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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도는 거대한 원형 극장에서, 나도 당신도 빙글빙글 원무곡을 춰요. 공연이 끝나고, 불이 꺼지면 관객들의 박수 소리와 함께 막이 내리죠. 그리고 다음날 다시 반복되죠. 이미 박수를 칠 관객은 한 명도 남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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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저기..."
저는 조심스럽게, 몇시간 전부터 말을 하지 않고 있는 포시티아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습니다.
"혹시, 화났어요?"
"아니. 너의 눈치 없음에 절망하고 있다."
사건이 일어난 후, 루네아씨는 자신과 함께 있으면 사건에 휘말릴지도 모른다며, 지팡이를 들고 떠나갔습니디.
"...영문을 모르겠어요."
저는 루네아씨가 저에게 준 금화 주머니를 확인하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약, 오만닢 정도의, 어마무시한 금액입니다.
금화주머니가 그걸 어떻게 담고, 그 무게를 버티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그렇게 만은 돈은 아니야. 보통 밀레시안들은 은행에 맡기지 않고, 직접 들고 다니는 금화만 10만의 단위야."
"그걸... 다 들고 다닌다구요?!"
"맨손으로 골램을 때려잡는것에 비하면 쉬운일이지.무게가 문제가 아니라 부피가 문제가 되는거야."
포시티아의 설명에, 저는 주눅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너도 어서 길을 지나다니는 포워르라도 때려잡아서 성장을 하란 말이야. 밀레시안들은 생물체를 때리거나 죽이는 것으로도 경험을 얻을 수 있거든."
"그거...범죄 행위잖아요?"
'괜찮아. 포워르는 전멸시켜도."
"...네?"
"다 죽이면...여신이 강림할 거거든."
"그게...무슨? 이미 모든 여신이 강림했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제가 포시티아에게 들은 바로는, 현재 에린에 직접적으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여신은 오직 바하브 카흐, 즉 복수의 모리안, 빛의 네반, 그리고 전투의 마하가 있었다고 합니다.
"...빛은 왕에 의해 먹혔고, 전투의 여신은 자신이 거느렸던 도르카 페다인의 누군가에 의해 박제당했지. 그리고 까마귀는 이미 에린에 있어. 그럼 누가 강림한다는 것일까?"
"......"
포시티아는 그저 작은 웃음소리를 내었습니다
"너무 신경쓰지 마. 알베이가 던젼이 아닌 유적지였을때 나온 신탁의 구절이니까. 어쩌다가 이야기가 여기까지 나왔는지 모르겠네. 하여튼간!"
포시티아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강해지라구. 적어도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여유가 되면, 다른 사람도 감쌀 수 있게."
"...네."
다른 생물을 괴롭히거나 죽이는 식으로 강해지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만, 에린에는 역시 힘이 필요한가 봅니다.
"일단 네가 난리를 친 덕분에, 던바튼으로 다시 돌아가기에는 무리고..좋아. 너, 라비 던전에 가자."
"라비 던전이요?"
레이놀드 아저씨가 예전에 서큐버스와 조우하러 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상급 포워르라, 고블린이나 임프와는 다르게 놀랍도록 강력하고 또한 매혹적일 정도로 아름답다고 합니다.
"그래. 반투명한 치마를 입고 다녀서 엉덩이를 노출하기 좋아하는 노출광 여악마들이 주로 돌아다니는 곳이란다. 미소년과 미중년, 미노년을 가리지 않고 유혹하여 침실로 끌어들인 후, 그렇고 그런짓을 하겠지."
"그...그렇고 그런짓이요?"
"미소녀나 미인들도 유혹해서 저렇고 저런짓도 한다는 소문이야."
그렇고 그런짓과 저렇고 저런짓이라니...!
"파, 파렴치하군요!"
"뭐, 인큐버스의 아이를 낳아 그/아/아/앗! 하는 여신도 있었는데, 무슨 상관이겠어."
"...상상조차 하기 힘들어요."
"괜찮아. 모두 죽은 자들이거든. 게다가, 너는 직접적으로 서큐버스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고..."
그 말을 들은 순간, 왠지 시무룩해졌습니다.
"뭐야, 너, 실망한거야?"
저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음, 수상한데...뭐, 일단 난 너에게 아리아즈엘의 기억을 보여 주고자 해. 아리아즈엘이 라비 던전 들어갔을 때의 일인데, 내가 탄생하고 난...아니, 글라스기브넨이 죽고 나서, 시간이 흐르고 부서진 여신상을 복구할때의 일이지. 네가 그때의 아리아즈엘이 되어, 그녀의 기억을 되짚어 보는 것 만으로 경험을 얻게 될 거야."
그 말에, 저는 잠시 당황했습니다.
"그, 그럼 제가 여자가 된다는 건가요?"
"그렇지. 그게 왜? 밀레시안들에게 육체란 그저 입고 있는 옷에 불과할텐데."
...부끄러운데 말이죠.
밀레시안들 사이에서는 흔한 일이라고는 해도, 만약 그 기억속에서 제가 서큐버스에게 패배해 저렇고 저런짓을 당하게 된다면....!
"너, 왠지 기분 나쁜 웃음을 짓고 있는데."
포시티아의 말을 들은 순간, 저는 빠르게 표정을 굳혔습니다.
"설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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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아/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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