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사태, 양비론은 필요없다.
이번 롯데사건이 이제 CCTV 사찰 문제로 번지네요. 참 재밌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대하는 팬들의 반응은 좀 이해가 안갑니다. 역시 성적이 개판인 이유가 있었다는건 이해하는데 그래서 CCTV 사찰이 정당하다는건 대관절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네요.
로이스터식 널널한 훈련법에 길들여져서 권두조나 공필성의 빡센 훈련방식에 불만을 터트린다?
빠질대로 빠진 선수들 김성근처럼 휘어잡고 빡세게 굴리는 감독을 만나야 정신차린다?
쟤들이 몇살먹은 어린앱니까? 뭘 휘어잡고 빡세게 굴려요. 쟤들은 프롭니다. 성적으로 돈을 받는 프로요. 자기가 훈련 게을리해서 성적 나빠지면 자기가 받는 돈이 줄어들고 선수생명 짧아지면 자기 인생이 고달파집니다. 반대로 빡세게 열심히해서 좋은성적 올리면 FA대박치고 인생 탄탄대로를 달립니다. 뭐하러 쟤들을 억지로 훈련시킵니까? 지가 쪽박차고 싶으면 대충대충하고, 지가 대박치고 싶으면 열심히하고.
김성근 감독이 그냥 훈련량만 늘려서 강팀을 만드는줄 아세요? 펑고나 몇백개씩 날리고 아침부터 밤까지 빡세게 굴려서 성적이 좋아진거 같나요?
김성근이 강훈을 시키는건 맞지만, 김성근이 단순히 강훈만 시키는 다른 지도자와 결정적으로 다른건 하기싫다는 선수에게 억지로 시키지 않는다는겁니다. 내 훈련을 못따라오거나 하기싫으면 하지말라는 스타일입니다.
김성근은 철저하게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합니다. 니가 왜 이 힘든 훈련을 해야하고, 이 훈련을 견뎌냈을때 나에게 어떤 미래가 있고, 내가 여기서 못버티고 나가면 어떤 미래가 있는지 얘기해줍니다.
그게 굉장히 디테일하고 설득력이 있습니다. 다른 지도자처럼 두루둥수리하게 이럴거다저럴거다가 아니라 선수가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기도록 설득을 합니다. 설득이 되면 그 다음은 방법을 알려줍니다. 어떻게 저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지..
그러니까 선수들이 김성근의 살인적인 훈련을 버티고 따라오는겁니다. 의지가 없는데 억지로 시킨다고 그 힘든 훈련이 버텨지겠습니까?
그리고 매우 높은 확률로 훈련을 버텨낸 선수들이 성공을 합니다.
김성근 밑에서 무명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선수들이 많죠. 이 선수들이 바로 김성근의 가장 큰 자산입니다. 김성근 감독의 훈련을 버텨내면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 이게 선순환이 되서 김성근을 명장으로 만든겁니다.
김성근의 무한한 야구에 대한 지식과 열정이 선수들에게 전염이돼서 선수들이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니까 김성근이 맡은팀은 강해지는겁니다. SK가 한창 잘나갈때 SK야구를 보면 선수들이 생각하면서 야구를 하는게 보여집니다. 집중력이 상대팀을 압도합니다.
머리는 텅텅 비고, 가르칠 재능도 없고, 선수들 동기부여도 못시키는 멍청한 지도자들이 빡세게 굴리기만한다고 그게 김성근처럼 효과가 나오겠습니까? 펑고를 몇개 치느냐 몇시간 훈련을 하느냐 이런건 중요한게 아니라구요.
한시간을 하든 두시간을 하든 자기가 왜 이 훈련을 하는지 왜 이 힘든 훈련을 버텨내야하는지 알고하는것과 모르고 시키니까 그냥 마지못해 하는것은 효과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공부하기 싫다는 애 억지로 책상앞에 앉혀놓고 공부시키면 공부 열심히 하던가요?
