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항상 눈팅만 하던 오유인 입니다.
오늘 900일 가량을 사랑했던
여자친구와 헤어져 쏠로가 되어버린 오징어입니다.
오늘은 소소한 행복 하나와
큰 안타까움으로 마무리 하게 되었습니다.
두 사건은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일어났죠..
...
늦은 시간 잠이 오질 않아 산책에 나섰습니다.
그리곤 잠시 혼자만의 사색을 즐겼습니다.
어느덧 걷다보니 여자친구가 살던 동네까지 오게 도어 버렸네요.
오유인 답게 참 바보같죠...
여자친구가 별을 좋아해서 자주 하늘을 보곤 했던게 생각이 나서
별이 떠있는 곳은 없는지 무심코 하늘을 보며 걷는데 종이 바스락 소리가 발 쪽에서 들리더군요.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발을 들어보니 빳빳한 만원짜리 지폐가 보였습니다.
"어예!!!!!!"
기쁜마음으로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슬쩍 왼쪽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소소한 행복에 잠시 웃음짓던 그때 차도 쪽에서 무언가 으스러지는 듯한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습니다.
1차선 쪽에 고양이 한마리가 차에 치어 죽어 있더군요..
잠깐의 행복도 잠시..
먹먹한 안타까움과 그냥 지나쳐야 하나 수습해줘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 또 한대의 차량이 빠른 속도로 밟고 지나가더군요.
순간 "아!" 싶더군요.
우선은 녀석을 들고 인도쪽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은색 목줄도 있는 길고양이치고는 너무 곱게 생긴 녀석이었어요.
한순만 연거푸 세네번을 하고 미안한 마음에 얼른 담아줄 박스를 찾아보았습니다.
2분여 정도 지나서 였을까요?
알맞는 상자를 구해 넣어주었습니다.
바로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어
아침에 등교하는 아이들이 보고 놀라지 않도록 주변 편의점에 들러 줏은 만원으로 큰 생수병을 사와서
정리하고서야 자리를 뜰 수 있었습니다.
이녀석도 분명 한때는 주인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집에서 살았었겠죠..?
버려진 것이든 혹은 가출한, 집을 잃어버린 녀석이겠죠..
하지만 어떤 상황이라도 자신의 주인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을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분명 슬퍼할테고 미안해할테니까요.
제가 줏은 만원은 어쩌면 이 친구가 자신을 수습해 달라는 도움의 메세지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요?
아무것도 없습니다.
책임감에 대한 그럴듯한 말도
선행에 대한 자랑도
우울함을 불러 일으키는 슬픔도
아닙니다.
그저 우리 하루 중 일어나는 일련의 애피소드를 통해 제가 얻은 하루만큼의 경험이죠.
여러분은 어떤 하루를 보냈나요?
그리고 어떤 걸 얻었나요?
전 딱 하루만큼 성장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쓸데없이 길기만 한 제 소소한 이야기였습니다.
PS: 내가 사랑하고 보고싶은 애기야.
동물을 좋아하는 네가 이글을 읽을까봐 겁도 나지만 전하지 못한 말이 있어서 혹시라도 볼까 메세지를 남겨.
너와 이별을 하고 마냥 어리기만 한 내모습이 너무 미웠어.
오빠 너랑 약속한대로 꼭 좋은 사람이 되어 있을테니까
나중에 나중에 시간이 지나 너 힘들고 지칠때... 정말 아플때 연락했으면 좋겠다.
너 좋아하는 와인이랑 스테이크 사줄께.
넌 내게 좋은 사람이고 고마운 사람이야. 연인으로 인연은 여기까지였지만.
꼭 보답하고 싶어 힘들때 날 지켜줘서 고마웠어.
오늘도 네가 없는 하루만큼 어른이 되어가고 있어. 꼭 나중에 보자.
사진은 인증용이 아니라 이런경우 신고같은걸 해서 치워야 하나 해서 사고 위치와 수습장소를 남기려고 찍어둔 몇장중에 하나입니다.
혹시라도 이런경우 어떻게 처리하는게 좋은지 아시는분은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아래 로드킬 관련 사진이 있으니 마음 약한 분들은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수정>혐오스러운 사진은 아니었지만 댓글 남겨주신 분의 의견이 맞는 것 같아서 삭제하였습니다.
도움 주신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