 억지로 돌려 소녀를 바라보니 소녀가 나를 바라보며 소름 끼칠 정도로 해맑게 미소 짓고 있었다
“... 질문은 제가 먼저 했잖아요? 그렇죠?”
“뭐...라고?”
방금 얘가 뭐라고 한 거지? 그 말은...
“그건 네가 일부러 말했다는... 그런 소리야?”
“글쎄요? 제 질문에 먼저 대답해주세요.”
... 이미 저 말 자체가 대답이랑 다를 것이 없었다. 왜 그런 거지? 도대체 나한테 이러는 이유가 뭐야? 왜! 하아...
“제기랄. 이미 그 말 부터가 일부러 그 사람들이 듣게 말했다는 거잖아! 대체 왜 그런 거야!”
내가 소리치지만, 소녀는 태연하게 말했다.
“제 질문에 먼저 대답해주시면, 이야기해 드릴지도 모르죠.”
덜컥. 덜컥.
소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밖에서 문을 열려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소녀가 아까 들어오면 잠가버렸기에 열리지는 않았다. 누구지? 이호철인가?
“쉿.”
소녀가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입에 올리며 말했다.
“태성 씨. 문 좀 열어봐요.”
“조용히...”
여자의 말에 뭐라 대답하려 했지만, 소녀가 내 입을 막는다. 그리고 이내 밖에서 소리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나는 밖에서 뭐라고 하는지 들으려고 했지만, 소녀 때문에 집중이 되질 않는다. 이내 밖에서 소리가 멈추고 적막 만이 방안에 남았다.
“... 도대체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계속 물어 봤잖아요. 왜 죽고 싶은 거예요?”
결국엔 다시 저 질문인가? 젠장. 왜 자꾸 그게 궁금한 거지? 자꾸만 상처를 후벼 파는 기분이 들었다
“그게... 그렇게 너한테 중요한 거야?”
“중요하다라... 그런 거 같아요?”
그런 거 같다니, 남의 치부를 들추려고 하는 주제에 대답이 겨우 그런 거 같다는 건가?
“내가 대답을 안 한다면?”
내가 대답해줄 이유도, 의무도 없다. 그냥 대답하지 않으면 된다. 당장 오늘 죽을 사람이 문제가 될 지도 모르겠지만, 어차피 그건 내가 죽든 죽지 않든 다를 것이 없었다. 지금 당장은 이미 꼬여버렸으니까. 나한테도 내가 죽더라도 상관없었고, 죽지 않으면,그 마음에 들지않는 범인 놈을 찾아내면 된다.
결국 범인을 못 찾으면 죽어버리겠지만, 그 뿐이고, 찾으면 작은 성과가 있을 뿐. 어차피 그 끝은 자살일 테니, 시간의 차이일 뿐이다. 단지 약간의 유예가 생길 뿐이다. 오늘 죽는다면... 메세지에 대한 것을 알아낼 수 없겠지만. 미련은 없었다.
“으응.... 음... 으음... 그건 좀 곤란하네요. 그러면...”
소녀가 고민에 빠진 듯 고개를 갸우뚱 거리기도하고 볼을 부풀리거나 다리를 앞뒤로 흔들며 중얼거린다.
“하고 싶은 거 있어요?”
하고 싶은 거?
“살아나가고 싶은 건 아니죠?”
“...”
“어떻게 하면 알려줄래요?”
어떻게 하면? ... 하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라면 범인을 막는...
내가 생각하는 사이 하늘이가 다가와 나의 옷깃과 팔을 잡고선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긴다. 나는 당황하여, 소녀의 위를 덮치지 않기 위해 겨우 손을 짚는 것밖에는 하지 못했다. 소녀는 검지 손가락을 들어 나의 몸을 훑어 내린다.
“저랑 할래요?”
소녀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나의 귀에 달콤하게 속삭인다. 그런 소녀의 얼굴이 기억 속에 무언가와 겹쳐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내 코를 자극하는 묘한 향기가 상황을 일깨웠다.
나는 당황하여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그저 소녀의 두 눈을 마주 바라보았다. 마치 심연처럼 깊어 보이는, 그리고 김재영의 눈동자처럼 공허하게 느껴지는 눈동자였다.
“역시 이쪽은 별로죠?”