우물가로 소를 끌고갈순 있어도 물을 먹는건 결국 소란 말입니다. 억지로 소 대가리를 잡고 물통에 쳐넣는다고 소가 물을 먹습니까? 먹는다한들 얼마나 먹을것이며 온전히 체내로 들어갈까요? 흘리는게 태반이고 토해내는게 또 태반일텐데..
선수를 손에 움켜쥐고 이리저리 자기가 가고싶은대로 끌고다니는 감독은 하수입니다. 고수는 자기가 원하는곳으로 선수가 스스로 가게끔 만드는 감독입니다.
뭐하러 CCTV까지 설치해서 선수들을 감시합니까? 사생활 개판인 선수는 2군 보내버리고 성적 개판인 선수는 연봉 까버리면 됩니다. 프로선수는 철저하게 이기적이어야합니다. 내가 잘살려고 야구하는거지 팀 잘되라고 야구하는게 아닙니다. 말로는 팀이 잘되면 좋다고하지만, 자기 성적이 좋아야 좋지 뭔 팀성적입니까. 팀성적은 지도자의 역할이지 선수 개인의 역할이 아닙니다. 이기적인 선수들의 힘을 한 방향으로 모아서 팀 성적으로 바꾸는게 지도자의 역할입니다.
좋은 지도자는 첫째,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둘째, 그 목표에 도달할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알아야합니다. 둘중 하나만 결여돼도 그건 좋은 지도자가 안됩니다. 목표만 제시하면서 정작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모르는 지도자는 몽상가일 뿐이고, 방법은 알지만 동기부여를 못하는 지도자는 독재자일 뿐입니다
.
사람들은 흔히 김성근을 독재자라 생각하지만, 김성근은 누구보다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잘하는 감독입니다. 김성근이 가는팀마다 프런트와 갈등을 겪는것은 단순히 성격이 ㅈㄹ같아서가 아니라 철저하게 선수들 편이기 때문입니다.
연봉협상때 김성근은 선수들 챙기는걸로 유명합니다. 선수 연봉 때문에 프런트와 싸우는 감독은 김성근이 유일할 겁니다. 감독이 우리편이라는 확실한 믿음이 있으니 선수들이 김성근의 고된 훈련을 버티는겁니다. 감독이 프런트 눈치나보면서 할말도 못하고 있거나 심지어 프런트 편에 붙어서 자기들 감시하고 윽박지르면 그게 지도자로 보이겠습니까?
프런트는 선수의 연봉을 책정하는 사람들입니다. 선수들 성적 하나하나 따져서 선수들 연봉을 얼마나 적게 지급하느냐로 자기들 능력이 판가름나는 사람들이란 말입니다.
공필성이 난 그냥 프런트와 친할 뿐이다라는 말 자체가 코미디인겁니다. 그말은 난 그냥 프런트의 스파이입니다라고 자인하는거 밖에 안됩니다.
프런트가 정말 우승을 바랄까요? 그들 입장에선 좋은성적은 연봉협상에서 밀리고 시작할 수 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예산은 한정적이고, 좋은 성적이 계속 유지되면 예산은 초과될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프런트의 입장에서는 우승보다는 욕 안먹을 정도의 적당한 성적이 어찌보면 자기들에겐 최선일수도 있습니다.
김성근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항상 쫓겨난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합니다. 자기들 말 안들어~ 성적은 좋아~ 야구밖에 모르는 외곬수라 정치도 안돼~ 선수들 연봉협상까지 관여해~
프런트 입장에선 최악의 감독입니다.
김성근식 훈련방법이 옳은지, 아니면 로이스터식 훈련방식이 옳은지는 단정할수 없습니다. 100% 옳은 방법은 없습니다. 로이스터가 짧은 훈련시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좋은 성적을 낼수 있었던건 시간은 짧아도 선수들이 집중력있게 훈련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훈련시간에 비해 로이스터의 훈련은 힘들다고합니다.
