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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 영부인 이순자 여사가
가슴으로 꾹꾹 눌러 쓴 그녀의 드라마틱한 삶
그리고 그녀가 지켜본 우리 현대사의 단면들
우리는 한국 근현대사에 있어 여러 명의 대통령을 만났고 여러 명의 대통령 영부인들을 또한 만나왔다. 하지만 우리 역사는 지금이 그렇듯 과거에도 자랑스럽게 기억될 만한 그들보다는 안타까움과 슬픔으로, 때로는 증오와 지탄의 대상으로 기억되는 그들만을 기록하고 있다.
대한민국 제11대, 제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 전 대통령의 영부인 이순자 여사가 백담사 유폐시절부터 써오기 시작한 글을 다듬고 또 다듬기를 수십여 차례에 걸쳐 720쪽짜리 묵직한 한 권의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책에는 그녀의 출생에서부터 남편 육사 생도 전두환과의 만남, 연애, 결혼, 그리고 육군 장교의 아내에서 어느 날 대통령 영부인에 되기까지의 시간의 흐름을 따라 서술한다. 이후 제5공화국 시절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거리에 머물며 그와 함께한 사람으로서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단면도 기억을 재구성해내고 있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내가 그분과 제5공화국을 향해 쏟아졌던 비난의 해일 앞에 묵직한 빗장을 지르고 앉아 신음하며 적어간 기록물이다. 세상이 그분과 그분 통치기간을 한마디로 왜곡해서 한마디로 단정해버린, 그 가차 없는 왜곡 뒤에 엄연히 버티고 서 있는 그 진실을 난 여기에 적었다. 그래서 이 책은 내가 문자로 그린 그분의 진실된 초상화다.”
저자 : 이순자
李順子
1939년 3월 24일에 만주에서 아버지 이규동과 어머니 이봉년 사이의 1남 6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군인 아버지의 임지를 따라 여러 중학교를 옮겨 다니다 서울로 이사하여 경기여자중학교와 경기여고를 졸업하고, 1957년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아버지가 진해육군사관학교 참모장 시절 진해 경화동 집을 찾아온 육사 생도 전두환을 처음 만나게 되고, 1958년 1월 24일,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학교를 그만둬야 하는 이화여대의 교칙에 따라 의사의 꿈을 접고 스물한 살에 여덟 살 차이가 나는 육군 장교 전두환과 결혼하였다. 군인의 아내로서 자신의 어머니와 같은 삶을 살아가면서 3남 1녀를 낳아 길렀다.
남편이 1980년 9월 1일 제11대 대통령으로, 이듬해인 1981년 3월 3일 제12대 대통령으로 취임하였고, 그녀는 마흔한 살에 대한민국의 영부인이 되었다. 남편과 자식을 청와대 시절 이전이거나 이후에도 변함없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최고의 가치에 두고 살아왔으며, 돌이켜 볼 때 스스로에게 힘겨웠던 영부인으로서의 삶이었으나, 그 가운데에서도 ‘새세대육영회’와 ‘새세대심장재단’에 남다른 의미를 둔다.
단임 약속,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실행해내고서도 갖은 오해와 억측, 그리고 백담사 유폐와 남편의 구속이라는 거듭된 시련과 절망 속에서도 백담사 두 평 남짓 골방에서 시작된 글쓰기가 그녀의 삶에 위안이 되어주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58년간 한순간도 변함없이 함께한 그분과 사랑하는 가족들의 존재는 그녀에게 언제나 큰 힘이 된다.
_글을 시작하며
제1장 마음의 고향, 만주 길림성
인연의 시작
진해 경화동의 추억
일요일의 손님
사랑으로
제2장 사랑하는 그와 결혼하다
이태리 영화 ‘지붕’
결혼식
시댁생활
친정살이
제3장 군인의 아내
결혼 다섯달 만에 떠나보낸 미국연수
박정희 장군과의 운명적 만남
뒤늦은 신접살림
한강백사장에 내려앉는 낙하산을 바라보며
생애 첫 드림하우스- 보광동 집
어머님을 모셔오자는 그분의 애원
군인을 천직으로 알고 있는 그분을 뒷바라지하며
제4장 역사의 격랑과 마주하다
내 안의 청춘- 만학의 꿈
퇴근 못하는 그분, 잠 못 이루는 가족
어려운 결심
12.12
제5장 1980년, 그때를 회고하다
대학 편입시험, 그리고 어학당
대학광장에서 불타는 그분의 허수아비
그해 5월의 슬픔
그분의 성격과 운명적 선택
제6장 세종로 1번지
연희동을 떠나 청와대에 입주하다
청와대 스케치
수습기간도 롤 모델도 없었던 배역- 영부인
제7장 마흔두 살의 첫 해외여행
정상회담의 기억
LA에서 워싱턴 블레어하우스까지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
교민들과 뜨겁게 포옹하다
제8장 대통령 영부인으로서의 삶
“7년 후 평범한 가장으로 돌아가겠다”
취임 초의 미션- 나라의 쌀독을 채워라
세일즈맨을 자청한 아세안 5개국 순방
이기고 돌아오라- 88서울올림픽 개최권 따내다
개방과 다양화의 물결
아프리카 순방 외교- ‘킬리만자로 플랜’
제9장 대통령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
유혹에 흔들리는 친인척들을 어찌할 것인가
시련- 차라리 그분 곁을 떠나버릴까
다시 서기
가족, 그 사랑의 성(成)
대통령에게도 휴식이 필요했다
저도의 밤
제10장 아웅산에서 있었던 일
순국하신 분들에게 꽃을 바친다
아웅산 묘소 테러사건
천행(天幸)이었던 두 가지 우연
제11장 정상 간의 신뢰와 우정을 경험하다
일본 나카소네 총리의 ‘수제외교(手製外交)’
히로히토 천황의 사죄
제12장 청와대 시절의 기쁨과 보람
청와대 첫 혼사
부모님의 회혼식
청와대의 첫 생명- 손녀 수현의 탄생
새세대육영회
새세대심장재단
제13장 종착점이 보이는 길목에 서다
순방 외교의 마무리 수순- 유럽 순방
취임 6주년- 1년 앞으로 다가온 퇴임
그리운 연희동 집을 수리하다
제14장 민심을 따르다
민심이 흘러드는 작은 도랑
후계자
6.29선언
제15장 귀향
40년 헌정사의 숙원을 풀다
예정된 행복한 작별
“할아버지, 어디로 가는 거예요?”
