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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87580
    작성자 : 수전증오나봐
    추천 : 19
    조회수 : 2690
    IP : 122.35.***.73
    댓글 : 17개
    등록시간 : 2016/05/01 08:19:28
    http://todayhumor.com/?panic_87580 모바일
    아무래도 천장에 쥐가 사는 것 같다.
    옵션
    • 창작글
    4/20

    아무래도 천장에 쥐가 사는 것 같다. 최근 들어 때때로 천장에서 부스럭 소리가 꽤 나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어 보인다.

    싼 맛에 들어온 고시원이라 많은 것을 감내하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명확한 존재감을 뽐내버리니 상당히 무서웠다.

    방금도 방안에 몰래 빨래를 널고 있는데, 갑자기 위에서 쿵, 하고 소리가 나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진짜 뭔가 방법을 강구해야하나...  생각하고 있자니, 방문 쪽에서 갑자기 노크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3호실 사람인데요."

    아, 또 저 자식인가... 짜증 섞인 한숨과 함께 방문을 여니, 빼빼  마른 안경잽이가 서있었다.

     1호실인 나와는 건너건너에 살아서 보통은 잘 마주칠리도 없는 그는, 마치 어디 기숙사의 주임이라도 되는 양 굴며 여기저기 잔소리를 퍼붓고 다녔다.

    예를 들면 식당에 물컵을 안 씻고 내다놓는다던가, 방에 친구를 데려온다던가 하는 식으로 정해진 규칙을 어기면 그가 반드시 나타나 뭐라 하는 것이다.

    물론 그가 뭐 주인도 아니고 무시해버리면 그만이지만... 이게 참 그런게, 짜증은 나지만 어쨌든 잘못은 한지라 찔리기도 하고...  또 꽤나 집요하게 달라붙기도 하고...  어휴.

    어쨌든 그가 내 방문을 두드렸다는 것은 뭔가 잘못한 것이 들통났다는 소린데, 역시나 그는 바로 신경질적으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방에 빨래 널었죠?"

    "헐...  어떻게 알았어요?"

    "방에 빨래 널어놓은거 맞잖아요."

    "아니, 그게..."

    "여기 처음 들어오실때 분명 빨래는 세탁실이나 옥상에만 널라고 했죠?"

    "알기는 아는데 도둑맞기도 하고 그러니까..."

    "됐고, 빨래 옮기세요."

    그 말과 동시에 그는 돌아서서 자기 방으로 가버렸다.

    그와의 대화는 언제나 이런식이었으니 익숙하다면 익숙한 일이지만...  화가 나는 건 익숙해지지 않는 모양이다. 어쩔수 없는 일인가? 씨발.

    어찌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더 지랄 떨기 전에 옮겨놓는게 좋을 것 같다.

    '부스럭'

    씨발, 3호실새끼가 뛰니까 너도 또 덩달아 뛰냐...

    천장의 쥐새끼도 진짜 어떻게 해야할듯하다. 어떻게든.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4/22

    참다참다가 결국 쥐약 파는 곳을 검색해 다녀왔다.

    주인아저씨의 추천으로 쥐덫과 덫에 바르는 쥐약을 사왔다.

    쥐약만 사려고 했지만, 요즘 쥐들은 많이 영악해서 먹지도 않는다고 해서... 납작한 모양의 쥐덫을 사고 말았다.  쥐가 지나가다 밟으면 바로 날카로운 덫으로 쥐를 내리찍어 잡는 놈이란다.

    물론 찍히는 곳이 잘못되면 도망갈 수도 있으니... 찍혀서 도망가도 죽일 수 있도록, 덫에 바르는 전용 쥐약도 샀다. 매우 독해서 자칫하면 사람도 큰 해를 입는다며 반드시 장갑을 끼고 만져야 한다고 주인아저씨께 주의를 받았다.

    가격은 꽤 들었지만... 요 며칠 천장이 자꾸만 더 소란스러워지는 것 같아 너무 신경이 쓰여 어쩔 수 없었다.

    열심히 조립하고 약까지 바른 후에 천장 전등 쪽에 살짝 뚫린 구멍을 통해 올려놓았다.

    제발 효과가 있으면 좋겠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4/23

    새벽에 자다가 말고, 갑자기 울린 비명소리 같은 것에 깨버렸다. 잠결에 들어서 정확히는 모르겠다.

    다만 아마도 쥐가 내지른 비명 같은 것 아니었나 싶다.

    바로 직후, 천장에서 뭔가 우당탕, 하더니 잠시 떠는 것 같다가 잠잠해졌으니까.

    분명 쥐덫에 쥐가 걸린 것이리라.

    이제 한동안 조용해지겠지, 싶어 안심이 되었다.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가 다시 잠이 쏟아져 바로 잠들고말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4/28

    요며칠 3호실 사람이 잠잠하다. 

    쥐도 사라져 조용한 마당에 그도 가만히 있으니, 이 고시원의 작은 방이 마침내 천국이 된 것만 같다.

    행복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5/1

    요즘 뭔가 썩는 냄새가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쥐덫에 걸린 쥐를 안 치웠다. 아무래도 그게 그 사이 썩은 모양이다. 젠장.

    거기다 왠지 어제부터 천장에서 뭔가 부스럭 대는 소리가 다시 나기 시작했다!

    뭔가 저번보다는 부스럭대는 소리가 매우 작아지기는 했지만... 대신 이번엔 여러마린지 여기저기서 소리가 난다.

    아무래도 오후에는 천장구멍을 더 크게 뚫어서라도 이전 쥐덫을 치우고 새 덫을 설치해야할듯 싶다.

    꼭, 이따 오후에 큰 맘 먹고 하도록 해야겠다, 꼭,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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