로이스터는 인간이 집중해서 운동할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이 적당하다고 판단하고 그 이상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쉬어야 힘도 난다는 주의죠.
대부분의 서양 지도자들이 이런 스타일입니다. 히딩크도 그랬죠.
일반적으로 생각해도 매우 상식적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쉴때와 일할때를 구분못해서 생산효율이 떨어지는 사회에서 로이스터는 미국식 합리주의를 보여줬습니다. 한국에 비해 미국이 시간대비 노동생산성이 훨씬 높은건 아실겁니다.
역설적으로 김성근이 무섭다는게 이겁니다. 공부든 운동이든 일이든 어느 시점을 넘어가면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기 마련인데 김성근은 이런 상식을 무시해버립니다. 김성근 감독밑에 있는 선수들은 훨씬 긴시간 집중력을 보입니다. 이건 선수가 자발적으로 움직이지 않고는 불가능합니다. 그만큼 김성근의 동기부여는 탁월하다는 뜻이겠죠. 로이스터가 김성근을 이길수 없었던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집중해서 5시간 공부하는 애가 10시간 집중력없이 공부하는 애는 이겨도 10시간동안 집중해서 공부하는 애는 못이기는거죠.
선수들에게 확실한 동기부여 -> 선수들이 강훈련에 따라옴 -> 풍부한 지식과 경험 전수 및 선수들의 확실한 보호자 역할 -> 감독에 대한 신뢰 ->....
이런 선순환이 이뤄져서 김성근팀은 강해지는겁니다.
그런데 어줍짢게 김성근이 단순히 강훈과 엄격한 규율로 강팀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그의 훈련방식만 흉내내는 지도자들과 그걸 지지하는 팬들이 있습니다.
롯데 프런트와 코치들 얘기를 하고 있었으니 그쪽으로 다시 넘어가보겠습니다.
지금 논란의 중심에 있는 공필성 코치.
사실 그가 선수시절 남긴 성적이나 기량을보면 팬들에게 이름이 기억될만한 선수는 아닙니다. 투혼으로 대변되긴했지만, 실제 기량은 평균이하였습니다. 통산성적을봐도 평균이하입니다. 하지만, 공필성은 2001년 2군코치로 시작해 근 15년을 롯데코치로 일하고 있습니다. 2001년부터 롯데의 암흑기가 시작됐다는걸 감안하면 더 놀라운일이죠. 다른 감독, 코치들이 목이 줄줄이 날아가도 공필성만은 잘리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공필성은 수비코치였습니다. 그리고 롯데의 팀실책은 항상 꼴찌에서 1,2등을 다투는 수준이었구요. 당연히 수비코치 목이 날아가야 정상이죠. 그런데 목은커녕 공필성의 입지는 더 탄탄해집니다. 더 웃긴건 이렇게 공필성이 ㅄ 만들어놓은 수비진에 조원우가 외야코치로 영입됩니다. 조원우가 오기전까지 롯데의 코너 외야 김주찬, 손아섭은 리그에서 대표적인 돌글러브로 유명했습니다. 외야수 실책에서 압도적인 1위였죠. 뻑하면 만세 부르고 낙구하고, 타구판단 잘못해서 놓치고, 팬스플레이 개판치고.. 그러던 두 선수를 완전히 바꿔놓은게 조원우입니다. 리그 꼴찌였던 롯데외야가 조원우가 영입되고 1위로 올라갑니다. 외야보살 1,2위가 롯데였고 아마 4위도 롯데였을겁니다. 완전히 상전벽해죠. 그런데 더 놀라운건 이런 조코치와 롯데는 재계약을 안합니다. 이대호, 손아섭 등을 키운 김무관도 보내버립니다. 이렇게 잘하던 코치들도 한해 부진하거나 감독이 바뀌면 목이 날아가는데 공필성은 8888577 찍어도, 감독이 몇명이 바껴도, 팀실책 1위를 몇년을 해도 안잘립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할수 있을까요?? 공필성이 롯데 사장 아들이라도 되나요? 이유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프런트라인..