제16장 시련과 깨달음
순간의 행복
백담사 요사채에서의 첫 밤
‘5.6공 단절’이라는 태풍의 눈
고통의 의미
국태민안과 영가천도를 위한 백일기도
회향(回向), 그 머나먼 길
대청봉의 키 작은 나무들
제17장 백담사에서의 769일
장손 우석의 돌잔치
섣달그믐날의 철야기도
산사에 들려온 정가 소식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
백담계곡에 고마움을 남기고
제18장 제자리를 찾아서
폐허 그리고 복원
어머니와의 이별
제자리 찾기
집에서 치른 막내의 결혼식
제19장 계엄령처럼 선포된 ‘역사바로세우기’
잠자리에서 끌려간 전직 대통령
단식 소식에 다시 찾아간 백담사
성탄절 경찰병원에서의 첫 면회
“할아버지, 저도 단식할 거예요”
제20장 재판수첩
병실에서 맞은 생일날, 출정(出廷)을 결심하다
‘정치재판’임을 선언한 김영삼 정권
정해진 종착지를 향해 돌진한 1심 재판
기도가 부족했던 것인가
“불리한 증언을 하는 사람을 미워하지 맙시다”
항소심이 연출한 프로그램들
한줄기의 밝은 빛- 최종심의 소수의견
제21장 다시 시련을 딛고 서다
3백만 명이 서명한 사면탄원
그분의 고통에 동참한 가족들의 정성
다시 연희동 집으로
제22장 추징금 환수라는 이름의 재산몰수
생의 족쇄가 된 추징금
추징금 환수에 얽힌 가슴 아픈 이야기
날벼락같이 덮친 ‘전두환법’ 제정
제23장 고통 속에서 배운 것들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 조문
노년의 기도
참 아쉽고 씁쓸했던 소식
가족사진 스케치
생의 끝자락에서
_글을 마치며
백담사 유폐 시절, 두 평 남짓 작은 방에서 시작된 글쓰기
우리에게 정치적 태풍이 닥쳐올 때마다
글이 소중한 위로가 되고 작은 희망이 되었다.
저자는 제11대, 12대 대통령을 지낸 남편에 대한 신뢰와 존경, 그리고 사랑을 책의 곳곳에 담아놓았다. 그녀가 중학교 2학년 때, 진해 경화동 집 문을 열고 들어오는 육사 생도 전두환을 처음 본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가까워진 두 사람이 결국 결혼에 이르기까지 그녀 가족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고 가난한 군인의 아내가 되겠다며 스물한 살에 결혼해, 3남 1녀를 낳아 기르며, 낙하훈련이 있는 날이면 한강다리에 달려가 최후의 낙하산 하나까지 무사히 착지하는 것을 확인한 후에 집으로 향하곤 했다는 남편을 향한 사랑.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던 느닷없는 대통령 직 취임, 퇴임 9개월이 지나 감당해야 했던 2년 여의 백담사 유폐 생활, 생명을 담보로 한 남편의 단식투쟁과 사형 언도 속에서도 결코 자신의 신념을 꺽지 않았던 남편에 대한 무한한 신뢰.
그리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이미 다 자란 아이들과 손자 손녀 앞에서 가족의 소중함과 삶의 가르침에 감사하는 저자의 섬세한 숨결과 편안해진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우리에게 전두환 전 대통령의 영부인으로 기억되는 이순자는 지금까지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건 중요하지 않다. 마치 우리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자그마한 밥상 위에 낡은 공책 올려놓고 몽당연필 하나 들고 글을 쓰는 그런 모습으로 그녀는 처음 이 책을 썼다. 원고지 2만 장의 원고가 반으로 줄고 또 그 반으로 줄었다. 그 줄어든 원고만큼 그녀 마음에 쌓여 있던 분노와 고통과 미움도 줄고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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