소녀가 조용히 나를 밀치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나는 그제서야 긴장이 풀려서 침대에 주저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후...”
“어? 혹시 기대했나요?”
소녀가 그런 나를 보고는 허리를 숙여 고개를 들이밀고는 말했다.
“지금이라도 할래요?”
“아니... 됐어.”
전혀 그럴 기분도 들지 않고, 그것을 가지고 거래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어떻게라... 어떻게 하지? 내가 희생하는 걸 포기할까? 그들을 설득해봐야 할까?
“넌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
“대답해주기를 바라는데. 안 해줄 거잖아요? 정말 하고 싶은 거 없어요?”
정말로 하고 싶은 거라...
마음을 진정시킨 나는 조용하게 말했다.
“그나마 범인을 막는 거겠지.”
그리고 가장 의심스러운 건 너. 하늘이다.
“막으면 어떻게 하실 건데요? 살고 싶은 것도 아닌데, 왜 범인을 잡겠다는 거예요?”
“그 범인의 생각이건, 행동이건 모두 다 마음에 안 들어. 그 놈을 막고 싶어. 그 뿐.”
“근데 왜 죽이는 게 아니라, 그냥 막는 다고만 하는 건가요? 범인은 자기를 찾아서 죽여야 된다고 했잖아요?”
“죽이는 건 내가 할 게 아니야.”
아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왜요?”
“...”
나는 하늘이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늘이의 질문이 걸리기는 했지만, 내가 대답할 의무는 없었다. 왜 진작에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어디 가시게요?”
“밖에. 따라오지 말아줄래?”
“싫다면요?”
“... 알아서 해.”
쫓아오더라도 무시하면 된다. 여기보단 밖이 조금이라도 덜 답답할 것 같았다.
나는 문으로 다가가 잠겨있던 문을 열고선 난간으로 나왔다. 등대 중앙의 공동이 한 눈에 들어온다. 공포심을 느꼈던 어제와 달리 시원함이 느껴졌다. 아래를 보니 1층에 남자와 여자 그리고 중년인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겠지. 그나마 이쪽보다는 저쪽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쪽이나 저쪽이나 똑같겠지. 차에 치이든 칼에 찔리든 결국 죽는 건 마찬가지니까. 그냥 여기서 뛰어내려 버릴까. 아니, 고작 3층 높이에서 떨어져서 죽을 것이었다면, 진작에 몇 번을 죽었을 것이다. 하늘이 때문에 별 생각을 하지도 못했는데, 저들과 마주쳐야 한다니,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생각을 거듭해보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하늘이의 발소리가 집중을 흐트러 트린다.
그리고 어느새 1층까지 내려와 버렸다.
젠장.
“이제 생각이 정리됐나요?”
여자의 목소리에 이제야 제대로 정신이 드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녀의 말대로 생각이 정리되었을 리가 없었다. 오히려 머리만 더 아파진 느낌이었다.
“... 그냥 밖에 좀 나갔다 오려고 합니다.”
그래. 조금만 더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이들도 괜히 여기서 나를 붙잡지는 않겠지. 남자가 나에게 뭐라고 말하려는 것 같았기에 나는 그들을 빠르게 지나쳐 등대의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아직도 안개가 완전히 걷히지 않아서 뿌옇게 시야가 흐려졌다. 시간이 11시가 좀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짙은 안개에 주변의 담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어제는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보지 못했던 철창으로. 나는 입구에 도착해 철창을 열려고 시도해보았지만, 잠겨있는지 열리지 않았다.
크르르르르....
무슨 소... 아니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이건 짐승의 울음소리였다.
나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철창에서 물러섰다.
쾅! 끼잉. 크르르..
내가 뒤로 몇 걸음을 물러서기도 전에 거대한 늑대가 철창에 부딪치며 큰 소음을 냈다. 나는 그 늑대와 눈을 마주치고는 뒤로 돌아 황급히 철창 쪽에서 도망쳐 나왔다. 어제 그 MP3의 음성이라던가 남자에게 늑대가 있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가까이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나는 풀릴 듯한 다리를 쥐어 잡으며, 문에서 벗어나 등대 쪽으로 다시 걸어왔다.
“늑대는 보셨어요?”
