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너무 충격적인 일이 있어 익명의 힘을 빌려 이렇게 글을 씁니다.
산부인과라는게 한국에선 임신한 여성만 오는 병원이라는 편견이 있죠. 사실, 임신하기 전에 더 많이 와야 하는 곳인데 말이죠.
제가 다니는 병원 24시간이며, 응급환자도 받는 규모가 있는 산부인과 입니다. 24시간 열려있다는 특성과 규모도 크다 보니 별별일을 다 겪었어요.
하지만, 어제 일 만큼 충격적인 일은 없었네요.
고등학생 정도 되보이는 여학생을 손님으로 받았습니다. 아버지랑 같이 왔구요. 미성년자가 산부인과를 찾는 경우는 제 경험상 두 가지 경우 뿐 입니다.
임신 중절 수술을 원하거나, 생리통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한 경우, 이 둘 뿐이죠.
어제 온 손님의 경우는 후자의 이유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이유는 보호자가 이런 말을 했거든요.
"딸이 생리통이 너무 심하다. 부정출혈이 있는 것 같다."
처음엔 그런 줄 알았습니다. 어린 환자가 산부인과에 아버지랑 오는 경우는 적긴해도 아예 없는 없진 않으니까요.
검사를 위해 보호자를 내보내고 진료실에는 환자와 저 그리고 담당의만 남았습니다.
검사를 위해 탈의를 시키고, '굴욕의자' 라는 곳에 환자를 앉혔구요.
환자 분이 다리를 벌리고 굴욕의자에 앉는 순간 저와 담당 의사 선생님은 그대로 얼었습니다.
왜냐면 환자분의 허벅지에 '살려주세요. 제발 경찰 불러 주세요.' 라는 글이 적혀 있었거든요.
제가 어버버거리는 순간 환자는 애원하는 눈길로 조용히 하라는 사인을 보냈습니다.
네, 우린 경찰을 불렀고 경찰이 오기 전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보호자에겐 자궁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다른 검사를 해야 한다는 구실로 시간을 벌었습니다.
경찰이 오고 난 뒤, 저는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서에 같이 동행 하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보호자를 가장해 병원에 같이 온 사람은 환자의 큰 아버지 되는 사람이였고,
이혼 한 자신의 동생이 타지역으로 막노동을 나가자 잠시 양육을 대신 했다고 하더라구요. 그 과정에서 자신의 성욕을 참지 못해 조카에게 몇달 간 몹쓸짓을 했구요.
환자 분은 자신의 양육을 떠 맡게 된 큰어머니에게 말 할 상황도 안되고, 도움을 청할 곳이 없어 성관계 후 생리통이 심하다는 핑계로 산부인과로 온 것이구요.
그 과정에 의심을 피하기 위해, 화장실에서 몰래 아이라인으로 도움을 청하는 문구을 허벅지에 적었다고 하네요.
제가 올해 서른이 되는데 이 세상엔 정말 막장 드라마 보다 더 한 일들이 많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