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할 당시 폰으로 찍은 사진)
벌써 삼년이나 지난 일이다.
나는 중학교 2학년 때에 중국으로 유학을 왔다. 그 후 5년간 중국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공부에는 별 취미가 없어, 나는 비교적으로 동아리 활동을 많이 했다.
'공포를 찾는 사람들'
우리 동아리의 이름이다. 이름이 이래서 그렇지 사실 동아리의 주된 활동은 거의 미스테리한 현상을 탐구하는 일이었다.
(중국에는 확실히 땅이 넓고 사람이 많다보니 미스테리한 곳이 많았다.)
처음에 공포 동아리에 가입 권유를 받았을 때엔 약간 당혹스러운 감도 있었으나 막상 가입하고 나니 나름 재미있었다. 미스테리한 현상은 우리 주위에서 생각보다 많이 일어나고 있었으며 우리는 모두 공포나 미스테리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동아리는 활동도 많았고, 여행도 많이 다녔다. 수많은 미스테리한 현장을 다녀봤지만, 역시 가장 무시무시했던 기억은 고삼 일학기때 방문했던 폐가였다.
중국에는 폐가가 많다. 특히 남부는 일제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원혼도 많고 폐가도 정말 많다. 동아리를 통해 수많은 폐가를 다녀본 결과 나는 이제 왠만하면 그 폐가가 진짜 귀신이 나오는 폐가인지 혹은 그냥 폐가인지 대충은 짐작할 수 있게 됬는데, 돌아다녀본 결과 대부분이 거짓이고 진짜 귀신이 나오는 폐가는 정말 적다. 가끔씩 정말로 귀신이 나오는 폐가도 으스스한 느낌을 동반한 괴이한 현상 혹은 환상을 동반한 환청 그 뿐이었다. 3년동안 약 스무군데는 돌아다녔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귀신을 직접 경험한 곳은 단 네곳이었다.
서론이 길었다. 내가 이번에 소개할 폐가는 혜주에 위치한 뤄푸산 (罗佛山) luo fu shan 에 있는 폐가이다. 뤄푸산은 등산하기 좋은 산이다. 산 경사도 원만하고 적당히 높기 때문일까 정식 코스로 가면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폐가를 찍었는데 송전탑이 같이 찍힌 이유도 그때문이다. 어쨌든 우리는 고등학교 3학년 일학기의 마지막 수학여행으로 뤄푸산을 향해 출발했다.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하다. 비록 수학여행을 산으로 왔지만, 고교시절의 마지막 여행이었기에 다들 들떠있었다. 그 산은 한 중턱까지 올라가다 보면 왼쪽에는 암벽이 있고 오른쪽에는 낭떨어지인 구조인데 조금만 더 가다보면 암벽이 점점 낮아지며 풀숲이 나온다 정상에 가까워지고, 우리는 열심히 정상을 향해 등반했다 그런데 정상에 가까워질 즈음 동아리 친구중 한명이 나를 불렀다 호들갑을 떨면서 내게 숲에서 샛길을 발견했다고 자랑했는데 나는 속으로 약간 피식했다 (왜냐면 사실 샛길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할 정도로 좁은 길(?)이었다;;) 우리는 왠지모를 위화감을 느꼈으나 겨우 그런 위화감이 우리의 개척정신(?)을 막을 수는 없었다 사람이 다니지 않은지 적어도 몆년은 되보이는 길이었다 혜주에 거주하는 중국친구들에게도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기에 사실 거기가 샛길인지 혹은 자연적으로 생긴 우연의 산물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 그때만 생각하면 어떻게 우리가 그것을 샛길이라고 확신했는지 알 수가 없다 다음에 가서 봤을 때에는 확실히 길보다는 그저 다른곳보다 가지가 덜 우거진 곳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를 포함해서 네명의 친구들은 선생님의 눈을 피해 그 샛길로 출발했다 그때 나는 알아챘어야 했다 나를 덮치는 그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어떤 것인지 그것이 내가 귀신이 나오는 폐가에서 느꼈던 그런 위화감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는 샛길을 따라 걸어올라갔다 막상 들어가보니 숲속은 잡목이 더욱 우거져있었기에 사람이 들어갈 만한 곳은 안되었다. 다시 강조하지만 평소대로라면 그냥 돌아왔을 것이나, 왠지 모를 위화감.. 그것이 오히려 나를 숲속으로 인도하는 느낌이 들었다. 잡목을 치우고 억지로 길을 개척해가며 우리는 어느 무언가로 향하고 있었다.
