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와 학교 인근에서 벌어지는 집회를 금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경찰청은 "거주자 또는 학교 관리자의 요청이 없었다"며 "임의로 집회를 제한 또는 금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할 파출소에 수십차례에 걸친 신고 전화가 걸려왔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의 자택이 주택가에 위치했을 뿐 아니라 삼릉초등학교와는 맞닿아있는 만큼 집회를 금지 또는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자택 앞 집회와 관련한 경찰청의 입장을 공개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경찰청은 "3월 14일 현재 주택가의 거주자 또는 삼릉초등학교의관리자(학교장)로부터 집회·시위 제한 요청이 접수된 바는 없다"며 "경찰이 임의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택 주변에 대해 집회·시위를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나흘째 이어진 집회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주민 간 수차례의 마찰이 빚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집회·시위 제한 요청이 접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경찰서 측도 "아직까지 집회의 제한 또는 금지에 대해 어떤 결정도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관할 파출소엔 13일 하루에만도 수십차례의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14일엔 신고 전화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면서도 "13일만 하더라도 수십차례에 걸쳐 주민들의 신고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거주자 또는 학교 관리자의 요청이 없었다"는 경찰청의 주장과는 상반된 내용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8조 '집회 및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 통고'에 따르면 "신고장소가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의 주변 지역으로서 집회 또는 시위로 학습권을 뚜렷이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집회나 시위는 금지 또는 제한될 수 있다.
주민들은 신고 전화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근무중인 경찰에게 직접적인 항의 등으로 집회의 금지를 요청했다. 학교는 "학생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며 가정통신문까지 배포했다.
하지만 경찰은 "거주자 또는 학교 관리자의 요청이 없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결국 그 피해는 오롯이 주민과 학교를 오가는 학생, 교직원에게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