앞에서 하늘이가 마주 걸어오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
하늘이가 나에 대해서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나는 하늘이를 애써 무시하며 등대 뒤편의 창고로 향했다. 등대로 갔다간 다른 사람들하고 다시 마주치겠지.
“으~음... 왜 죽으려고 하는지는 아직 비밀인가요?”
하늘이가 계속 나의 뒤를 따라오면서 말을 걸어댔지만, 나는 계속 소녀를 무시하며 앞으로 걸어갔다. 그게 왜 그렇게 궁금한 거지? 다들...
“음... 계속 무시하겠다는 거예요? 그건 조금 기분 나쁜데...”
네가 기분이 나쁘면 어떻게 할 테냐. 어차피 네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것도 해를 가할 것도 없었다. 나는 계속 하늘이를 무시하며 창고로 걸어나갔다.
“어디로 가요?”
“...”
“어디로 가고 있어요?”
“... 창고.”
하늘이의 목소리가 계속 귀를 앵앵거리는 탓에 나는 집중도 안 되고 머리까지 아파오는 것 같아 하늘이에게 대답해버렸다.
“창고는 왜요?”
“그냥.”
언제까지 쫓아올 셈이지? 나한테 뭐가 있다고. 왜 계속 나만 따라오는 거야? 내가 죽고 싶다는 게 그렇게 궁금한가? 그렇게 문제인가? 대체 왜...
“왜 그렇게까지 날 쫓아오는 거야? 그게 왜 그렇게 궁금한 건데?”
내 말을 들은 하늘이가 두 손을 깍지 껴서 머리 뒤에 대고는 딴청을 피우듯 창고의 문 앞을 막아 서더니 나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제가 말해주면 알려줄 건가요?”
“...”
“아니죠? 그럼 저도 말 안 할래요.”
“... 궁금한 사람이 먼저 말해야 되는 거 아냐?”
알고 싶으면 알고 싶은 사람이 먼저 말해야 되는 게 맞지 않나? 그것도 아니라면 굳이 쫓아오질 말던가.
하지만 하늘이는 그런 나의 말을 무시하는 듯, 손톱을 매만지며 말했다.
“저는 확실하지 않은 것에는 투자하지 않는 주의라서요.”
“그럼 이렇게 나를 따라다니는 건?”
내가 계속 따라다닌다고 알려줄 정도로 허술하게 대처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알고 있을 텐데. 왜 굳이 이렇게, 계속해서 나를 따라다니는 거지?“
“... 오빠에게 가장 큰 관심과 흥미가 있기 때문이죠.”
흥미... 롭다고? 지금 상황이 죽어나가는 판국에 흥미롭다고 말한 건가? 얘는? 지금 내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건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할 지에도 물론 관심은 있지만. 흥미까지는 없거든요. 그래서 오빠가 어떻게 할지가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서?”
... 그게 무슨 소리지. 전혀 짐작도 이해도 가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저 말투는...
“음. 범인을 막고 싶댔죠? 그럼...”
하늘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 듯 머리카락 끝을 배배 꼬며 말을 끌었다.
이번엔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저렇게 말을 끄는 건가. 범인을 같이 막자는 소리는 아닐 텐데...
“범인을 잡게 되면 알려줄 건가요?”
“...”
범인을 잡게 되면 알려줄 거냐고? 분명 내가 하늘이에게 범인을 막고 싶다고 이야기 했었지만, 굳이 말을 바꿔서 잡게 되면이라고 한 이유가 뭔지 짐작 가질 않았다. 아니, 상관없나. 결국 범인을 잡으면 이 상황이 끝나버릴 테니까. 잡는 것이나, 범인을 잡거나 막거나 크게 차이는 없을 것이다. 이 상황이 끝나버린다면 그 정도는 알려줄 수 있을지도...
“그래. 범인을 잡는다면 알려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
“확실하게 말해요. 알려줄 건가요?”
왜 이렇게까지 집작하는 거야?
“그래. 잡으면. 잡는다면 알려줄게.”
그러니까 이제 제발 그만 쫓아와라.
“약속했어요?”
“그래....... 어?”
하늘이가 내가 대답하자마자 나의 앞으로 다가와 내 오른손을 잡아당기더니, 자신의 왼쪽 어깨에 내 오른 손을 올렸다.
“자. 이제 알려줘요.”
“...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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