프런트 지들이 돈아낄려고 좋은감독, 선수 다 내보내고 성적이 떨어지자, 선수들이 나태하다, 훈련방식이 잘못됐다하며 선수와 감독탓을 하기 시작한겁니다. 그런 프런트의 나팔수 노릇한게 권두조, 공필성입니다. 이대호, 홍성흔, 김주찬, 가르시아.. 평타 3할이상, 홈런 100개 이상, 400타점을 치던 선수를 보내고 과연 그팀이 좋은성적을 낼수 있을까요? 리빌딩은 필수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프런트는 당장 성적을 내놓으랍니다. 돈질도 자기들 말 잘듣는 선수들 위주로 합니다.
롯데는 예전부터 프런트의 입맛에 맞는 선수는 잡고, 말안듣는 선수는 내치는걸로 악명 높았습니다. 최동원, 마해영 같은 레전드급도 말안들으면 가차없이 날려버리는게 롯데 프런트입니다. 그런 프런트 밑에서 15년을 버텼다? 무슨 증거가 더 필요합니까. 공필성은 과연 누구편에서 움직였을지 바보라도 알겁니다.
프런트가 직접 그라운드에 나와서 이래라저래라 못하니까 자기 하수인격인 코치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려했겠죠.
코치가 프런트의 나팔이 되서 감독을 디스하고 훈련방식에 불만을 터트리고, 선수들의 생활태도를 비난하고.. 결국 감독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아마 선수들 사이에서도 편이 갈렸을겁니다. 약삭빠른 선수들은 프런트쪽에 붙었을거고, 이런걸 싫어하는 강단있는 선수들은 감독쪽으로 붙었을거고, 이도저도 아닌 선수들은 갈팡질팡 했을거고.. 팀이 제대로 돌아갈리가 만무하죠.
김성근은 자기 사람들로 코치진을 구성하고, 프런트의 개입을 철저하게 차단하는걸로 유명합니다. 선수들이 다른거 신경안쓰고 오롯이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선수들에게 김성근감독은 엄하지만 집안의 든든한 울타리같은 아버지입니다. 자기가 미워서 괴롭히는게 아니란걸 자기들도 아니까 그 힘든 훈련을 버텨내는겁니다.
회사를 봐도 능력없는 상사들이 윗사람 비위를 맞추려고 아랫사람들을 괴롭히잖아요. 능력이 안되니까 그걸로 버티는겁니다. 할일도 없는데 윗사람 눈치본다고 야근시키면서 돈은 안주고, 배울것도 하나도 없는데 맨날 입으로만 이래라저래라 호통이나 치는 상사와 일은 빡세게 시키지만, 수당 칼같이 챙겨주고, 윗선에서 내려오는 부당한 지시나 압력은 자기가 싸워서 다 막아주고, 업무에 빠삭해서 배울것도 겁나 많은 상사 중 누가 좋은 상사일까요?
선수들이 자기를 싫어하면 그 원인을 자기에게 찾아야지 왜 자기들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합니까. 감독이랑 의견이 안맞으면 감독이랑 얘기해서 훈련방식을 바꾸던지해야지 왜 감독의견을 무시하고 지들 멋대로 설칩니까. 어차피 난 프런트라인이니 감독따위 안무섭다는거잖아요.
롯데의 언플에 놀아나서 선수들을 욕하는 분들.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과연 어디가 문제인지. 선수도 잘못이고 프런트도 잘못이라는 양비론은 필요없습니다. 그건 문제의 본질을 대충 덮어버리고 또 잘못을 반복하라는 소리나 똑같습니다. 과일을 좀먹는 벌레를 쟤들도 먹고살아야하니 그냥 놔두면 결국 그 벌레가 과일을 다 파먹습니다.
지금은 잘잘못을 따질 단계가 아니라 벌레를 잡아야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