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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85927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430
    IP : 211.63.***.200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8/07/28 20:37:58
    http://todayhumor.com/?lovestory_85927 모바일
    [BGM] 너는 잘못 날아왔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bgmstore.net/view/vHRoW






    1.jpg

    김명철

     

     

     

    몸과 마음을 단단히 여며도

    당신은 아무도 모르게 습격당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전면전이어서

    낮과 밤 뼈와 살을 구분하지 않는다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은행알과

    육삼빌딩과 깨진 돌과 핸들 꺾인 세발자전거와

    지표를 뚫고 올라오는 지하철 탄 사내가 여자가 당신을 습격해온다

     

    빈틈없는 생활

    방심하지 않는다 해도

    어느 틈엔가 당신에게 틈이 생기기 시작한다 틈은

    서서히 세력을 확장해나가고 당신은

    저항하다 기어이 붙들리고 만다

     

    그 틈으로 당신의 절반이 슬금슬금 빠져나간다

    당신은 마지막 일전을 치를 수도 투항할 수도 없다

     

    틈은 처음에 하무도 모르게 그러나 나중에는

    당신을 제 마음대로 관리한다







    2.jpg

    이동훈연락 두절

     

     

     

    여남은 날눈이 줄곧 내려

    쌓인 눈이 서까래 밑까지 이르면

    다락 창문을 통해

    굴뚝만 남은 그대 집을 보게 되겠지

    피어오를 어떤 희망도 없이

    눈 속에 파묻힌 그대

    그대는 끝내 신호를 보내오지 않고

    생각다 못하여 널빤지를 내어 밀고

    전신줄을 자일 삼아

    눈구멍길을 지치고 가려 하네

    막막한 그대 집으로 가려 하네

    창문께의 눈을 헤치면

    그대나를 또 한 번 부끄러워하려나

    구호품 붉은 딱지가 선명한

    라면상자를 들키고 벌게지던 그때

    내 귓불이 더 벌게졌다는 사실을

    나도 들키고 싶었네

    내게든 네게든 미안한 옛날을

    층층 덮듯이 눈이 쌓이면

    그대닫힌 문을 다시 두드리고 싶네

    얼어붙은 눈이 다 녹을 때까지

    라면 한 상자를 다 축낼 때까지

    그대 곁에서

    연락 두절로 지내고 싶네







    3.jpg

    신달자적막이 적막에게

     

     

     

    내 안에서 늘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

    어쩌다가는 쿵쿵 쾅쾅 하는 거센 소리도 들리지

    오늘은 그 소리 내 밖으로 터져 나가서

    옆구리가 욱신거리기도 했어

    적막을 베고 적막을 쓸고 적막을 깨부수어

    허공 계단을 만들고 있는지

    허공의 부스러기들이 우박으로 새벽잠을

    두들긴 게야 계단은 그때 한 단계 만들어지나 봐

    오르고 싶었어

    몇만 평 평야보다 넓어지는 이 허공을 조각하여

    오르고 또 오르면 거기 도무지 무엇이 있을까

    거기 또 다른 허공이 적막을 두르고 날 오라하면

    오늘은 그렇다네

    허공계단을 밟고 경건히 오르고 올라서

    계단 하나하나를 접어

    건반처럼 뼈가 울리는 소리가 나도록

    오르고 싶어지상의 들붙는 먼지들은 내리고

    나도 한 번은 깨끗하고 상긋하게

    그렇게 사뿐하게 오르고 싶어

    오르고 싶을수록 내 안에 부시럭거리는 소리 높아지고

    누구하나 손잡아 주는 이 없이 나는 서서히 오르는데

    긴 구름치마를 끌며 아카시아꽃 화관을 쓰고 나 오르지

    거기 나비무늬의 비단 적막이 날 반기네

    여기서는 한 번은 아프지 않게 웃어보라 하네

    내려가는 계단은 지워도 좋겠어

    실은

    여기가 바로 거기라네







    4.jpg

    김왕노궤나

     

     

     

    정강이뼈로 만든 악기가 있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그 정강이뼈로 만든 악기

     

    그리워질 때면 그립다고 부는 궤나

    그리움보다 더 깊고 길게 부는 궤나

    들판의 노을을 붉게 흩어 놓는 궤나 소리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짐승들을 울게 하는 소리

     

    오늘은 이 거리를 가는데 종일 정강이뼈가 아파

    전생에 두고 온 누가

    전생에 두고 온 내 정강이뼈를 불고 있나 보다

    그립다 그립다고 종일 불고 있나 보다







    5.jpg

    김성규불길한 새

     

     

     

    눈이 내리고 나는 부두에 서 있었다

    육지 쪽으로 불어온 바람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넘어지고 있었다

     

    바닷가 파도 위를 날아온 검은 눈송이 하나

    춤을 추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주변의 건물들은 몸을 웅크리고

    바람은 내 머리카락을 마구 흔들었다

     

    눈송이는 점점 커지고검은 새

    젖은 나뭇잎처럼 쳐진 날개를 흔들며

    바다를 건너오고 있었다

    하늘 한 귀퉁이가 무너지고 있었다

     

    해송 몇그루가

    무너지는 하늘 쪽으로 팔다리를 허우적였다

    그때마다 놀란 새의 울음소리가

    바람에 실려왔다

     

    너는 잘못 날아왔다

    너는 잘못 날아왔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8/07/28 21:44:42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2] 2018/07/29 22:01:50  183.96.***.205  renovatiost  277019
    [3] 2018/08/23 01:42:42  123.214.***.149  나무사다리  514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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