자 여기부터 친구들의 이름을 밝힐건데,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가명을 쓰지 않겠다.
약간 통통하고 가무잡잡한 피부를 가졌으며 짧은머리에 덩치가 큰 (곰같이 생긴)병준이와
키가 크고 말랐고 여자같이 새하얀 피부에 바가지머리를 하고 적당히 두꺼운 뿔테안경을 쓴 (흔하게 생긴) 경준이
마찬가지로 바가지머리에 새하얀 피부를 가졌으며 키가 작고 얼굴도 작고 덩치도 작은데 뿔테안경만은 커다란 (흔하게 생긴 2)찬희
그리고 적당한 키에 피부가 적당히 하얗고 투블럭에 운동을 좀 한 군인을 지망하고 있는 (나) 경수를 포함해 총 네명이다.
자 어쨌든 숲속을 걸어간지 한 오분정도 지났을까 잡목이 줄고 길쭉한 이름모를 잡초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런데 잡초들의 사이로 철조망이 있었는데 그것은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었다.수많은 부적이 옆으로 쭉 나열되어 있었으며 그 사이에는 나무판자가 걸려있었는데 그 판자에는 붉은 글씨로 무언가가 적혀있었다. 얼마나 오래전에 쓴 글씨인지, 글씨를 알아보기 어려웠는데 ..区...禁...进같은 몆몆 글자만 대충 알아볼 수 있었다. 그냥 말그대로 들어가지 말라는 것이라는 것은 알아볼 수 있었다. 우리는 별로 개의치 않았고 별로 높지 않은 철장이었기에 그냥 뛰어 넘어갔다 내가 앞장서서 철장을 올라갔다.
'질퍽'
발밑에 뭔가 물컹한 느낌이 들었다.
"야 시x; 여기 온통 진흙인데 .."
산중턱에 뜬금없이 진흙이라니? 지하수가 범람이라도 한 것인가? 그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방금까지 분명 땅은 건조했다 그러나 철조망을 넘어가는 순간 갑자기 축축한 진흙이 있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그러나 잡목도 뚫고온 우리가 겨우 그런것에 연연할리가 없었다. 결국 마지막으로 찬희까지 넘어오고 우리는 계속 전진했다.
예감이 좋았다 철조망이 있다는 것을 사람이 있다는 증거라고 여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출발한지 10초도 안되서 작은 연못과 푸른 지붕의 폐가(당시에는 확실치 않았다)를 발견했다. 불과 1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연못이 있었던 것이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연못이 바로 앞에 떡하니 있으니 우리는 모두 멍하니 있었다. 정말 과장없이 약 5초간은
"어..ㅋㅋㅋㅋ..아"
하면서 서로를 바라보고 '뭐지?' 하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그 길죽한 잡초가 너무 무성했기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라고 타협했다. 호수는 꽤 넓었던 걸로 기억하며 폐가로 진입하기 위해 빙돌아갔던 기억이 난다. 푸른 지붕의 폐가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으나 내부는 생각보다 깨끗했다. 보통 숲속에 버려진 집이 있으면 벌레들의 소굴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그러나 이 폐가에는 바퀴벌레는 커녕 거미줄도, 심지어 날파리 한마리도 없었다. 그 순간 우리는 확신했다 그곳이 폐가라는 것을 말이다. 일반적으로 폐가는 안에 들어가면 악취를 동반한 벌레들이 들끓어서 안에 들어가기가 꺼려지는데, 정말로 우리가 귀신을 경험했던 폐가는 모두 벌레가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귀신을 겪으면 다시는 보기 싫어하나, 우리는 원래 공포를 즐기며 아직은 끔찍한 경험도 없었기에 여기서 야영하기로 했다. 뤄푸산은 우리집과 거리가 멀지도 않기에 오늘은 여기서 야영하고 무리에 합류하거나 혹은 집에 가기로 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철이 없었다) 폐가에 짐을 풀고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들고온 화투나 치고 있기로 했다.
그때부터였다, 괴이한 현상이 시작된 것은..
내용이 너무 장문이라 1,2를 나눴는데
2는 차후에 나올 예정입니다.
내일 혹은 모레까지는 쓰겠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