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좋지도 않은 내용의 글이

많은 분들이 봐 주시고 추천해 주셔서 베오베에 갔었네요.

댓글 달린거 하나하나 다 읽어봤습니다.

응원이나 위로의 댓글도, 질책과 비아냥의 댓글도

그 어린 친구의 댓글도

블라인드 당한 댓글도 모두 열어서 읽었습니다.

상처를 받았다기보다, 정말로 이런 생각을 입 밖으로 내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 그냥 웃었습니다.

수많은 댓글을 확인하다가..

'어머님도 그렇게 말한 걸 후회하고 계실거다'

'분명 미안하게 생각하고 계시겠지만 표현을 못하신거다'

'혼자 상처받지 말고 마음을 털어놓아라'

이런 내용의 댓글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도 그럴거라고 생각하며 한결 위로를 받았습니다.

몇 시간 전에 엄마랑 말없이 앉아있다가

혹시 사과할 것이 없냐고 최대한 장난스럽게 물었습니다.

있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러고는 네가 욕하고 소리지른건 잘못 안했냐고 합니다.

세상 하나뿐인 엄마가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아 그랬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담담한 표정으로, 자기는 그게 그렇게 심각한 걸로 느껴지지 않아서 그랬다더군요.

댓글을 읽다가 봤던 말이 생각나서 그대로 했습니다.

농담을 하더라도 일단 내 편을 들어줬어야 하는게 아니냐고...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는 와중에도 서운함과 원망이 가시질 않아

또 울고 말았습니다. 바보같이...

진심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니 그까짓게 대체뭐라고...라고 하더군요

겨우 그런 것 가지고 울려면 방에 들어가라고...

내일 이야기하자고...

더 이상 말하지 않고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샤워를 했어요

매일매일 마주하는 내 몸이

손도 대기 싫을 정도로 더럽게 느껴지고

악취가 풍기는 것 같이 느껴져 구역질이 나더군요

샤워수건으로 벅벅 문지르다가

제 손톱에 긁혀 피가 났습니다

그 피마저도 더럽게 보여 샤워기를 틀어놓고 주저앉아 울었네요

성폭력을 당한 사람은 성폭력을 당했다는 그 사실보다

자신을 진심으로 위로해주고 보듬어주지 않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더 큰 상처를 받는다는 그 말이 오늘에서야 이해가 됩니다

성추행, 성폭행을 당한 수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접했지만

그 수치심과 모욕감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실감을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저는 그 느낌을 오늘에서야 배우네요.

그것도 나를 성추행한 사람 때문이 아닌,

나를 귀하게 여겨주지 않고

내 말을 들어주지 않고

내 잘못이 아니라 말해주지 않는 엄마라는 사람에게서요...

밤새 댓글로 위로해주시고 응원해주신,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성적 모욕에 대한 수치심이 어떤 것인지 알았고 많이 고통스럽지만 괜찮습니다.

저와 같은 처지의 수많은 사람들을 진심으로 위로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