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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난 30대 중반 쯤 보이는 남자를 사무실로 안내했다.
남자는 이런 곳이 처음인 듯 긴장된 표정을 한 채 안으로 들어갔다.
떼인 돈을 받아주거나, 도망친 사람을 잡아오거나, 누군가를 납치하는 등의 지저분한 일을 하는곳.
해결사라던가 심부름꾼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사실은 그냥 건달이다.
멋지게 살고 싶었던 나지만 지금은 이런 곳에서 잔심부름이나 하는 처지다.
사무실 안에는 우락부락 하게 생긴 사장이란 작자가 거만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그래, 무슨 일로 오셨나?”
남자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사람을 좀 죽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장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지저분한 일은 많이 맡아 왔지만 사람을 죽여 달라는 의뢰는 처음이다.
“보수는?”
사장의 말에 남자는 용기를 얻은 듯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사망 보험금에서 1억 떼어 드리겠습니다.”
나도 모르게 신음성이 나왔다.
확실히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위험을 감수 할 정도로 엄청난 돈도 아니다.
사장역시 그렇게 생각했는지 고민에 빠진 듯 보였다.
남자는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교통사고로 위장하면 됩니다. 증거를 없애고 뺑소니로 말이죠.
일만 잘 해결되면 절대 손해 보는 일 없을 겁니다.”
사장은 손으로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말했다.
“어려운 문제구만. 그래서 누굴 죽이면 되는 거요?”
남자는 크게 한숨을 쉬고는 강하게 이야기 했다.
“접니다.”
난 멍하니 남자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죽여 달라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남자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동생 놈이 크게 사고를 쳤습니다. 어떻게든 큰돈을 마련해야 돼요.
이대로 가다간 동생이나 저 뿐 아니라 제 아내까지 큰일이 나고 말겁니다.
이제 방법은 이것뿐입니다.”
남자의 절실한 표정에 사장은 잠시 생각 하더니 슬쩍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이내 작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 긴장된 표정으로 운전대를 두드렸다.
약속 시간인 8시까지는 아직 10분가량 여유가 있었다.
위험부담이 있는 만큼 이 일은 가장 말단인 내가 맡게 되었다.
실패라도 하면 그대로 버려질게 뻔했기에 난 눈을 감고 침착하게 계획을 다시 떠올렸다.
약속 장소는 인적 드문 외곽 도로.
의뢰한 남자는 도로 한가운데에 모자를 쓰고 있을 것이다.
내가 할 일은 차를 몰고 가서 그 남자를 치고 증거를 없앤 후 돌아오는 것.
사람을 죽이는 일이라니 상당히 마음에 걸렸지만 지금은 돈만 생각하기로 했다.
난 뺨을 손바닥으로 강하게 쳐서 정신을 차리고는 차를 출발 시켰다.
충분히 속도를 내며 도로를 달리던 나는 얼마안가 모자를 쓴 남자를 발견했다.
심호흡을 한 나는 눈을 딱 감고 그 남자에게 돌진 했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충격이 느껴졌다.
난 차를 멈추고 크게 숨을 들이 켜고는 차에서 내렸다.
다행히 차가 부서지지 않아 뒷정리 하는 게 그리 힘들 것 같지는 않다.
근방에 CCTV도 없으니 이대로 잘 도망만 간다면 깔끔하게 정리될 것이다.
시체는 그냥 현장에 두고 나오면 된다고 했으니 더 이상 어려운 일은 없다.
그때 도로 한쪽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살려 주세요....”
난 고개를 돌려 쓰러진 사람을 바라보았다.
낭패였다. 남자가 아직 죽지 않은 모양이다.
난 그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살려 주세요...”
그러는 동안에도 그는 숨을 헐떡이며 힘겹게 살려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죽여 달라고 해놓고 이제 와서 살려달라니 기가 막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가 제대로 본 게 맞을까?
혹시 내가 착각한 거라면?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바닥에 쓰러진 채 피를 흘리는 남자.
난 조심스레 다가가 그의 얼굴을 살폈다.
얼굴을 확인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도 그때 본 그 남자의 얼굴이 맞았다.
그는 숨을 헐떡거리며 힘겹게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상태를 보아하니 곧 죽을 것 같았지만 그의 눈을 보고 있노라니 기분이 매우 복잡해졌다.
난 더는 그를 보고 있지 못하고 차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저 사람이 죽는 건 시간문제다.
난 살려달라는 그 남자의 말을 무시한 채 차에 올랐다.
다행히 일은 내 생각 이상으로 잘 진행 되었다.
들리는 바로는 그 남자는 내가 떠나고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사망한 것 같았다.
경찰은 증거를 찾는데 실패 하였고 보험금은 그의 동생에게로 잘 지급되었으며,
그 남자가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놓았던 듯 우리 몫 역시 간단히 받을 수 있었다.
그 남자의 마지막 표정과 살려달라는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그냥 무시해 버리기로 했다.
어차피 그 남자가 원했던 일이었으니까.
그 남자의 얼굴을 머릿속에서 지운 나는 주섬주섬 의뢰 파일들을 정리했다.
파일들을 정리하던 중, 내가 죽인 그 남자의 의뢰 파일이 눈에 들어왔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파일을 열고 그 남자의 신상정보를 훑어보았다.
가족관계 부분을 보던 나는 무언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아내가 87년 6월 12일 생. 본인이 82년 4월 3일 생.
그리고 동생이 82년 4월 3일 생.
두 명이 태어난 날짜가 같았다.
난 파일을 덮고 생각에 잠겼다.
동생을 위해 자신이 죽어야 한다고 말하던 형.
그리고 선뜻 형의 보험금을 내준 동생.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날 바라보던 그 남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의 죽음을 알고 있던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곳을 찾아왔던 남자와
내가 죽인 남자는 절대 동일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By. neptun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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